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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제한하는 ‘위축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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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제한하는 ‘위축효과’
  • 충청리뷰
  • 승인 2020.06.0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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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상 청주대 법학과 교수
조한상 청주대 법학과 교수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을 최초로 만든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인이었다. 최초의 민주주의는 시민이 숙고하고, 토론하고, 그를 통해 결정하는 것을 의미했다. 아테네는 작은 도시국가였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은 3만 명 정도였다. 속리산 자락 보은군의 인구 역시 3만 명 남짓이다. 이번에 보은군 주민들도 아테네 사람들처럼 현대의 도편추방제, 주민소환을 추진했다. 그리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좌초하고 말았다.

최소한 지방자치 영역에서 만이라도 주민소환과 같은 직접민주제적 수단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통례이다. 주민소환은 주민의 뜻을 저버리고 권한 남용과 부적절한 처신을 일삼은 공직자에게 주민들이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혼란이나 분열을 막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다. 상반되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가 현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줄여서 주민소환법이다.

주민소환투표의 첫 관문은 전체 투표권자 10에서 20%의 서명을 모으는 것이다. 그래야 주민소환투표 청구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진다. 투표 당일에 소환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 투표는 평일에 이루어지므로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3분의 1에 미달하면 개표조차 할 수 없다. 첩첩산중이다. 그래서일까. 주민소환은 2019년까지 모두 94번 추진되었지만, 투표로 이어진 것은 8건, 해당 공직자가 소환된 것은 2건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서명이 완료되면 서명부를 일주일간 공개된 장소에 비치하여 주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서명이 정확하게 이루어졌는지, 혹시 누군가의 명의를 도용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러한 조항을 둔 것이리라. 그러나 확인이 필요하다면 투표권자 본인이 자기 서명의 사실 여부만 확인하면 될 일이다. 굳이 ‘공개’된 장소에 ‘비치’하여 열람하게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공개하면 주민소환을 달가워하지 않는 쪽에서 서명자를 색출할 수 있다. 노골적인 보복을 하지 않더라도, 관계가 껄끄러워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역, 이를테면 보은군과 같은 곳에서 문제는 심각할 것이며, 실제로 우려했던 결과가 일어났다. 서명부의 공개 열람이 시작되자마자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이 철회되었다. 주민소환법이 제시하고 있는 까다로운 절차들이 모두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개 열람 규정으로 인해 주민들이 서명이라는 의사 표현을 하는 데에 두려움이나 껄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이것은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거창하게 위헌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서명이 공개될까 두려워 주민소환 청구를 꺼리거나 철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기본권 중 하나이다. 이 기본권에 대해서는 특별히 강력한 보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 문명사회의 상식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표현을 ‘강제’로 막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축’시켜서 자제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을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라고 한다. 국회는 서명부의 공개 열람 조항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국회가 나서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려서라도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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