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가……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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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의회가……문제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6.04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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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야개발 허가기준 평균 경사도 강화 실패 ‘뭇매’
“‘옛 청원군민 재산권 보호’ 운운 명분없어” 여론
5월 26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원안 의결을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5월 26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원안 의결을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평균 경사도 논란
무책임한 청주시의회

지난 5월 26일 청주시의회에서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청주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조례안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토지주 및 개발업자 등과 충북 시민사회단체들은 서로 상이한 주장을 폈다.

청주·청원통합 전 옛 청원군 지역의 토지주들과 개발업자, 부동산 중개업자 등은 ‘농촌지역 재산권 침탈하는 시의원은 즉각 사퇴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이 개정안을 반대했다. 그러나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은 무분별한 난개발 방지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개정안 원안가결을 주장했다.

옛 청원지역의 토지주들과 개발업자, 부동산 중개업자 등은 이 개정안의 이해당사자들로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했다. 반면 도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시민 다수를 위한 공익 차원에서 개정안 원안가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들 양 측 사이에 있던 청주시의회는 이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개발업자 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총 39명의 의원 중 찬성 16, 반대 22, 기권 1표로 이 조례 개정안은 없던 일이 됐다.
 

상임위 통과 뒤 본회의에서 뒤집혀

그러자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 행위에 제동을 거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조례안은 필요했다며 청주시의회의 잘못된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소수의 이익보다는 다수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할 시의회가 이해당사자들 편을 든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청주시의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거론하며 후반기에 변화하지 않으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질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개정조례안의 골자는 임야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평균 경사도 20도 미만에서 15도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또 입목축적도를 헥타르당 150% 미만에서 130% 미만으로, 표고차의 기준을 7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각각 강화하는 안이다. 입목축적도는 나무 부피의 합을 말하는 것으로 기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기준을 낮추는 것이다. 산 정상과 하단과의 고도차를 의미하는 표고차는 산 꼭대기에 건축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중 이번에 가장 관심이 쏠린 것은 경사도 문제다. 경사도를 15도 미만으로 강화하면 경사가 급한 임야는 개발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은 경사도 20도 미만이면 개발할 수 있어 청주시 외곽지역 임야 여기저기에 전원주택 등이 들어서고 있다.

이번 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김용규 의원(더불어민주당·바선거구)은 “청주시내 외곽지역을 가보면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발하느라 산 능선이 날아가고 우기 때는 전원주택단지에서 토사가 흘러 큰 문제가 되곤 한다. 2017년 청주 수해 때 가보고 이를 확인했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실효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사도 강화가 꼭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건설위원회에서는 평균 경사도가 15~20일 때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수정의결 했다. 상임위에서 수정 통과된 만큼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옛 청원지역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결집해 반대하면서 난개발 방지는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5월 26일 본회의가 열리는 청주시의회 복도에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사진/ 뉴시스
5월 26일 본회의가 열리는 청주시의회 복도에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사진/ 뉴시스

평균 경사도 관련 역사 훑어보니

평균 경사도와 관련된 논란의 역사는 오래됐다. 청주·청원통합 전 옛 청주시의 임야 개발행위 허가기준은 15도 미만, 옛 청원군은 20도 미만이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통합을 앞두고 옛 청주시와 청원군 담당자들이 15도 미만으로 강화하는 단일조례안을 당시 통합추진위원회에 올렸으나 유보됐다. 통합시의회 출범 전이라 통합추진위에서 조례안을 심사했다. 그 때 통합청주시의 조례안 900여건이 통과됐는데 2건만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당사자들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2014년 7월 1일 통합청주시가 출범한 후에는 조례없이 옛 청주시 지역에는 15도, 옛 청원군 지역에는 20도 미만을 각각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2014년 12월에 통합청주시 조례를 만들긴 했으나 양 지역의 단일안을 내지 못하고 종전처럼 각각 적용했다. 역시 개발업자 등이 반대했다. 그러다 민원이 생기고 단일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2016년 집행부에서 20도 미만으로 통일하는 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이것이 시의회에서 통과됐다. 올해들어 일부 시의원들이 바꿔보려고 했으나 또 실패한 것”이라고 저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2016년에도 시의회 내부에서는 15도와 20도 미만으로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사도를 강화하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반대파들이 나서 한 번도 성공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통합청주시가 출범한지 벌써 6년이나 됐다. 유독 임야 개발행위 허가기준에 대해서 옛 청원군을 배려해야 한다는 건 명분이 없다는 여론이다. 실제 임야가 옛 청원지역에 많다는 것 뿐이지 이 쪽 주민 다수가 개발을 원하는 건 아니다. 이는 경사도를 강화하면 손해를 보는 일부 개발업자들의 논리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그럼에도 신언식 의원(민·타선거구)은 지난 5월 26일 청주시의회 본회의에서 “통합시 청주상생발전안에서 협의한 게 있는데 이를 개정하면 옛 청원군이 소외되고 재산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상생발전방안 합의사항에 이런 내용은 없다. 또 박정희 의원(통·타선거구)도 청원군민들의 재산권 보호를 주장했다. 그는 전체 8명의 도시건설위원회에 옛 청원 출신이 2명밖에 안돼 이 조례 개정안이 충분한 논의없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전국의 시지역과 비교해 볼 때 청주시의 경사도 20도 미만은 느슨한 편이다. 다수 시민들은 조금 손해보고 불편하더라도 녹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요즘은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사람들이 많다. 소규모개발이 농촌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것도 아닌데 일부 기득권자들은 지역 소외론을 들고 나왔고, 다수 의원들이 동의했다.

하재성 의장(민·자선거구)은 조례안 개정을 반대했고, 차기 의장선거에 출마하는 최충진 의원(민·나선거구)은 이쪽 저쪽 눈치 보느라 그랬는지 기권했다. 이에 대해 소신이 없다는 비난이 일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현 청주시의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한 안이 벌써 본회의에서 몇 번이나 부결됐다. 시의회는 다수 시민들의 행복과 공익을 사익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대의기구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조례안을 부결시킨 시의회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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