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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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 재미없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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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강 희 편집국 부국장
   
이번 5·31 지방선거처럼 ‘재미없었던’ 적은 없었다. 마치 대학생인 한나라당과 초등학생들인 타 정당과의 싸움처럼 해보나마나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선거는 그 때 그 때 이슈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해야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함이 있는 법인데, 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한나라당 독주여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한나라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된 곳 중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온 곳도 있지만 어쨌든 선거기간 내내 한나라당의 파란 점퍼는 전국을 휩쓸었다.

그렇다보니 정책대결은 ‘김 빠진 맥주’처럼 싱겁기 짝이 없었다. 충북지역의 현안에 대한 어떤 이슈를 내놓아도 ‘한나라당 OK 열린우리당 NO’라는 부동의 구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매니페스토운동이고 TV토론회고 뭐고 냉담한 유권자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선거를 계기로 지역민들끼리 행정중심복합도시,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청주·청원 통합, 청주공항 활성화 등에 대한 토론이 자연스럽게 이뤄질만도 하건만 정책대결이 안되다보니 지역현안은 서류더미 속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치를 잘해서, 혹은 예뻐서 국민들이 표를 몰아준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선거전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싫어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못해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공공연히 말해 왔고, 이 게 사실이기도 하다.

정치허무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대신 6월 9일로 바짝 다가온 월드컵에 열광했다. 월드컵 선수들에 대해서는 취미, 특기, 가족관계, 전력 등 손바닥 들여다보듯 환하게 알면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들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도대체 자신의 지역구 기초의원 선거에 몇 명의 후보가 출마했는지도 모른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그런 사람들이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는 일찍 퇴근해 TV 앞으로 가고 ‘모든 것은 스포츠로 통한다’는 듯이 오로지 월드컵만을 외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월드컵보다 중요하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월드컵보다 훨씬 중요하다. 우리 지역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충북은 정우택 도지사 당선자를, 청주시민들은 남상우 청주시장 당선자를 선택했다. 정우택 당선자는 선거기간 동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한 추징금 3000만원·벌금 1000만원 판결, 출생지 허위기재 시비에 시달렸다. 그리고 남상우 당선자는 땅투기 의혹이 제기돼 한동안 지역이 시끄러웠다. 이에 대한 논란은 아마 선거가 끝난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당선자들이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고, 정우택 당선자의 출생지 허위기재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이 고발한 상태다.

어쨌든 정우택 당선자는 ‘BUY 충북’을 외쳤다. 세일즈 지사로 나서 국내외 대기업의 대규모 신규투자사업을 충북에 유치하고 도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또 남상우 당선자는 청주·청원 통합과 도심공동화 해소, 북부권에 시외버스터미널 설치, 서울~청주 전철로 연결하는 등 청주를 광역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모든 후보들이 화려한 공약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은 알고 있다. 이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매니페스토운동이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기록으로 남은 공약은 지켜야 한다.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결과를 알고 시작한 5·31 지방선거는 정말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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