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커뮤니티 마을 ‘소소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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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나는 커뮤니티 마을 ‘소소다향’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6.18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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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최초의 마을법인 전원단지, 집은 주민공동지분의 법인소유
성공비결은 각 주민의 개성 인정하고, 갈등은 대화로 푸는 시스템

포스트 아파트바람이 분다

주민이 만든 마을

 

커뮤니티 공간에 모인 ‘소소다향’ 사람들 /육성준 기자
커뮤니티 공간에 모인 ‘소소다향’ 사람들 /육성준 기자

청원군 청원구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뒤 편에는 조그만 전원주택 단지가 있다. 지인 8명은 아로니아 밭 3000평을 매입해 건물 8채를 짓고 소다마을이라고 이름 붙였다. 마을 주민 이현석 씨가 SNS상에 소소한 마을 이야기들을 소개하며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다마을보다는 소소다향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소소다향은 더 적은 소유, 더 많은 향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컨설턴트, 건축가, 엔지니어, 회계사, 디자이너, 은행원 등 각기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마을조직에 합류했다.

그래서 소소다향은 마을이지만 개별 집주인이 없다. 3000평을 한 필지로 마을법인인 소소다향에서 소유한다. 주민들은 각자 지분을 갖고 마을법인에 참여한다. 지금까지 충북에서는 소소다향과 같은 형태의 마을단지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소다향의 실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민 이현석 씨는 법인이기 때문에 누군가 개인사정으로 집을 팔고 싶어도 마을의 회의를 거쳐야 한다. 처음에 이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구성원들이 매주 만나 의견조율을 했다. 혹자는 잘 되겠냐며 되묻기도 하지만, 우리가 이런 절차를 만든 이유는 누군가 마을을 떠난 뒤 다른 누군가 들어와 마을 공동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인끼리 마음을 맞춰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희생도 필요하다. 이에 소소다향사람들은 건축을 시작하기 6개월 전부터 매주 만나 마을의 취지, 운영규칙, 회의절차 등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함께 가꿔가는 소소다향 마을 /육성준 기자
주민들이 함께 가꿔가는 소소다향 마을 /육성준 기자

 

마을 자랑거리 다향

 

소소다향은 매주 일요일 오후 8가구 주민들이 모여 마을일을 한다. 잔디를 깎고, 나무를 심고, 수영장 물청소를 하는 등 그때마다 필요한 일을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일이 끝나면 마을회관인 다향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다향에는 주민들의 취미를 반영해 스크린골프장, 당구장, 악기연습실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주민들은 다향을 자랑거리로 여긴다. 한 주민은 전원주택에 마을회관 짓는 건 마을법인이니까 가능한 일이다여름, 겨울 덥고 추울 때는 주민들이 대부분 다향에 모여 함께 논다. 5학년, 4학년, 2학년 등의 아이들은 서로 나이는 다르지만 다향에서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며 구성원들을 삼촌, 이모로 여기고 성장한다. 그래서 우리 마을은 삼촌, 이모들이 많은 대가족 같은 곳이다고 소개했다.

다향에서는 다호공방, 창작연구소, 북클럽, 밴드,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을 주민 외에도 공동체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많이 참여한다.

최근에는 다향한 쪽에 업무공간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구성원들이 집에서 일을 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2층 한편에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서 집에서 일하기 힘들때는 회관에 나와서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커뮤니티 공간에 갖춰진 게스트하우스, 당구장 등 주민편의시설 /육성준 기자
커뮤니티 공간에 갖춰진 게스트하우스, 당구장 등 주민편의시설 /육성준 기자

 

 

협력하니 비용은 저렴

 

소소다향의 집들은 모두 경량철골과 벽돌로 만들었다. 외형상으로 모두 똑같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각자의 개성을 담아 집에 이름을 붙였다. 아이들과 회사 이름을  딴 유안’ ‘지혜네’ ‘나래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의 담소재’, 매화가 만개한 매화당’, ‘ 해화당',오소락등이다.

외모가 같은 덕분인지 건축비용은 평당 230만원으로 평균보다도 적게 소요됐다. 또한 내부설계는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설계비 없이 진행했다. 덕분에 건평 48평의 집 안은 저마다 취향을 반영해서 가지각색으로 꾸몄다.

또한 집들은 널찍한 정원을 공유한다. 정원 한 쪽에 마련한 바비큐 파티장, 연못, 캠프파이어 공간 등은 주민들이 구슬땀을 흘려 조성했다. 인근에는 주민들이 경작하는 옥수수 밭도 있다. 마을법인은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고 수익금을 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주민 이현석 씨는 소소다향이 만들어진지 이제 1년이 넘었다. 마을 계획부터 지금까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시스템을 만들고 보니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끼리 꼭 마음이 맞을 필요는 없다. 서로를 인정해주면 된다앞으로 소소다향은 마을기업으로 가꿔갈 계획이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마을이 하나둘 생겨나 마을 연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소다향과 관련된 이야기는 SN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소다향 마을입구 /육성준 기자
소소다향 마을입구 /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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