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추억을 꺼낸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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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추억을 꺼낸 선생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6.18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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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광규샘의 추억' 개설하고 동영상 235개 올려
1995~2002년 7년 기록 재생…아이들과 약속 했던 일
인터뷰/ 정광규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
최근 25년 전 아이들의 기록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이 과거 자신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25년 전 아이들의 기록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이 과거 자신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충청리뷰_박소영 기자] 25년 전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건져 올린 이가 있다. 정광규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은 한 달 전 유튜브 채널 <광규샘의 추억>을 개설했다. 현재 동영상 235편이 올라가 있다.

그는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진천 상산초, 교원대부설 월곡초에서 만난 아이들의 영상을 올렸다. 워낙 카메라 다루는 걸 좋아했다. 수학여행이나 특별한 학교 행사가 있을 때 늘 어깨에 카메라를 멨다. 초창기 카메라는 무척 무거웠다. 어깨가 아파도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다.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기록하고 싶었다.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은 건 영상을 찍으면서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25년 전 추억을 꺼낸 이유는 영상을 찍으면서 당시 아이들과 한 약속 때문이었다. “과거 필름은 재생이 안 된다. 올해 초 디지털화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문가에게 맡겨 변환을 마치고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과거에는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려면 일일이 테이프를 구워줘야 했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접속할 수 있다.”

25년 전 잠자리 안경을 쓴 앳된 얼굴의 정 원장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인데 선생님이 찍은 영상을 우리집에서 보여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25년 후에나 보자.” 그 때 정 원장의 나이는 34살이었다고.

 

유튜브 채널 '광규샘의 추억'엔 1995~2002년에 담임을 맡았던 진천 상산초, 교원대부설 월곡초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유튜브 채널 '광규샘의 추억'엔 1995~2002년에 담임을 맡았던 진천 상산초, 교원대부설 월곡초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학교 현장 생생하게 그려

 

영상에선 과거의 학교가 재생된다. 운동장에서 불주사를 맞는 장면, 수학여행 버스 안, 학교 교실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실과수업을 할 때는 아이들과 음식 만들기를 했다. 핫도그를 만들고 밥도 지어먹었다. 자연학습원이나 보람원으로 체험학습을 갈 때 찍은 영상도 있다. 유독 4학년과 6학년 담임을 많이 맡아 수학여행을 갈 기회가 많았다.”

영상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를 통과했던 이들에겐 아련한 감동이 밀려온다. 특히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미래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서툴기도 하고, 야무지기도 한 꿈들을 만날 수 있다.

유튜브 채널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영상에 직접적으로 등장한 제자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내가 가르친 제자는 아닌데 다른 반 아이가 영상을 보고 댓글을 남겼다. ‘눈물이 난다는 글이었다. 제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본다면 많은 감정이 밀려올 것 같다. 작은 선물처럼 전해주고 싶다. 지나간 영상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잘 살고 있는지 걱정도 되고 자신의 꿈대로 살고 있는 지 궁금하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교육 매진하고파

 

정 원장은 41년 교직경력 가운데 25년은 장학사 및 연구사, 장학관으로 지냈다. 청주교대를 졸업하고 1990년에 교원대 대학원에서 기술적인 교육방법론에 대해 석사를 할 정도로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다. 유튜브에 기왕 눈을 떴으니 퇴직 후에는 눈높이에 맞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고 싶다. 파이썬을 요즘 독학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스크래치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데 확장성이 좀 떨어진다. 파이썬을 초등학생,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재를 만들고 싶다. 퇴직 후에는 그 일을 하려고 한다.”

정 원장은 장학사 시절 지금의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을 처음 설계했다. 그는 내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원장으로 부임한지는 2년 정도 됐다. 내가 처음 설계한 장소에서 원장까지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지금의 아이들이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주인이 아니라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비유한다.

요즘 아이들이 게임을 잘하는 것을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으로 생각한다. 엄청난 오해다. 프로그램 언어를 익히지 못하면 컴퓨터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쉽게 축구게임이 있다고 치자. 프로그램 언어를 모르면 축구공을 내가 몰고 다니는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공을 쫓아다녀야 한다. 그 차이를 꼭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퇴직 후에도 그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전해주고 싶어한다. 정 원장의 두 번째 유튜브 채널은 파이썬프로그램에 관한 것이다. “남은 여생 아이들과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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