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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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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 충청리뷰
  • 승인 2020.06.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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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시민사회 형성 과정에서 여성은 우선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공적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들였다. 참정권, 교육권, 직업권 등의 획득은 그 덕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참정권운동이 없었지만, 1898년 9월1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 ‘여학교 설시통문(여권통문)’이 나왔다. 이름도 없이 이소사, 김소사라는 서울 북촌 양반집 여성들이 주도해 발표한 이 날은 올해부터 법정기념일 ‘여권통문의 날’로 기리게 되었다.

20세기 후반에는 제도정치 참여를 넘어서 정치의 개념 자체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공·사 영역으로 분리된 성역할 장벽을 깨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라는 구호가 나왔다. 이 말은 서구에서 들어온 것이지만, 이제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영어권에서도 누가 이 말을 제일 먼저 했는지는 사실 분명하지 않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68혁명 이후다. 68세대는 사회경제 구조에 집중했던 구좌파와 달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위계와 차별에도 주목했다. 그중에도 미국의 젊은 여성들은 참정권을 행사한 지 수십 년이 지났고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선진국이지만, 여성은 여전히 이등시민이라는 ‘현타’가 오자 이 구호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구호의 의미는 여러 겹으로 두텁게 해석되었다. 개인의 선택으로 여겨진 연애, 결혼, 출산, 육아 등도 사실은 사회와 관습의 영향을 받는다. 그 외에 일상 영역에 속한다고 사소하게 취급되는 이슈도 사실은 노동운동이나 시민권만큼 중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은 요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30대 여성이 처한 현실을 세밀하게 묘사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열병 같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배경을 헤아릴 때도 도움이 된다.

소설가 한강은 작년 스웨덴의 국제도서전 세미나에서 “애초에 우리는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구분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서 자신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한 개인의 내면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치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개인적 취향인 육식에 대한 태도를 가부장제 구조와 연결시킨 작가의 혜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거슬러 올라가면, 1983년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내 폭력과 성폭력의 희생자들에게 그들이 겪는 문제는 개인 책임이 아니고 사회구조적인 것임을 일깨워줌으로써 폭력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나설 용기를 주겠다는 창립선언문을 발표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방식은 전과 달라졌다.

실천 측면에서 보더라도 개인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분리되지 않는다. 개인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라이프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기 생활 속에서 실행해야 할 과제가 된다. 68혁명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한 정치란 단지 정치세력의 전복과 권력 장악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의 삶에 기반을 두고 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길 바랐다.

독일 녹색당의 창립 멤버인 페트라 켈리는 68세대가 낳은 대표적인 정치인이었다. 켈리는 어린 여동생을 암으로 잃은 아픔을 계기로 반핵운동에 입문해서 풀뿌리 기반의 평화운동, 환경운동을 이어갔다. 시민운동가로서 그가 즐겨 사용한 구호도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였다.

사적인 개인과 공적인 정치인 사이의 관계를 수평하게 이으려는 시도는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마도 그래서 진보 정치인에게 유독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거나 시민단체에 과도한 헌신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슬라보이 지제크는 68혁명의 또 다른 구호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몹시 부담스러운 말이지만, 그래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남희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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