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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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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현 도안공동체 대표

   
농촌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첫 번째로 하는 질문은 뭐하고 살 것이냐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농촌의 현실이 어떤지 살아보지 않고서도 다들 잘 알고 있다. 농사를 지어서는 먹고 살 수 없고, 학교가 폐교되는 마당에 자식교육을 위해 농촌을 찾을 이유도 없는 것이고, 문화적으로 누릴수 있는 것도 적고, 친구삼아 지낼수 있는 젊은사람도 모두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는 마당에 농촌을 찾아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자연을 그리워하고 경쟁적인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고픈 갈망이 커지는 시대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고프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끔 찾아와 위안을 얻고 가기도 한다.

며칠 전 손님이 많이 오셨다. 안동에서 농촌을 위해서 일을 하고 농촌에서 살아보겠다고 내려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힘이 빠지지 않고 살 수 있겠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하는지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 왔다. 이구동성으로 시골에 젊은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하겠고 인구도 많이 줄고 노령화되어 참으로 생기있게 살기가 어렵다는 것에는 모두가 마음으로 동의를 했다.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지내느냐? 여기서 사는 것이 어떠냐? 를 묻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이삼십대에는 삶의 명분이 뚜렷해야 했다. 민주주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던가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며 쟁취하는 일에 목숨을 걸어 본다든가 자신을 투신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뚜렷해야 했고 시대가 명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누군가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와 명분과 나의 의지를 설명하느라고 애쓰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런시간을 보내고 났으니 지금은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농촌에서 무엇을 하겠는가? 그냥사는 것이지.
농사짓는 어르신들의 손놀림과 발길을 곁눈질해가며 자기 먹을거리나 조금 만들면 다행이고 애써 늘려놓은 가방끈과 배운지식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이십사절기 그 마저도 그때그때 무엇을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찌 농사를 짓고 먹을 것을 얻으려하겠는가? 그도 욕심이고 그저 남들은 집안의 마당이라고 부르는 텃밭도 내게는 너른 농장이 되어 가지가지 심어놓고 가꾸면서 제 한목숨 굶지 않고 사는 연습을 해야할 처지가 되었는데 무슨 글자 조금 읽었다고 농촌을 위해서 무엇을 한다고 계획을 하겠는가말이다.

이곳에서 4년을 지내면서 이제는 이런저런 명분도 사라지고 그냥 사는것도 참으로 기적에 가까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이웃과 더불어서 잘 살다보면 사람도 놀러오고 모이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좋은 생각이 나누어 지게 되고 그 마음이 모아져서 일이 되는 것이지 조금 힘이 있다고 지식이 있다고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닌거다.
성공의 잣대가 숫자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농촌에서 무엇을 하기위해 산다면 변할것이 없다.

얼마나 큰 밭을 가지고 있느냐 무엇을 얼마나 심고 거두느냐를 묻는다면 나는 참 한심한 사람이다. 마당의 작은 텃밭에다가 열두가지도 넘는 작물을 조금씩 심어놓고 농촌에서 살고 있다고 하고 있으니 할말이 없다. 나만의 생존 비법을 서서히 터득해가면서 나는 논도 밭도 없지만 여러 개의 자연산 슈퍼를 가지고 있게 되었다. 산으로 가면 온갖 먹을 거리가 지천인 잔치상이 늘 차려져 있다. 온갖 산나물과 열매와 뿌리가 지천에 있는데 게으른 탓에 부지런히 품을 팔아야 얻을수 있는 이곳에서 못먹고 있는 자신을 탓해야 한다.

그저 해뜨면 일어나 일하고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채취하고 얻어오면서 산나물의 효소에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열심히 터득하는 것이다. ‘오디가 검붉게 익었으니 내일 새벽에는 따러가자’고할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따온 오디를 내놓으며 나는 내일 폼을 잡게 될것이다.

귀농하여 산다는 것이 스스로 몸을 움직여 부지런히 품을 팔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어야 하는데 어쩌면 나같은 사람은 폼을 팔아 먹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잠시라도 몸을 편하게 하면 땅을 뒤덮어버리는 잡초들처럼 조금만 방심하면 폼을 잡고 시골살이를 살게 되고 마는것은 아닐지 날마다 이른새벽 마당의 풀을 뽑으며 내마음의 잡초를 뽑아낸다. 품팔기 보다는 폼잡고 싶은 그 마음의 잡초를…

“그냥 사는사람들이 무슨 말이 많겠는가? 그냥 살면 되는 것이지”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오늘도 그냥 살아가지 못하고 무엇을 하고 살것인가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찾고 있는 폼생폼사하는 내가 되어가는 것이다.
정직하게 품을 팔아 먹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품을 팔아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일인지 누구에게나 폼을 잡게 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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