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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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살사람...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6.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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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수 사회부기자
   

요즘 TV를 켜면 CF광고에서부터 월드컵 열기를 느낄 수 있다. 광고의 대부분이 ‘축구’와 관련된 광고이기 때문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가 독일 월드컵에서 재현되길 바래서 일까(?) 아니면 애국심을 가장한 상혼이 시청자들을 농락하고 있는 것일까(?). 축구가 아니면 그 야말로 코드가 맞지 않는 지경이다.

‘끝나지 않은 신화, 하나된 한국’. 독일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의 슬로건이다. 4년 전 길거리 응원전으로 하나됐던 국민들에게 그날의 기쁨을 다시금 안겨 주겠다는 선수단의 다부진 각오가 물씬 배어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세상이 온통 월드컵 열풍에 휩싸여 있을 때에 뜬금없이 기자가 ‘법 없이도 살사람’이란 화두를 던졌는지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기자는 최근 청원군 내수읍 초정리 광천탕 개발권을 둘러싼 잇단 송사를 제보 받아 취재했다.

이들은 그 야말로 기자에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선현들의 말을 다시금 생각케 했다. 한 때 호형호제 하던 이들이 서로간의 ‘룰’을 깨면서 법 없이는 못사는 사람들이 됐기 때문이다. ‘형제계’까지 하던 이들 사이에 ‘분쟁의 씨앗’은 역시 온천개발권에 대한 소유지분 욕심에서 시작됐다.

대화가 단절 돼 서로를 오해하고 한 다리 건너 사람을 만나면서 ‘법의 심판’ 없이는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빌려 준 돈을 되돌려 받았을 뿐인데 왜 사기꾼… 그래 너 한번 당해 봐라” “물구멍은 안된다고 했는데… 그것 없이 이 땅은 무용지물” “개업떡에 왠 휘발유 냄새… “

소송의 한 당사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과 연루된 송사가 10건은 된다며 자랑처럼 늘어 놓았다. 그런데 이 당사자와 관련해 기자가 제보받은 사건만 협박, 사문서위조, 폭력등 5건에 이르니 그야말로 이 사람은 ‘법 없이는 못사는’ 송사 만능주의에 빠져있다.

사실 이들에게도 한 때는 축구 경기처럼 일정한 룰이 있었다. 신성한 축구경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장 원초적인 경기가 축구’라는 한 체육인의 말처럼 그야 말로 정글의 법칙에 사는 광천탕 새주인과 그 주변인들을 바라 보며 ‘하나된 한국’이 아쉽기만 하다.

우린 좋은 이웃을 일컬어 ‘법 없이 살 사람’이란 관용구로 지칭한다. 그러나 집단 이기주의나 정치적 필요 때문에 법과 원칙을 보란듯이 어기며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근래에 줄을 잇는 것을 보면 ‘법 없이 살사람’은 오늘날 두 부류가 아닌가 싶다.
이웃에게 할 도리와 예의를 다하고 살기 때문에 법 없이도 살 사람과 자기 이익을 위해서 필요에 따라 서슴없이 법도 없이 사는 사람이 그것이다. 아쉬운 것은 첫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점차 사라지는 반면 두번째 부류의 사람들만 넘쳐 나는 듯한 현 세태이다.

사실 다원화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을 교통정리 할 대안이 ‘법과 원칙 이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의 갈등과 분쟁이 가져올 비용증대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한민국’을 한 목소리로 외쳤듯이, 이제 우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청주지법의 한 관계자가 사법부의 인력 낭비를 위해 활성화 돼야 할 것이 ‘화해·조정제도’라고 말한 것을 이쯤이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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