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대체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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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대체 어디로 가나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7.02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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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분류업체가 종류별로 업체에 보내 자원화
업체들 채산성 악화로 수거불가 확산 ‘8월 쓰레기 대란’ 예고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예고됐다. 그동안 재활용품 처리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맡겨졌다. 정부는 수익이 난다는 이유로 문제를 민간업체에 일임하다시피 했지만 이제 수익의 끝에 봉착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고는 계속됐고 2018년에는 현실로 다가왔다. 당시에 온 동네가 비닐과 플라스틱, 스티로폼으로 가득찼다.

원인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지목됐지만 전문가, 환경운동가들은 그동안 부재했던 우리사회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문제 삼았다. 피해는 주민이 떠안았고,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분리수거 하지 않으면 과태로 100만원을 물리겠다고 엄포했다. 결국 일선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서는 수거업체가 도산해버리자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2018년 쓰레기 대란을 겪으며 국민들은 우리나라 재활용품 처리 시스템의 민낯을 봤다. 언젠가부터 쓰레기 재활용률 세계 2위라고 자랑스러워했지만 결국 시장이 붕괴되면 함께 무너질 사상누각이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때의 악몽이 재연되려 한다.

-편집자 주-

 

 

“8월이면 쓰레기 대란이 온다. 지금도 재활용품을 팔지 못해서 재고가 쌓여간다. 결국 공간이 부족해 돈 안 되는 것부터 소각장에 넘기느라 회사는 빚을 지고 있다.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이대로 가면 결국 문 닫는 일밖에 남지 않는다고 한 쓰레기 수거·선별업체 대표는 절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쓰레기 수거 업체들은 이로 인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약 1.5배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청주시 공동주택의 재활용품 수거량은 평균 1200톤이었다. 이를 수거·선별 업체에서 나눠 보관·판매하는 역할을 해왔다. 업체들에 기대어 정부·지자체는 단독주택 등의 쓰레기 처리에만 집중해왔다. 공공 광역소각장, 공공 선별장 등의 수거 시스템도 그 수요에 맞춰져 있다.

민간에 맡겨진 쓰레기들은 종류, 재질 그리고 수익성에 따라서 다양하게 관리됐다. 폐지는 수거·운반업체에서 압축상으로 갔다가 제지회사로 옮겨졌다. 제지회사는 무게를 달아 폐지를 구매했다. 하지만 점차 폐지가격이 떨어지며 수익성이 악화되자 지금은 무게에서 20% 빼고 값을 쳐준다. 재질이 물에 젖기 쉽고 이로 인해 무게가 증가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폐지 재활용률은 86%로 높은 편이었다. 동네마다 사람들이 폐지를 모아 판매하는 시스템도 구축됐다. 하지만 올 초부터 폐지 값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이젠 폐지줍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가격 ‘0’으로 수렴

 

다른 품목도 사정은 비슷하다. 폐의류는 수거업체들이 수집상을 통해 구제의류, 해외수출상에게 판매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끊기면서 현재 청주지역 폐의류 업체는 한 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폐업내지 휴업했다. 그동안 수익률이 좋았던 폐고철도 마찬가지다. 철은 제조업의 근간이기 때문에 재고조차도 쓰임새가 크다. 그래서 늘 수요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갑작스럽게 채산성이 악화됐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음모론도 제기한다.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제철회사들이 국내 폐고철을 매입해 비축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입량이 크게 줄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제품을 먼저 받아들여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돈 되는 품목들의 가격이 점차 하락했다. 마지막 보루는 폐스티로폼으로 만든 잉고트였다. 잉고트는 건축자재, 토양개량제 등으로 널리 쓰인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가격이 하락한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이 폐스티로폼 잉고트 시장에 밀접한 영향을 끼쳤다. 유가하락은 잉고트 뿐 아니라 겨우 채산성을 유지하고 있던 폐플라스틱 처리시장에 직격탄을 날렸고 이제 신제품이 더 싼 상황에 이르렀다. 재활용 쓰레기 시장에 전반적인 수거불능 사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대책 미흡

 

쓰레기 수거책임은 정부·지자체에 있다. 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지자 환경부는 57일부터 페트(PET) 재생원료에 대해서 시중단가의 50% 가격에 선매입을 시작했다. 재활용업계가 당장 비축량을 줄여 유동성을 확보하고 유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환경부는 520국내 폐기물 재활용 촉진을 위해 수입이 제한되는 폐기물 품목 고시를 통해 폐플라스틱(PET, PP, PE, PS)의 수입을 금지했다. 이번 대책은 규제심의를 거쳐 다음달 시행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환경부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정부 비축량이라고 해봤자 약 한 달간 국내 배출 총량인 1만톤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우리 주변에는 쓰레기가 쌓여간다. 몇몇 공동주택들은 수거업체가 도산하면서 이미 곤경에 처했다. 청주 분평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6월 초 거래하던 수거업체가 도산하면서 온 아파트가 쓰레기장이 됐다. 폐플라스틱을 쌓아둘 곳이 없어 지하주차장에까지 적치했다다른 업체로 바꾸며 문제를 해결했지만 앞으로 같은 상황이 일어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모든 업체들이 수거불능에 빠지고 1주일이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조만간 현실이 될 전망이다. 2018년 쓰레기 대란 이후에는 폐비닐 등 몇 몇 품목이 자원순환을 하지 못하고 소각장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품목이 그렇게 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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