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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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효과
  • 한덕현
  • 승인 2020.07.0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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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윤석열이 어느덧 대권후보로 회자되는 것을 보면 역시 우리나라 정치는 참 역동적임을 실감한다. 전임 대통령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감옥으로 보내지는 한국의 정치문화에 대해 몇 몇 외신들이 “민주주의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고 보도하며 부러워했던 것을 이해할 만도 하다. 여야가 끝없는 정쟁을 벌이고 또 지난 총선에서도 확인됐듯이 집권세력과 이에 반하는 언론 사이의 적대적 반목은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이 아직은 건전하다’는 것을 시사하고도 남는다. 제 아무리 선한 권력도 견제받지 않으면 언젠간 썩는다.

다만 윤석열 대망론은, 정작 본인의 뜻이 무엇이든 좀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졸지에 미래통합당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나라 시대의 화두 '조주전어(趙州轉語)'를 인용, “검찰의 업무와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고 일침한 것을 윤석열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주호영이 내심 말하고자 했던 것처럼 ‘진흙으로 빚은 불상은 물에 들어가면 녹으므로 물을 건너지 못하고 쇠로 만든 부처는 화로에 녹으므로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며 나무로 만든 부처는 불에 타므로 불을 건너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윤석열이 지금까지 강골의 원칙주의자로 직책을 수행하며 또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법적으로 잘 편제되어 보호받는 ‘검찰’이라는 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조직의 힘으로 행동했고 그 정점인 수장에까지 올랐지만 이제부터는 안 그렇다. 본인의 이미지를 계속 곧추세우려면 앞으로는 조직이 아닌 개인의 ‘결단’에 더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우려가 최근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났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추미애와의 핑퐁게임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자 그는 일반인들은 존재조차도 잘 몰랐던 전문수사자문단이라는 카드를 꺼냈고 이 것이 막히자 전국 검사장회의를 긴급 소집했는가 하면 이젠 자신의 거취와 관련,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런 식이라면 그에게 붙어다니는 ‘검찰주의자’라는 오명을 더 부추길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검찰주의자가 아닌 헌법주의자와 인권주의자가 되어 검찰개혁을 이루라는 국가적, 시대적 소명을 거역하는 거나 다름없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까지 각을 세우며 검찰권을 지키려 했다면 이후의 처신은 ‘어찌해야 할까요’가 아니라 ‘나를 따르라’가 정답이다. 지금까지 그가 해 왔던 것처럼 사족과 군더더기가 필요없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한테도 예의가 된다. 주호영이 말한 ‘검찰의 업무와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도 시의적절한 의미를 갖는다. 다른 건 몰라도 부인과 장모문제는 그가 앞으로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든 두고두고 주홍글씨로 따라붙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윤석열이 대권감으로 거론되는 만큼 그는 검찰이라는 권역 밖으로도 분명 파급을 미치고 있다. 당장 차기 대선 구도에 대한 갑론을박을 구체화 했고 이에 편승해 우리 지역의 다음 지방선거와 관련한 얘기들도 특정인물들이 거론되며 목하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대선과 관련해선 다음에도 진보정권이 이어질지 아니면 보수가 다시 정권을 탈환할지가 사석의 단골 이슈(?)가 됐다. 지방선거에 대해선 한범덕 청주시장이 도지사에 출마할지와 그대로 3선에 도전할지가, 김병우 교육감이 또 출마해 역시 3선에 나설 것인지가 요즘 특히 궁금해지는 것이다. 3선의 만수(萬壽)를 누린 이시종 지사의 후임자가 궁금한 차기 도지사 선거 또한 근래 ‘노영민 변수’로 많은 이들의 입줄에 오른다.

어차피 차기 대선(2022.3.9 예정)과 지방선거(2022.6.1. 예정)는 채 2년도 안 남았기에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미 선거정국에 돌입하고도 남았다. 국가적 낭비를 막기 위해 두 선거를 동시에 치르느냐 마느냐가 조만간 현안으로 부각되겠지만 지금으로선 이보다 더한 관심거리도 없다. 최근에 불거진 여러 여건 때문에도 그렇다.

코로나의 성공적 방역으로 한 때 70%대를 기록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0~40%대로 추락하고 있고 이른바 게임도 안 되던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도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윤미향 사태를 계기로 진보와 시민단체가 여론상의 생채기를 입은 것도 다음 대선과 지방선거에선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목적이 옳다고 해서 그 과정의 일탈까지도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정책의 실패는 여론의 부침, 예를 들어 지금 나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시나브로 잊혀져 다시 좋아질 수 있지만 ‘도덕성’에 대한 국민 배신감은 쉽게 불식되지 않는다. 윤미향 파문과 근자의 청와대 참모등 고위 공직자 부동산 추문은 ‘진보’에게 부인할 수 없는 악재가 된다. 진보권력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적 진보인식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진보나 시민운동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善)과 정의(正義)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 지역에서도 몇 몇 시민운동이 어느덧 관변 세력이 된 것에 대해 여론은 매우 부정, 비판적이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대선이든 지방선거든 다음 선거에선 언행일치의 후보들이 주목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이념보다는 국민들의 삶의 질, 과거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 초점을 맞추는 정당과 후보가 선택받을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통치와 정치에 있어 양 극단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보수와 진보정권을 번갈아 겪으며 소위 좌우 진영으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국정의 실체를 온몸으로 체험한 이상 이젠 국민 스스로가 ‘국가’와 ‘나’ 사이의 관계를 나름대로 정립했다고 보면 된다. 최근 젊은층들을 상대로 한반도 통일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 그동안의 통념을 무색케 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봐도 그렇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답변이 우세하게 나온다. 보수가 가진자와 기득권의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면 앞으로도 절대 정권을 잡지 못하는 것처럼 진보가 지금처럼 정직하지 못하다면 역시 정권 재창출은 물건너가게 된다.

이를 2년후 지방선거에 빗대면 김병우 교육감과 한범덕 청주시장이 3선을 욕심부리느냐 마느냐가 궁금한 게 아니라 과연 그들이 약속했던 언행일치를 보였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정직, 도덕성을 실천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 것만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다면 3선이 아니라 10선을 욕심내도 괜찮다. 나는 이 것을 윤석열 효과라고 본다. 그가 그렇게 강직하다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어야 할텐데.....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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