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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헌법을 이야기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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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헌법을 이야기 할 때
  • 충청리뷰
  • 승인 2020.07.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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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상 청주대 법학과 교수
조한상 청주대 법학과 교수

 

국가의 귀환, 정치의 소환, 지자체의 재발견. 며칠 전 ‘코로나 시대 한국사회의 질’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들은 말이다. 듣자마자 무릎을 쳤다. 포스트 코로나를 전망하며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말만큼 정확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점점 더 우리의 생존과 생활을 국가나 지자체의 행정권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의 더 많은, 더 새로운 역할을 기대할 것이다. 그것에 때로는 힘을 실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실망도 할 것이다.

이는 동시에 큰 시장, 작은 정부를 주창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시장과 기업은 파국적 위기가 도래했을 때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대량 해고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물론 기술혁신을 통해 백신이나 치료약을 개발하는 선봉에 서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빨리 개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골고루 수혜를 입기 위해서는 다시 국가가 나서고 세금을 쓰는 방법 외에는 없다. 마스크 대란과 공적 마스크의 기억을 떠 올려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말은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미 체감하고 있다. 이른바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유력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격세감이 느껴진다. 바로 몇 개월전까지만 해도 이 말을 입에 올리면 세상 물정 모르는 몽상가, 심하면 공산주의자 소리 듣기 딱 좋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AI와 로봇, 그리고 감염병의 삼중주는 인간 노동자의 설 자리를 더더욱 줄여버릴 것이다. AI와 로봇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역시 국가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나 정치권력도 시장만큼이나 위험한 존재라는 점이다. 유사 이래 권력자들은 더 크고 강한 권력을 위해 우리 안의 적을 만들고, 적개심을 부추기고, 정적을 짓밟는 DNA를 물려받고 있다.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19세기 영국의 액턴 경이 한 이 말은 21세기에도 변함없이 통용된다. 자원의 배분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혹은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국민들은 자신의 자유와 권리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전체주의화 경향이다.

국가에게 더 많은 역할을 맡기면서도 그것이 부패하고 전체주의화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은 없을까?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아무리 강한 권력이라도 건드릴 수 없는 최소한의 자유영역을 설정해 두는 것이다. 두 번째, 애초에 선의를 가지고 국민의 편에 있는 권력만을 허락하는 것이다. 앞의 것이 자유주의 이념이라면 뒤의 것은 민주주의의 이념이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선언하고 확인함으로써 군주제와 파시즘 그리고 군사정권에 저항하고 극복해 왔다. 그 역사적 기록이 다름아닌 헌법이다.

이것이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 헌법이 이전보다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헌법을 뜬 구름 잡는 지루한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에는 필자와 같은 헌법학자의 책임도 클 것이다.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헌법은 법정에서 이기기 위한 테크닉 이상의 것이다. 헌법은 전문가가 가르치면 일반인이 듣고 배우는 지식 그 이상의 것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함께 읽고 대화하는 소재이자 공간이며,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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