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절실한 이벤트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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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절실한 이벤트업계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7.0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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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0’ 충북이벤트업체,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하며 생계유지
타지자체 ‘온라인’, ‘드라이브 스루’로 행사추진, 충북은 대책미흡

코로나19의 늪에 빠지다

문화행사 취소로 업체 도산위기

 

청주시 서원구에 위치한 이벤트업체의 공동창고 /육성준 기자
청주시 서원구에 위치한 이벤트업체의 공동창고 /육성준 기자

 

독일에서는 지난달 23빛의 밤(Night of Light)’ 시위가 열렸다. 시위는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이 중단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벤트 산업 종사자들이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며 시작됐다. 독일 내 약 8900곳의 건물에서 이벤트업 종사자들의 열정을 의미하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벤트업계의 붕괴는 전 세계적인 이슈다. 우리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청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종합 이벤트회사를 운영하는 이광용 대표는 “5월이 성수기다. 평균 13000만 원 정도 매출을 기록하는데, 올해는 딱 100만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올해 윤달이 껴서 묘 이장하는 사람들이 천막과 의자를 빌려가서 발생한 매출이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이벤트협회 충북지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현재 출장뷔페, 사진관, 꽃집 등 관련 업체들을 제외한 순수 이벤트회사들만 충북에 약 150곳이 영업 중이다. 종사자들은 약 700여명 정도로 봄철 행사가 취소되면서 이들의 살길이 막막해졌다. 일부는 낮에는 택배를 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2~3명씩 직원을 두고 영업하던 이벤트업체들은 모두 비슷한 처지다.

금호 이벤트의 경우에는 3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이들에게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직원들은 유급휴직 상태로 3월에는 기본급의 75%가 지원됐고, 8월까지는 기본급의 90%가 지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8월 이후다.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가면서 정부는 아직까지 8월 이후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몰라 막막

 

업계 특성상 기본급만으로는 살 형편이 못된다. 대다수 이벤트 업체들이 기본급은 낮고 성과급이 높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성수기인 봄, 가을에는 급여의 400% 이상씩 상여금으로 지급해 연봉 4000만원 내외를 맞추고 있다.

결국 기본급의 90%만으로는 직원들이 가정을 꾸려갈 수 없다. 이 대표는 직원들의 기본생활비라도 맞춰주기 위해 직원 한명 당 120만원씩 급여를 준다. 여기에 장비 할부금, 리스비용 등으로 빠져나가는 고정비용을 합하면 한 달에 약 1200만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매출도 없다. 이벤트업계에 재앙으로 불렸던 2009년 신종플루 사태때보다도 더 처참하다. 당시에는 가을철 문화관광축제 27개 중 13개는 운영됐다. 하지만 지금은 전면 취소다.

하반기를 여는 8향수 옥천 포도축제가 농산물 축제 중 처음으로 취소됐다. 연달아 복숭아축제도 취소되면서 하반기 행사 추진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형행사가 취소되면 동창회등 모임에서 하는 행사들도 연쇄적으로 취소된다. 그래서 협회는 지난달 23일 충북도에 행사를 취소하지 말아달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는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문화·예술·이벤트산업은 별다른 대책이 없어 매우 어렵고 힘들다. 코로나블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문화·이벤트가 필요하다. 여러 방법을 모색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이광용 금호이벤트 대표 /육성준 기자
이광용 금호이벤트 대표 /육성준 기자

 

창의적 행사논의 시급

 

충북은 붕괴된 산업을 살리자며 우리마을 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도 예산 354억원에 11개 시·군에서 354억원을 보태 총 708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화·이벤트가 빠져 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마을 뉴딜사업에 이벤트업계는 빠졌다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행사가 줄 취소되면 업체의 80%는 도산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타 지역에서는 행사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여름축제인 보령 머드축제는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17일부터 26일까지 머드 체험 키트를 구매, 집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해 찍은 영상이나 사진을 SNS에 태그(#보령머드축제)하면 추첨을 통해 200명에게 내년 보령머드축제 무료입장권을 준다. 22명에게는 머드화장품, 호텔숙박권, 보령지역 관광지 무료이용권 등 특별상품권도 지급한다.

행사를 치르지 못하는 지자체에서는 이벤트업계들을 금액으로 지원한다. 경남의 경우 전시·행사업체에 500만원씩 지원했다. 계룡시는 세계군문화엑스포를 내년으로 연기하고 대행업체에 선금을 지급했다.

이밖에 서울, 경기등의 여러 지자체가 책정된 문화·이벤트 예산 범위내에서 업계도 살리면서 코로나블루도 퇴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와 강원도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열어 공연자가 무대에서 공연하고 관람객들은 차에서 주파수를 맞춰 감상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충북도도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를 온라인으로 열지만 좀 더 참신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 대표는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업종을 바꿔야 하나 고민이 들 때도 있지만 예약되는 행사들을 무시할 수 없다교육청 행사도 5월에 한다고 했다가 6, 7월로 연기되더니 결국 17일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이마저도 그때 가봐야 안다. 이런 것 때문에 업자들은 희망고문 속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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