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사과농가 “과수화상병에 강한 품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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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사과농가 “과수화상병에 강한 품종 필요”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0.07.09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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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스트레스에 강한 신품종 개발과 예방 시스템 등 대책 마련 요구
과수화상병 피해로 사과가 말라죽어가고 있다.
과수화상병 피해로 사과가 말라죽어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피해를 키우고 있는 과수화상병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경기도 안성시에서 처음 발생한 과수화상병은 같은 해 제천까지 전파돼 지역 과수 산업에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가 싶던 이 병은 2018년 다시 제천과 충주 지역을 강타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매년 피해 규모를 키우며 도내 중북부지역 과수산업을 초토화하고 있다.

5일 충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이날 제천에서 확진농가 1곳이 추가되며 오후 3시 기준 464곳이 과수화상병에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충주 산척면 농가 2곳에서는 과수화상병 의심신고가 접수돼 정밀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지역별로는 충주 324곳, 제천 124곳, 진천 2곳, 음성 13곳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면적 기준 98.7%인 257.4㏊가 방제매몰되는 등 지역 과수농가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사과·배·비파·모과 등 장미과 식물의 잎·꽃·가지·줄기·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조직이 검게 말라 피해를 주는 과수화상병은 ‘과수나무의 에이즈’라는 별칭처럼 한 번 걸리면 나무를 뽑아 묻는 것 외에는 어떠한 치료법도 없다.

이에 지역 과수농가에서는 과수화상병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예방 관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봉양읍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 씨는 “사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후지(부사) 종은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해 소비자에 인기가 높은 반면, 유전적으로는 과수화상병에 약하다는 게 결정적인 흠”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급증하는 사과 과수화상병은 겨울과 봄철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가운데, 갑작스런 냉해까지 겹치는 이상기후에서 기인하는 만큼 기후변화 등 외부 스트레스에 내성을 갖춘 대체 품종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과를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과수들은 밀식으로 재배돼 한 번 화상병이 발생하면 인근으로 급속히 번진다”며 “농가에서는 다소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과수 식재 밀도를 줄이고 정부와 지자체는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정책적 전환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과수화상병이 국내에 상륙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토착질병으로 인정하고 세균과 공존하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희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오창식 교수는 지난 2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개최한 과수화상병 방제체계 제고방안 토론 자리에서 “화상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병원균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오 교수는 그 일환으로 선진국이 이미 운영 중인 과수화상병 예보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미국과 EU 등은 과수화상병 예측 모델인 ‘MARYBLYT’를 이용한 예보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날씨 예보와 연동해 매일 발생 가능성을 알려주고, 약제를 살포할지 여부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 시스템은 2015년 발생 지역인 안성, 천안, 제천에 적용한 결과 어느 정도 연관 관계가 있었지만 2016~2017년은 연관 관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오 교수는 “예보시스템은 약제 살포시기 결정과 연계돼 예방방제 차원에서 효율적인 방안”이라며 서둘러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농가에서는 이 같은 오 교수의 주장에 적극 공감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예보시스템 구축과 통합적, 체계적인 식물방역 총괄 대응 체계 구축에도 힘을 쏟아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과수화상병 피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체 품종 개발과 기술보급에 행정력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제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매년 제천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농가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지방은 물론 중앙에도 식물방역에 대한 전문적 체계가 구축되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중앙정부와 시·군농업기술센터에 과수화상병을 전담하는 인력과 조직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다만 신품종 개발과 밀식재배 개선에 대해서는 “과수화상병에 강하면서도 후지와 같은 맛과 당도, 경도에 저장성까지 갖춘 사과 품종을 개발하는 것은 치료제 개발만큼이나 어렵고 밀식재배가 과수화상병 확산의 한 요인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희박하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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