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저출산 걱정’ 정책은 ‘역행’
상태바
말로는 ‘저출산 걱정’ 정책은 ‘역행’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6.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효 경(정효경 성형외과 원장)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받은 가르침 중의 하나가 언행일치이다. 무릇 사람이란 자신이 뜻하는 말을 할 때 그에 맞게 행동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에게 처음엔 속아 넘어가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말과 표정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볼 때에도 불편하다. 상대가 덕담을 하면서 등을 후려치거나 슬픈 소식을 전하면서 웃는 낯을 보인다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최저수준인 1.08명으로 떨어졌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 십년 전부터 이에 대한 경고를 줄기차게 해왔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만 하더니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가 국가적 재앙으로 대두되었다. 이 문제해결을 위해 최근 정부와 기업계, 노동계, 종교계, 시민단체등 사회 각계각층이 두루 참여한 사회협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은 그나마 한가닥 기대를 준다.

저출산, 고령화는 보육과 교육, 취업난, 노둥시장제도와 사회적 가치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런 범국민적인 노력 없이 해결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사회 각 분야 단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규정하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협약내용을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보건당국은 병의원에서의 신생아 수유료를 6월 1일부터 하루 1900원으로 책정하였다. 신생아는 수유시간이 보통 1시간 넘어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하루 8번 수유하는 신생아들에게는 간호사가 온 종일 붙어 있어야 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하루 1900원이라는 수유료는 한끼당 200원이 약간 넘는 꼴이다.

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수유를 하는 간호사들의 행위료는 이미 기존의 간호관리료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신생아실에서 일하는 것으로 간호관리료는 이미 계산되었으므로 수유를 한다고 해서 더 추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에 3시간씩 여덟 번 수유하는 신생아에게 책정된 수가가 이렇게 충격적인 것에 신생아실을 운영중인 각 병원들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신생아실은 특성상 거의 대부분이 간호사의 손이 필요한 일들이다. 더구나 일반 병실과 달리 신생아실은 고가의 장비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병동보다도 병원의 적자가 많이 나는 곳인데, 이처럼 형편없는 수가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형병원 대부분은 신생아실에서만 매년 수억에서 20억 가량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었다. 저출산이 큰 사회문제임을 알면서도 정부는 왜 이렇게 신생아 치료 및 관리에 형편없는 수가를 책정하는 것일까.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6월부터 병원에 입원한 산모들의 미역국 식대도 일반 환자와 동일한 식대를 적용하게 되면서 앞으로 병원에 입원한 산모들은 미역국 먹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산모에게는 원래 병원에서 첫국밥과 고단백의 미역국, 간식, 야식등 하루 5,6회의 산모식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복지부의 정책으로 산모식도 일반환자와 동일한 식대를 적용해야 하므로 미역국은 이제 그만 잊어야 한다. 대형병원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소 산부인과 병·의원은 식대로 한끼에 3,390원밖에 못 받게 되므로 낮아진 밥값에 맞춰 식사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출산장려책을 펴면서도 어떻게 신생아 수유료와 산모의 식대를 이렇게 형편없는 수가를 적용하는지 모를 일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범사회적인 노력을 경주하자면서도 정작 보건당국은 이에 역행하는 정책만 내놓을 뿐이다.

산모와 신생아를 싸구려로 취급하는 보건 정책은 시대착오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다. 우리는 언행일치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저출산을 이겨내려면 국민보고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할 것이 아니고 정부도 이에 맞는 보건정책을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신생아에게 한끼에 200원짜리 수유를 하라는 끔직한 소식을, 미래의 한국을 책임질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미안하지만 미역국은 잊어달라는 슬픈 소식을 보건 당국이 웃는 낯으로 뻔뻔하게 말하는 것을 이제는 국민이 막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