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무원 영입, 이제는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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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공무원 영입, 이제는 ‘NO’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6.06.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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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강 희 편집국 부국장
   
충북도지사 직무인수위가 마침 퇴직공무원들이 도 출연기관으로 자리 옮기는 행태를 개선 하겠다고 나섰다. 정년 연장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을 방지하기 위해 전문가를 기관장으로 영입하고, 중간관리자도 공채로 뽑는 방법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퇴직공무원들의 ‘조직 갈아타기’는 두 말하면 잔소리, 정년 연장을 위한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충북문화재연구원과 충북개발공사가 출범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문화재연구원장이나 개발공사 사장은 충북도 국장출신 공무원이었다. 정년퇴임을 몇 년 앞두고 가긴 했으나 ‘혹시나’ 하던 지역여론은 ‘역시나’로 바뀌었다.

충북개발공사 사장을 선정할 때는 표면상 공모제였다. 사장추천위원회는 공모에 응한 6명의 후보 중 2명을 도지사에게 올렸고, 최종적으로 1명이 낙점됐다. 결국 사장과 기술이사 모두 도 국장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런 관행은 충북도뿐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에 비일비재하다. 청주시의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자리도 퇴직을 앞둔 공무원이 차지해 왔다. 이사장은 물론 시장이 당연직으로 돼있다. 그러다보니 문화와 거리가 먼 사람이 사무총장으로 재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도 출연기관만 보더라도 충북문화재연구원, 지식산업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재단 등은 그 분야 전문가와 무관한 사람이 장(長)을 맡거나 간부직으로 있다.

퇴직공무원들의 조직 갈아타기에 대한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행정기관은 “그래도 공무원들이 가야 일 머리를 알고 집행부, 의회와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다”고 답변해 왔다. 일반인들은 행정 시스템을 모르기 때문에 쩔쩔맨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행정직 공무원은 만능이라는 말인가. 또 지역에 해당분야 전문가가 없다는 게 공무원들이 차지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돼왔다.

하지만 전문가는 중앙에서 혹은 다른 지역에서 올 수도 있다. 실력만 좋다면 어디에서 못 오겠는가. 충북출신이 아니라고 배척하는 것은 지연이나 학연으로 서로를 얽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우물안 개구리식의 행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오정’ 시대에 공무원들은 이래 저래 철밥통 인생을 살게 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옮겨갈 자리 하나 만들지 못하고 정년퇴직 하는 사람을 ‘바보’라고 부른다. 그 만큼 융통성과 수단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정우택 도지사 당선자가 앞으로 변화와 세대교체를 예고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정 당선자는 이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아 학연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장담한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인 학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 것도 당선자가 지킬 때 아름다운 것이다.

도지사 직무인수위가 퇴직공무원들의 좋지 않은 관행을 지적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 또한 실천할 때 칭찬을 받을 것이다. 말만 꺼내놓고 흐지부지 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할 것이고, 도민들은 또 실망할 것이다. 이번에는 충북지역을 변화시킬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길 도민들은 기대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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