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6월의 열정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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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6월의 열정을 기대하며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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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용 현(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6월,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에 빠져있다. 그리고는 2002년 4강의 감격과 영광이 재현되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6월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또 하나의 오랜 과거가 있다.

87년 6월, 우리는 민주화의 열풍속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그때 서울시청 앞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월드컵의 열풍처럼 청주, 광주, 제주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종국에 군사독재정권이 항복하였을 때의 감격과 환희는 가히 4년전 월드컵의 그것을 넘어섰다.

그러나 월드컵과 달리 그 시절을 회상하고 싶지 않은 것은 왜 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그때의 6월 민주화 투쟁으로 수립된 민주정부의 무능력, 부패에 대한 실망 때문일 것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들어선 김영삼정부는 처음에는 역사바로세우기를 내세워 90%가 넘는 경이적인 지지를 받다가 종국에는 IMF로 대변되는 경제파탄의 주범으로, 비리 혐의로 아들이 구속되는 부패의 표상으로 증오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그 이후의 김대중정부도 처음에는 IMF극복과 대북햇볕정책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다가 결국 신용카드남발등으로 인한 경제파탄과 실업자, 노숙자로 대변되는 사회 양극화 및 비리혐의로 측근들이 구속되는 곤욕을 치루고 사라졌다. 결국 87년 6월 민주화항쟁이후 국민의 기대를 받고 출범한 민주정부는 이전의 군사독재정권보다도 무능하고 부패하였다는 말까지 들어야 하는 치욕을 당하였다.

노무현정부는 또 어떠한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로 출발하였으나, 그 이후의 정치과정을 보면 국민적 합의나 지지를 도출하려는 노력도 없고, 개혁정책의 일관성도 없고, 정책실현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없이, 각종 사회경제정책을 특유의 편가르기식으로 밀어붙이고 또 임시처방식으로 떼우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5.31 지방선거가 정부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정치과정에서 늘 있는 일상사에 불과하다는 정권자의 위안대로, 이번 선거는 여당이 주장하듯 부패한 지방정부에 대한 심판도, 야당이 주장하듯 무능한 중앙정부에 대한 심판이 아닐 수 있다. 다만 선거결과가 현 정부가 이전의 민주정부의 전철을 밟아가는 징후가 아닐까 우려된다.

과거의 민주정부가 무능력과 부패로 실패하여 저주와 증오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듯이, 현 정부도 민주개혁의 담지자로서의 일관된 정책도 없고, 그 정책을 수행할 능력도 없고, 그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낼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이번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종국에는 이전 민주정부처럼 저주와 증오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 또다시 월드컵이 있는 열정의 6월이다. 그러나 87년 6월의 열정이 사라진 지금의 노무현정부에게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6월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우리 대표팀에게 “꿈은 또 이루어진다”며 4년전의 감격과 영광을 재현하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지금의 민주개혁정부에 19년전의 6월의 열정과 기대를 구현하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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