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의회 ‘여의도 코스프레’…여야, 독식-삭발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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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의회 ‘여의도 코스프레’…여야, 독식-삭발 ‘대치’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0.07.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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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장단·상임위 5석 싹쓸이-통합당, 의사일정 보이콧
충주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이 진행되는 본회의장 로비에서 삭발식을 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제8대 전반기를 마무리하면서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을 때의 충주시의회 의원들.

[충청리뷰_김천수 기자] 제8대 충주시의회가 후반기 원구성(의장단 및 상임위원장)과 관련한 마찰로 급랭 정국이 됐다. 마치 미니 여의도 국회 꼴이다. 총 19석인 충주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12석, 미래통합당 7석으로 구성돼 있다.

시의회는 지난 7일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해 천명숙 의원과 권명희 의원을 각각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통합당 소속 의원 전원의 불참 속에 진행됐다.

다음날 이어진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임시회도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운영위원장에 함덕수 의원, 행정복지위원장에 곽명환 의원, 산업건설위원장에 유영기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모두 자당 소속이다.

이로써 파행 속에 의장과 부의장, 3곳 상임위원장 모두 민주당의 독식으로 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 의원들의 반발은 거셌고, 민주당은 거침이 없었다. 연일 시시각각 생중계로 국회의 여야 대립을 보는 듯했다.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 삭발식 등으로 이어졌다. 일부 시민단체까지 원구성을 다시 할 것을 요구했다.

가장 먼저 민주당 시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자당 충주지역위원회 사무실에 모여 후반기 의장단 후보를 천, 권 의원으로 내정했다. 아울러 상임원장도 모두 차지할 것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통합당 시의원들은 지난 1일 충주시청 남한강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원구성 독식 전망을 경고했다. 이들은 “의장과 부의장을 (민주당으로) 선임하고 상임위원장도 통합당에 1석도 내주지 않겠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견제 없는 일방적 권력만 남아 대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집행부와의 관계도 악화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들이 사실이 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5대 의회부터 ‘다수당은 의장, 소수당은 부의장’이라는 관례를 민주당이 전반기 때 깼다고 주장하면서 부의장직을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7일과 8일로 예정된 의장단과 구성 및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임시회를 겨냥한 압박이었다. 상임위원장 1석이라도 달라는 요구였다.

천명숙 의장·권명희 부의장

전반기 때는 민주당이 의장(허영옥)과 부의장(손경수)을 모두 차지했다. 대신 3개의 상임위원회는 민주당이 행정복지위원장(조중근) 1곳을 맡고, 통합당은 운영위원장(박해수)과 산업건설위원장(정용학) 2곳을 가져갔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통합당 의원들의 보이콧 속에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예정대로 마무리했다.

이에 통합당 남성의원 5명 전원은 의장단 선출이 진행되는 본회의장 앞에서 삭발식을 같고 “다수당의 오만과 독선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삭발식은 여성의원 2명을 포함해 7명 전원의 명패가 본회의장 로비에 놓이고 ‘충주시의회 민주주의 사망’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린 채 진행됐다. 이어 로비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선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독식하더니 이번에는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반기 때 동료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점을 거론하며 민주당을 갑질로 규정했다.

민주당 김헌식 의원은 임시의장으로서 의장단 선출 진행을 맡아 개회에 이어 정회를 선언한 뒤 통합당 의원들의 보이콧 수습을 시도했지만 삭발식을 막지는 못했다.

이튿날인 8일 이어진 상임위원장 3석 선출도 결국 만장일치로 민주당이 독차지했다. 통합당은 이날도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당 7명은 지난 3일 산업건설위원장 배정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이마저 묵살했다”고 반발 배경을 공개했다. 이어 “소수당이라는 이유로 입과 손을 막은 것은 시의회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 달여 전부터 민주당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면서 “협의 없는 민주당만의 원 구성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특히 통합당은 “원구성 재논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장 자격 문제를 공론화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압박했다. 태양광 발전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으로 입건 된 천 의장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상임위원장 자리는 1석도 지켜내지 못했다.

국회와 ‘일그러진 데칼코마니’

신임 천명숙 의장은 당선 소감에서 “후반기 의회도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마음으로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의정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다 하고 집행부와 협치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야당에 대한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측은 전반기 운영 과정에서 통합당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인 조길형 시장과 집행부의 의견을 대변해 의회의 역할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을 내놨다. 민주당 소속 모 의원은 그런 이유에서 상임위원장 전체 차지도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충주시민단체연대회의는 의장단 재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수 색깔로 여겨지는 연대회의는 13일 충주시청 10층 남한강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소수당과 협의 없이 독선적 선출로 의장, 부의장, 3개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하면서 시의회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집행부의 감시와 견제가 아닌 발목잡기가 예견돼 깊이 우려된다”고 의장단 재구성 요구 이유를 들었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촉발된 여야의 격돌로 멈춰선 국회의 모습과 충주시의회의 현주소는 일그러진 데칼코마니 같다. 집권당은 다르지만 여대야소인 의회의 모습은 똑 닮았다. 어느 곳이 정치력을 잘 발휘해 풀어가는 지 견주어 볼 흥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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