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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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사는가
  • 충청리뷰
  • 승인 2020.07.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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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길동무작은도서관장
홍승표 길동무작은도서관장

 

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가 힘과 정성을 기울여 1년에 한 번 하는 축제가 있다. 이름은 ‘책잔치’.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책잔치를 예년처럼 작은도서관들이 다 함께 모여 큰 규모로 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청주시에 4개의 구가 있으니 그 구에 속해 있는 작은도서관들끼리 작고 알찬 규모로 다양하게 진행하자고 했다.

그런데 행사를 여러 개로 작게 나누다보니 강사비도 예년에 비해 조금 작아졌는데, 강사를 부르는 데 드는 비용은 내려가질 않는다. 회의를 하다보면 어떤 작가를 초청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곧바로 뒤따라오는 말이 그 작가는 그 돈을 가지고는 못 부른다는 것이다. 이른바 작가도 급이 있고 그 급은 돈으로 계산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급은 누구나 짐작하듯이 유명할수록, 찾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올라간다. 참으로 씁쓸한 세태가 아닐 수 없다.

작가도 사람이니까 먹고 살아야하고 거기에 돈이 필요하다는 걸 누가 모르랴. 하지만 돈을 얼마 주어야 어떤 작가를 초청할 수 있다는 게 정해지고 그것이 관례가 되어버리면 이제 작가와 강연을 듣는 사람의 관계는 사고파는 관계로 굳어지게 된다. 작가는 무엇을 팔고 대중은 무얼 사는 것일까. 우리가 작가에게 듣고 싶은 게 과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일까. 모를 일이다.

내가 아는 한 작가는 자기가 쓰는 글의 대부분을 다른 원칙을 세워 놓고 나눈 적이 있다. 그 원칙은 이렇다. “이 아무개의 ‘읽을거리’는 돈 받고 팔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돈 받고 팔지 않으면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고들 합니다만, 돈으로 산 것이라야 소중하게 여기는 그 마음이 병든 것입니다. 그 누가 저 공기를 돈 주고 삽니까? 그러나 공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주 적게 있습니다. 그 적은 사람에게만 ‘읽을거리’는 가고 싶습니다.”

이 작가의 원칙은 언제 읽어봐도 아름답다.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드셔서 거의 글을 쓰지 않고 강연을 가끔 다니는데 강연료도 물론 얼마를 받을지 이야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 마음의 원칙만큼은 지키며 살고 있다는 뜻이리라. 특별히 ‘돈으로 산 것이라야 소중하게 여기는 그 마음이 병든 것’이라는 말은 내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닮는다고 했던가. 나는 이 아무개 작가의 글을 쓰고 나누거나 강연을 할 때 세워놓은 원칙에 감동하면서 그의 글이나 강연을 들으며 살아왔는데, 그게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데도 스며든 것 같다. 강연이나 모임을 알리는 글은 짧은 시간, 말 그대로 잠깐 사용하는 데 비해 현수막이 아깝고 처리문제가 쉽지 않아서 현수막 대신 엉성한 글씨를 종이에 써서 사용하고 모임 장소에도 붙여놓고 진행한다. 그리고 강사를 초청할 때 가격으로 흥정해 본 기억이 없다. 아내가 섭외를 맡아 진행하지만 돈으로 부르지 않는다는 원칙만은 함께 정하고 지켜가고 있다.

그렇다고 강사를 우습게 여기고 허투루 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가능하면 정성을 다해 모시고 대접한다. 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물질이 본(本)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게 될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되고 있다. 오히려 그게 신선한지 우리 도서관에 오는 강사들은 강사비 얼마를 요구 한 적이 없다. 물론 우리도 얼마를 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그냥 우리들이 정성껏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해서 드린다.

간혹 준비한 돈이 너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다른 정성을 보탠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물건이나 정성껏 만든 음식 같은 것. 그런데 이런 접대를 신선해 하고 어떤 이들은 감동하며 다들 기꺼이 받고 기쁘게 헤어진다. 작가는 정성을 기울여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초청한 사람들은 고마운 맘을 담아 준비한 것을 정성껏 드리는 관계. 이것이 사람다운 것이고 사람살이의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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