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한동훈을 대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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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한동훈을 대변함
  • 한덕현
  • 승인 2020.07.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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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구속으로 검언유착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당연히 관심은 이 전 기자의 파트너로 지목되는 한동훈 검사장으로 집중되고 있지만 사실 이 사건의 시작은 이제부터라는 게 중론이다. 검찰개혁이라는 국가적 의제 속에 막상 검찰 핵심 인사의 소환 및 인신구속 여부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려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이 전 기자의 구속 이후 불거진 이동재-한동훈의 대화 녹취록 공방으로 또 한 차례 고비를 맞게 됐다. 이 전 기자에 대한 법원의 구속사유는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자료가 인정된다”였지만 반대측에선 “검찰이 청구한 영장엔 피의자 단독범행으로 명시됐고, 공개된 녹취록은 오히려 검언유착 의혹이 허구임을 밝혀준다”는 취지로 맞서고 있다. 처음에 일부 공개된 녹취록으로만 보면 사실 두 사람의 공모를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동재측에서 녹취록 전문을공개했지만 이에 대한 해석 또한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화 자체의 직설적 의미보다도 행간(行間) 즉 숨은 뜻까지 읽어야 하기에 그렇다.

어쨌든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남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민주주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검언유착이라는 본질 못지 않게 그동안 일반인들이 간과하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전문용어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우리나라 검찰 시스템, 그리고 추미애-윤석열 공방으로 상징되는 행정부와 검찰 간 역학관계가 이번처럼 실체적으로 공론화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피의자나 혐의자의 방어권을 위해 ‘전문수사자문단’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존재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안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엔 검찰편의주의로 사장시켰다가 막상 자기들이 불리해지니까 꺼내들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앞으로 검찰인식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동재 전 기자의 영장발부 과정에서 불거진,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범위 내 즉 공소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만 판단한다는 불고불리의 원칙 또한 보통 사람들에겐 좀 생경한 단어다.

이번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검찰과 그 검찰을 상징하던 고위직 검사 사이에서 수사공방을 벌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검찰개혁이라는 국가적 대명제가 그 배경에 깔렸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전술한 것처럼 공격과 방어하는 측에서 검찰시스템의 모든 걸 동원한다는 것은 역으로 해석하면 검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된다고도 볼 수 있다.

목하 검언유착 수사에 따른 공방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언뜻 떠올린 것은 2015년 12월 1일, 당시 검찰총장을 퇴임하며 후배들에게 남긴 김진태의 이른바 검찰수사론(論)이다. 그는 퇴임사를 하면서 검찰수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핵심만 요약하면 이렇다. “범죄혐의의 유무는 명명백백하게 밝히되 (사람을)살리는 수사를 해야 한다” “아집과 타성을 버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바르게 처리하되 세상사는 이치와 사람사는 정리에도 맞게 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도 늘 우주보다 더 무거운 인간의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라” “냉철한 머리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가슴이 국민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전에도 간부회의 등을 통해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했던 그는 “지구상에 범죄를 만드는 나라는 없다. 검찰수사는 생존과 직결되는 신체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틈만 나면 피의자 인권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8년 청주지검장 재직시 불교관련 서예대전의 작품에서 오탈자를 무더기로 찾아내 지적했는가 하면, 총장 퇴임사의 마지막에선 서정주의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낭송했듯이 김진태 만의 감상(感傷)이라는 비판도 따랐지만 당시 그의 말은 ‘어록’이라는 수식어까지 달고 한동안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가 말한 외과수술식 수사라는 것에 천착한다면 조국 및 그 가족에 대한 무려 50여차례에 가까운 압수수색과 부인, 딸, 조카 등 주변인에 대한 전방위적 별건수사는 정도에서 벗어나도 크게 벗어났다. 김진태가 우려했던 것처럼 사람을 살리는 수사가 아니라 “얘는 안 된다”며 미리 찍어놓고 그를 죽이기 위한 수사를 벌인 것이다.

 

지난 2003년 청와대 양길승 몰카 사건 때 관련 보도가 빌미가 돼 광고주 등 무려 100여명이 소환되거나 수사대상이 되었던 충청리뷰 또한 검찰의 표적수사가 얼마나 비인간, 비상식적인지를 실감했기에 김진태 어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정이지만 만약 윤석열이 임기를 다 마치고 명예롭게 퇴진하지 못한다면 조국수사의 업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조국의 위선이나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검찰이 그 정도로 몰아붙이면 보통 사람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 누구보다도 표적수사의 악몽을 꾸는 사람들은 이동재와 한동훈일 것이다. 비위의 실체를 떠나 이 사건은 이미 국민들의 인식 속에 일정부분 프레임에 갖힌 꼴이 됐다. 그렇더라도 이번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추미애와 검찰, 혹은 여야의 힘겨루기나 진영논리로 재단되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나라에서 검사만큼 힘든 직업도 없다. 특정 사건에 묻히면 개인의 정상적인 삶을 포기해야할 정도로 시간에 쫒기고 압박을 받는다. 몇 년전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나오던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기자들을 향해 “대한민국이 불쌍하다”고 외친 저의의 한 부분은 어찌됐든 수사의 성과를 내야 하는 검사들의 불철주야 노역(?)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이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국민적 지탄을 받는 ‘검찰주의’는 냉정하게 따지면 검찰과 검사들을 되레 옥죄고 힘들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검찰수사는 이성과 법리에서 벗어나 정리(情理)와 역학(力學)에 곧잘 휘둘리게 된다. 강골이라는 윤석열이 결국엔 추미애의 지시를 따른 것이나, 후배들에게 금과옥조의 검찰수사론을 남긴 김진태 역시 성완종 리스트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서 권력의 입김을 극복하지 못한 것을 봐도 그렇다.

이동재와 한동훈은 그야말로 공명정대한 수사를 통해 자신의 진실을 밝히고 혹여 잘못이 드러난다면 응당히 처벌받기를 바란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회적 전문가이고 오피니언 리더인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적어도 억울하게 당했다는 서러움과 후환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것만이 이 엄중한 코로나 난국에서도 묵묵히 자기삶을 살고있는, 잘나지 못한 서민들에 대한 예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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