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먹거리 꿈꾸는 조은식품
상태바
국가대표 먹거리 꿈꾸는 조은식품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7.22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꼬치집 ‘꼬꾸마시’, 식품브랜드 ‘담소락’ 선봬
충북도는 유통·식품등에 대한 인식 부족, 중소유통기업 위한 관심 필요
고영배 조은식품(주) 대표/육성준 기자
고영배 조은식품(주) 대표/육성준 기자

고영배 농업회사법인 조은식품() 대표(55)는 지역사회에서 돈가스 아저씨로 통한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한 아이들 중 고 대표의 돈가스를 먹지 않고 자란 아이가 없다고 자부할 정도로 오랜 기간 돈가스를 무상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가까이 사업을 하며 있을 땐 돕고, 없을 땐 나눠먹자는 신념으로 살았다. 지금도 기부하는 일이 최고의 교육이자, 마음의 저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행실은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덕분에 조은식품은 부인, 아들, , 사위가 함께 조화를 이뤄 운영하는 가족기업이 됐다.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매출 40억 원을 유지하고 있는 조은식품의 철학은 발은 메이커, 차는 중형차.

20년 간 회사를 운영하며 수도 없는 인생롤러코스터를 경험한 고 대표가 옷은 값싼 제품을 입더라도 일과 건강을 위해 신발은 비싼 것 신어야 하고, 이동의 안전을 위해 차는 튼튼한 중형이상은 타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이다.

고향인 충북 보은군에서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던 고 대표는 1997년 청주로 건너와 꼬치전문점 투다리의 충북본부장을 맡으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모든 일을 열심히 했던 그는 불과 60개월 만에 매장을 137개로 확장했다.

하지만 매장이 느는 만큼 고 대표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불편함도 커졌다. 그는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있는 지역만 배불리는 일이다. 투다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충북지역에는 어떤 도움이 되었나를 되돌아보게 됐다새로운 지역 기반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큰 꿈으로 시작한 꼬꾸마시

 

고 대표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하며 2002년 청원군 현도면(현 서원구 현도면)에 공장을 완공했다. 그는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기업의 성장보다, 어떻게 하면 지역기업으로서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방안을 찾는 일에 더 매진했다.

대안으로 농산품은 모두 지역의 제품을 쓰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굳건한 철학 덕분에 꼬치집 꼬꾸마시는 입소문을 타고 짧은 시간에 전국 100호점을 돌파했다. 최근까지 132호 점포를 개설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충북을 프랜차이즈의 본산으로 만들어보자며 프랜차이즈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꿈도 꿨다. 2014년 무렵에는 충북도 관계자들과 논의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벌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고 대표는 처음 현도면에 공장을 세울 때도 거리상 이점을 계산했다. 현도면에서는 서울,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 각지를 2시간 내에 움직일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1순위 입지조건은 물류다. 물류시설은 고용유발효과도 크다. 만약 현도면에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 산업단지가 육성되면 공해 없는 산업이 충북에 자리잡을 가장 좋은 거점을 마련하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토지가격은 낮추면서 업체들이 20년 장기 계약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프랜차이즈협회 충북지회장으로 활동하며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정책적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논의는 결국 무산됐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유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당시 유통업은 기술력, 전문성보다는 영업력만 있다는 인식이 컸다.

그 사이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는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는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조은식품에서 납품하는 돈가스 /업체 제공
조은식품에서 납품하는 돈가스 /업체 제공

 

 

돈가스 회사로 변신

 

결국 꼬꾸마시의 점포는 점차 감소했다. 수요가 줄자 설비를 가동하는 것도 부담이 됐다. 아예 손을 뗄 수는 없어 꼬치는 납품 받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어찌 보면 예견된 어려움이었다. 이를 예상했던 고 대표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공장건설 초기부터 OEM생산설비를 계획하고 있었다.

시작은 만두였다. 조은식품은 설립부터 철저한 위생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OEM 업계의 유망주로 금방 입소문이 났고 농심 등 대형업체들에 만두를 납품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만두파동이 일면서 급격히 수요가 줄었고 2011년까지 등락을 반복했다. 어려움을 겪었던 조은식품은 돈가스와 크로켓(고로케)을 대안으로 준비했다. 꼬치, 만두와는 다른 분야였지만 자나 깨나 품질고민이었던 고 대표는 돈가스도 잘 만들었다. 덕분에 현재 농협 하나로마트와 현대, LG등 대기업 계열사에 돈가스를 납품한다.

이젠 본업인 꼬치보다도 돈가스 수요가 월등히 많아졌다. 몇 해 전부터는 맛있는 이야기라는 의미의 담소락이라는 브랜드를 상표등록하고 자체 브랜드로 돈가스를 생산한다.

그렇지만 시련은 또 찾아왔다. 이번엔 코로나19가 문제다. 조은식품이 주로 급식소나 OEM 납품을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매출 타격은 없었지만, 업계의 분위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고 대표는 최근 기업들이 돈가스를 익혀줄 수 있냐는 문의를 많이 한다. 코로나19의 소비시장은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속도가 빠른 것 같다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진출에 맞서 고 대표는 조은식품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매출 다변화를 위해 못 다한 꿈인 꼬꾸마시를 다시 살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어떤 세상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충북에 본사를 둔 40여개 프랜차이즈 업체, 식료품 업체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맨몸으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그렇지만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충북은 아직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그 흔한 프랜차이즈 박람회 한번 열린 적이 없다. 이제라도 이런 중소업체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조은식품에서 공급하는 담소락 돈가스,치킨가스,고로케 /업체제공
조은식품에서 공급하는 담소락 돈가스,치킨가스,고로케 /업체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