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 도로변 전선 지중화 공사 부실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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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 도로변 전선 지중화 공사 부실 의혹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0.07.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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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특이한 설계에 공사도 멋대로”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된 한전 제천지사의 의림지 도로변 포장 복구 공사 현장.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된 한전 제천지사의 의림지 도로변 포장 복구 공사 현장.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된 한전 제천지사의 의림지 도로변 포장 복구 공사 현장.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된 한전 제천지사의 의림지 도로변 포장 복구 공사 현장.

 

한국전력공사 제천지사는 최근 제천시 의림지 도로변 전선을 땅속에 묻는 ‘지중화 공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후 이뤄진 아스팔트 되메우기 공사가 일반적인 도로 공사 시방이나 한전 자체 설계와도 달리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이 본보 취재로 드러나 제천시의 엄격한 감리와 조사,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 제천지사는 의림지 도로변 1.5㎞ 구간에 대한 지중화 공사 마무리를 위한 ‘의림지로 포장 복구 공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 공사 설계가 통상적인 아스팔트 되메우기와 차이가 있는데다가 사용된 재료나 시공 방식조차도 한전 자체 설계와 다른 곳이 발견되는 등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도로를 포장할 경우 지중화 선로를 매설한 바로 위 기초 부위는 포장에 작용하는 모든 하중을 최종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토사를 쌓고 단단히 다지는 ‘노상층’이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와 함께 확인한 결과 이 공사 현장의 경우는 지중화를 위한 원 도로 굴착 과정에서 남은 흙을 매설관 위에 형식적으로 되메우고 다짐을 하였을 뿐 토사를 견고히 쌓고 다진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노상층 위에 조성한 ‘선택층(동상방지층)’도 부실 가능성이 감지됐다. 일반적인 도로 포장공사 매뉴얼 등에 따르면 선택층은 도로의 동해 방지를 위해 반드시 75~80㎜ 규격의 혼합석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현장 거의 모든 구간 선택층에서는 혼합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실상 선택층을 건너뛴 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포장한 셈이다. 시공사도 이 같은 부실 정황을 일부 인정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선택층은 75~80㎜의 혼합석으로 포설다짐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공사 과정에서 혼합석이 부족해 40㎜ 혼합석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선택층에 혼합석이 들어가지 않으면, 다짐이 안돼 도로는 동상 방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겨울철 노면 파손 등의 원인이 된다.

선택층 위의 다른 기능층들도 상식 밖으로 시공되기는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도로 공사 시 선택층 바로 위에는 40㎜ 규격의 혼합골재를 쌓아 다지는 20㎝ 두께의 ‘보조기층’이 조성된다. 보조기층이 완성되면 ‘아스팔트 유제’를 뿌린 다음 15㎝ 두께로 아스팔트를 포설해 10cm가 되도록 다져 ‘기층’을 만든다. 다시 그 위에 ‘아스팔트 유제’를 뿌리고 난 뒤 5㎝ 두께의 아스팔트(표층)를 다지면 공사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 지중화 현장에서는 자갈과 아스팔트 기층 사이, 아스팔트 기층과 표층 사이를 견고하게 밀착시키는 유제에 공정과정의 량을 다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년 이상을 포장공사에 종사한 A씨는 “기층과 표층 사이에 유제를 포설했다면 도로 측면에 유제 흔적이 보여야 하는데, 이 현장 중 표본으로 확인한 구간들에서는 그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최소한 확인 구간에서만큼은 유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에 시공된 아스콘이 부실하게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통상 아스콘을 시공할 때 표층을 시공한 다음 바로 아래층은 ‘비비층’이라고 해서 #467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현장은 표층은 아예 시공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아스팔트 시공부위 표면 중 대다수 구간에서 요철이 매우 심하게 드러났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의림지 지중화 되메우기 도로공사 현장은 표층이 아닌 비비층으로 시공돼 울퉁불퉁한데다 기초도 허술한 다짐으로 해 올 겨울, 늦어도 2년 이내에 도로가 침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겨울에 이 부분에 물이 고여 얼음이 얼든지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제천의 대표 관광지인 의림지 도로가 비비층으로 울퉁불퉁하게 방치돼 도시 미관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곳의 공사 설계가 일반적인 도로 포장 설계와 차이가 크고, 그나마도 기존 설계와 달리 시공된 구간이 적지 않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지중화 현장은 일반적인 도로 포장 공사 방식과 달리 표층(5㎝) 바로 아래를 ‘중층’(15㎝)으로 조성하고, 중층 밑에는 기층을 20㎝ 시공하도록 설계됐다. 통상 중층은 차량이 매우 빈번하게 통행하는 도로에 강도 보강을 위해 추가로 조성하는 층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 현장에서 말하는 ‘중층’은 일반적으로 ‘기층’이라 불리는 아스팔트층을 지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종합하면 표층, 중층, 기층을 포함한 아스팔트 총 두께는 40㎝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 시공된 아스팔트 두께는 그 절반인 20㎝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공사 현장에서 아스팔트 층으로 이해되는 구간을 골재로 시공했기 때문이다.

한전 제천지사 공사 담당자는 “설계 상에 ‘기층’으로 표시한 층은 아스콘이 아닌 40mm 보조기층을 뜻한다”며 “이 보조기층 두께 20㎝를 빼면 아스팔트는 20㎝인 게 맞다”고 해명했다.

아스팔트 두께가 20㎝인 대신 설계 상 ‘보조기층’으로 표기한 40㎝와, 그 위에 ‘기층’으로 오기한 20㎝까지 총 60㎝가 40㎜ 혼합석(보조기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40㎜ 혼합석을 똑같이 사용하는 두 층의 재료는 단가가 같아야 한다. 하지만 한전 측이 제공한 의림지 지중화 포장복구설계서에는 ‘보조기층’과 ‘기층’의 자재 가격이 서로 다른 것으로 기재됐다.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A씨는 “설계 상에 용어를 보조기층과 기층으로 달리 기재했다 해도 한전 측 설명과 실제 시공 결과를 보면 이 현장에서 ‘기층’이라고 불리는 층도 내용 상으로는 ‘보조기층’으로서 두 층 다 40㎜ 혼합골재를 사용하는 게 맞고 실제로도 그렇게 시공했다”면서 “그럼에도 두 층의 자재 단가에 차이가 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기존에 조성된 도로를 굴착한 후 되메우기 공사를 할 때는 가급적 기존 도로 단면과 같은 공사층을 구성해야 하는데 전혀 맞지 않게 설계한 것은 잘못”이라며 “그나마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 제천시의 꼼꼼한 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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