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적인 대통령 콘텐츠 오히려 반감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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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인 대통령 콘텐츠 오히려 반감 키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7.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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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들여 만든 동상, 역사기록화 전시물 구시대적 발상
전문가들 “대통령의 공과 드러내면 갈등만 부추겨” 지적
사진은 청남대 대통령 기록관에 전시돼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작가가 역사기록화로 그렸다. /사진=육성준 기자
사진은 청남대 대통령 기록관에 전시돼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작가가 역사기록화로 그렸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이다. 1983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던 곳,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처음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2003418일이었다. 그 후 17년의 세월이 지났다. 충북도는 대통령의 별장인 청남대에 대해 대통령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데 힘썼지만 오히려 인물들의 공과 때문에 갈등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청남대 관리사업소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도비 14억원을 들여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각 250높이로 제작했다. 동상 제작은 서울 광화문의 세종대왕 조각상을 만든 조각가 김영원 씨가 맡았다. 현재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최근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를 두고 진보와 보수 측 시민단체 사이에 이견이 생겼다. 동상철거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도민 의견수렴을 거친 뒤 조례안을 상정하겠다고 한다.

청남대는 2014년 역대 대통령 역사 기록화 제작에도 나섰다. 이 사업에는 총 10억 원의 예산이 쓰였다. 기록화 한 점당 약 5000만 원이 들어갔다.

제작 당시에도 전시 가치, 세금 낭비, 대통령 우상화 등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지명작가와 공모작가들이 제비뽑기를 통해 대통령을 정하고 캔버스 안에 일대기를 담아냈다.

 

대통령 흔적이 없어야 산다

 

대통령의 별장이라는 것이 청남대의 가장 큰 자산이지만, 이를 우상화하면 오히려 이것이 청남대 관광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명암은 개개인 사이에서 명확하게 갈린다. 그래서 더 더욱 사회적으로 동의하는대통령 콘텐츠 찾기가 쉽지 않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역대 대통령을 동상으로, 역사기록화로 표현했지만 시작당시부터 우상화우려가 있었고,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이 문제가 터졌다.

이에 대해 김지형 서원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동상을 제작해 전시하는 것은 시각적으로도 관람객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선호하는 대통령이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상제작은 역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논란의 빌미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사회적도민적국민적 합의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담론의 과정 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콘텐츠들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

청남대의 총면적은 1825², 주요시설은 본관을 중심으로 골프장, 그늘집, 헬기장, 양어장, 오각정, 초가정 등이 있다.

6명의 전직 대통령이 89472일 이용 또는 방문했다. 조경수 124116천여 그루와 야생화 14335만여 본이 있다. 자연생태계도 잘 보존되어 천연기념물 수달, 날다람쥐와 멧돼지, 고라니, , 너구리, 꿩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각종 철새의 도래지이기도 하다. 이것의 청남대의 자랑거리이다.

충북도는 청와대 외형을 본 딴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본관을 만들었다. 지금 청남대는 대통령기념관 2곳을 본관과 별관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역사 교육이 기념관의 주된 목적이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기록물을 전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새로운 시각 필요

 

김 교수는 특정시기에 이러한 이념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청남대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짜는 게 중요하다. 전직대통령을 매개로 한 공간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거시적으로 동상이나 흉상을 제작하는 것보다 대통령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측면이 유효하다. 권위주의시대의 휴식공간을 덜 자극적으로 연출해 보여주는 데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상 등 관련 사업들이 비공개적으로 진행된 것도 문제다. 야간에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말아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현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정의가 어렵다. 예산을 만들어 갑자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낸 콘텐츠에 대해 방문자의 반응을 살펴봐야 한다. 방문자가 전시에 대해 느낀 감정들을 살펴본 뒤 청남대 운영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동상 제작에 관여했던 모 씨는 동상 제작의 경우 한 사람이 일감을 몰아갔다. 제작비용이 싸다는 것과 작가가 세종대왕 동상을 만든 이력 때문이었다. 동상이나 역사기록화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청남대는 대통령을 넘어선 새로운 방식의 접근과 관람객을 고려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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