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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끊임없이 읽고 배워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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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끊임없이 읽고 배워야 하는 이유
  • 충청리뷰
  • 승인 2020.07.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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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초대형 베스트셀러 중에 <내가 정말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번역서가 있다. 1980년대 초 목사로 봉직하던 로버트 풀검은 시애틀의 유치원 입학식에서 축사를 했다.

그 내용은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공정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말라,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놓으라,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치우라, 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음식을 먹기 전에는 손을 씻으라.....” 등 어린 시절 배우고 익혔지만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실천하지 않는 기본 덕목을 나열한 것이었다.

이 단순한 연설문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책으로 출판되어 수십 년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이와 상관없이 ‘아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다고, 진부하리만큼 당연한 공부의 기본을 일깨워준 덕분이다.

이제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위 책 제목을 살짝 비틀어 인용해본다면 ‘내가 정말 알아야할 모든 것을 평생 유치원 다니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의무교육과 대학 진학 등을 포함해서 대체로 10대나 20대 중반까지 배운 지식에 의존해서 나머지 생애를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가진 세계관이 세상의 변화와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도 어찌 보면 그래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적 공간에서는 이러한 지체로 인한 인식 격차가 서로 부딪힐 확률이 높다. 같은 시기를 살아도 동시대인이라고 할 수 없다.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육부가 2학기에 초중고 학생 대상 전수조사를 할 계획까지 잡은 디지털 성범죄는 새로운 유형의 폭력이다. ‘소라넷’, ‘n번방’, ‘다크웹’ 등을 통해 제작, 유포되는 성착취물은 피해의 규모나 전파력에서 소위 ‘야동’, ‘포르노’와는 차원이 다르다. 언제 어디서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여성들에게 일상이다. 2018년 수만 명의 청년여성이 혜화역에 모여 불법촬영을 규탄한 시위를 진행했을 때 정치권을 비롯해서 ‘어른들’은 그들이 제기한 분노의 깊이와 절박함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인식 격차의 결과는 최근 잇따른 재판 판결에서 드러났다.

성범죄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인식은 그동안 꾸준히 개선되었다. 성폭력범죄자를 피해자와 결혼시켜 무마하려는 판사의 판결이나 심지어 피해자 가족의 탄원이 1990년대 신문기사에 등장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성범죄 성립 범주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피해자에게 ‘왜 거절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지 말고, 행위자에게 ‘왜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했느냐’라고 물어야 한다. 상대방의 ‘수평적이고 적극적인 동의’가 합의의 필수 요건이라는 주장이 최근 핵심 쟁점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 성관계를 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비동의 간음죄(강간죄)’를 입법 추진 중이다.

구세대인 나는 요즘 할 말이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입을 닫고 귀를 열고 책을 읽으며 배울 시간이 필요하다. 100세 유치원 첫 수업은 김지은의 <김지은 입니다>, 변혜정의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다>, 류은숙의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를 읽거나,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우먼인할리우드> 등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독학도 괜찮지만, 보고 나서 같이 소감을 나눌 동료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남희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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