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취임식, 다시보기
상태바
지사 취임식, 다시보기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6.07.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 혁 상 충북인뉴스 편집장
   
정우택 충북지사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지난 4일 하이닉스반도체와 하청노조원 농성장을 직접 방문했다. 이날 하이닉스 노사 방문은 충북경영자총협회, 민주노총 충북본부, 한국노총 충북본부 등 지역 경제·노동단체 연쇄방문 일정의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1년반이상 끌어온 지역의 장기분쟁 현장을 신임 지사가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의미가 크다. ‘경제특별도’ ‘노사 무풍지대’를 정책 슬로건으로 내세운 정 지사의 의지가 분명하게 읽혀진다.

특히 하이닉스 하청노조가 신임 지사의 취임식장에서 항의시위를 자제한 것은 나름의 의미심장한 변화다. 하이닉스 노사분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노화욱씨를 정무부지사로 내정한 가운데 치러진 지사 취임식이 확성기 소음 한번 없이 끝난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장마철에 비가림 철재구조물을 설치하느라 지출된 행사경비를 놓고 언론이 ‘호화·황제 취임식’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조용한(?) 취임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충북도의 중재노력을 촉구하며 지속적으로 도청앞 농성을 벌였던 하이닉스 하청노조는 지방선거가 끝난뒤 정우택 당선자와 면담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식 취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이닉스 노사문제에 본격 개입하는 모습이 부담스러웠던 정 당선자측에서는 미루는 입장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노화욱씨의 정무부지사 내정소식에 하청노조의 분위기는 격앙됐다. 지사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점거부터 취임식 저지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실낱같은 물밑대화가 이뤄졌고 당선자측과 하청노조는 진지하게 서로의 입장을 설명했다. 당선자측은 노조원들의 절박한 형편에 가슴이 무거웠고, 하청노조측은 정무부지사 내정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계기가 됐다. 결국 양측의 대화는 ‘상대에 대한 인정’으로 진전됐고, 조용한 취임식과 취임 후 공식방문이라는 ‘진일보’한 장면을 연출하게 됐다.

이제 남은 일은 노화욱 정무부지사 내정자의 선봉장 역할과 정 지사를 비롯한 도내 국회의원들의 지원사격이다. 하청노조 복직문제 뿐만아니라 2천명 고용창출이 가능한 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제2공장 유치에 당정을 초월해 협력해야 한다. 우선 정 지사는 자신의 취임식에 불참한 도내 국회의원 7명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오제세·노영민 의원은 참석) 정치적 자존심이나 권위주의를 벗고 지방장관으로서 구심력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 지사는 지역에 학연을 두지 않은 것이 큰 장점이다. 향토사회의 이른바 ‘기수문화’에 주눅들 이유가 없다. 백지상태에서 새충북 건설의 청사진을 짜야 한다. 지사직 인수위원회가 짧은 기간이지만 중지에 중지를 모아 민선 4기의 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통 관료들의 ‘인의 장막’속에서 初志를 얼마나 一貫시킬지 미지수다.

또한 정 지사가 언급한 ‘우물안 개구리’ ‘잠든 충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류(main stream)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새 길을 만드는 것보다 현재 막힌 길을 뚫는 것이 더 시급하다. 50대 지사의 의욕이 화려한 ‘성과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지치지 않는 행군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4년 임기는 결코 짧지 않고, 54세 지사의 정치적 임기는 장구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