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시제품 만든 ‘APC테크’와 ‘F/L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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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시제품 만든 ‘APC테크’와 ‘F/L테크’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8.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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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혁신시제품에 5억원 지원, 수의계약 등 공공거래에도 이점
전국 81곳 중 충북 2곳… 공기청정기 ‘APC테크’, 방진필터 ‘F/L테크’

충북지역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많다. 중소기업이 잘 돌아가야 지역경제가 활력을 찾는다. 지역경제의 실핏줄을 살리려면 지방정부가 나서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와야 한다. 선결조건은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다. 특히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산품 팔아주기 운동 같은 구체적인 대안이 시급하다.

 

(왼쪽부터) 김승진 (주)APC테크 대표와 이경일 F/L테크 이사
(왼쪽부터) 김승진 (주)APC테크 대표와 이경일 F/L테크 이사

조달청에서는 혁신조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공공부문에서 기업의 판로를 마련하기 위해 제품과 기술을 구매해주는 제도로 2019년부터 시행됐다. 충북지방조달청 관계자는 “2018년 공공구매 및 물품구매액이 124조원 규모다. 이중 일부만 유망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하면 기업도 살고 공공부문의 서비스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제도가 시행됐다충북에는 현재 2개 기업이 혁신시제품을 등록했다고 말했다.

혁신시제품으로 선정되면 기업은 조달청으로부터 5억 원의 국책자금을 지원 받는다. 또한 3년간 공공기관과 구매할 때 이점을 준다. 무엇보다 금액에 관계없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수의계약은 입찰 등 경쟁계약을 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보통 일정액수 이하일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의계약은 상급기관의 감사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 담당자들이 꺼리는 편이다. 그래서 혁신시제품을 통해 구매하는 각 기관의 담당자에게는 구매면책 권한을 줬다. 그리고 정부에서 기관을 평가할 때 혁신시제품을 이용하면 가점을 준다. 기업 살리기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규제를 대폭 풀어준 셈이다. 이를 활용해 기업들은 사업추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혁신시제품은 모든 중소기업들의 목표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보통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거친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업체들은 기술력, 사업성 등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후 수출 등에서 판로확보나 우수조달 등록 등을 통해 공공영역과 거래할 기회를 늘리는 데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광촉매 공기청정기’ ()APC테크

 

전국에서 총 81개 기업의 제품이 혁신시제품으로 선정됐다. 충북에서는 지금까지 2개 기업의 제품이 이름을 올렸다. 2개 모두 실내공기질 개선과 관련된 제품이다. 지난해 12월 충북 1호 혁신시제품을 등록한 ()APC테크에서는 축광체, 광촉매 소재를 이용한 고기능성 공기청정기를 만든다. 김승진 대표는 일명 광촉매 공기청정기는 일반 공기청정기와 달리 기계에 있는 휘발성물질을 친환경적으로 분해하기 때문에 필터 자체에서 배출되는 유독물질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LG산전 등 제어시스템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2014()APC테크를 설립했고 창업 초기에는 산업용 통합관제시스템 핵심장비의 국산화를 목표로 운영했다.

그러던 5년 전 실험실 환경개선을 탐방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김 대표는 자외선을 통해 유해물질을 분해·살균하는 광촉매라는 기술에 대해 알게 됐다. 그는 “2015년에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식물연구소의 버섯 종균실 등 연구실에서는 이미 광촉매 공기청정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광촉매 공기청정기를 사용해 식물에 유해한 박테리아가 줄었고, 기존 30%였던 버섯종균작업 성공률이 80~90%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귀국한 그는 기존의 공기청정기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제거하기 힘들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광촉매 공기청정기를 상용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4년여의 노력 끝에 ()APC테크는 광촉매를 활용한 자체 원천기술과 특허를 확보했다.

김 대표는 우리 기술은 광원이 없어도 분해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광촉매보다 약 2배 효과가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APC테크는 조달청 혁신시제품, 아토피협회 우수상품 등에 선정됐다. 현재 판로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한 자동차회사에서도 러브콜이 들어왔다. 또한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회사인 벤처캐피탈들이 ()APC테크와 투자협약을 하고 있다. ()APC테크는 앞으로 충주의 공장을 확장·이전해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체를 방문한 충북지방조달청 관계자들 /충북지방조달청 제공
업체를 방문한 충북지방조달청 관계자들 /충북지방조달청 제공

 

나노섬유 방진필터’ F/L테크

 

충북에서 2호로 혁신시제품을 등록한 F/L테크(에프엘테크)는 금속틀에 섬유·나노방진필터를 입힌 창문형 방진필터 관련 제품을 만든다. 이경일 관리이사는 국내유일의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널리 보급된 저가의 중국산 미세먼지필터들로 인해 섬유·나노방진필터의 효과가 전혀 없다는 인식이 나돌아 적잖이 애를 먹었다남은 것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일뿐이라고 생각해 인터넷 등에 홍보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기술향상을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F/L테크는 업계에서는 최초로 나노·방진필터 접합창호와 관련해서 한국건설산업시험연구원(KCL)으로부터 Q마크를 획득했다. 그리고 7월 말에는 조달청의 혁신시제품으로도 선정됐다. F/L테크의 제품은 3중 필터 나노망으로 제작됐다. 나노망을 두고 양쪽에 특수코팅막을 입혀 내구성도 뛰어나다. 나노망을 창문에 설치하면 송화가루, 매연 등을 포함한 미세먼지의 유입을 막는다. 또한 냄새에 대한 차단효과도 확인됐다.

이 이사는 나노망보다 입자가 큰 것들은 통과하지 못하는 원리다. 미세먼지를 거르고, 비가 오면 물방울도 내부로 튀지 않는다. 각종 바이러스, 균도 나노망보다 입자가 크기 때문에 유입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실내 환기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방진형 창문필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계식환기설비의 문제점들이 대두되자 에너지가 들지 않는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술력을 입증받은 F/L테크는 2018년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이지만 조달청 혁신시제품에 선정돼 각 지자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벤처캐피탈에서도 투자에 대한 문의가 이어진다.

이 이사는 대전, 아산, 천안 등 인근지자체와는 계약도 오고갔지만 정작 충북에서는 반응이 뜨뜻미지근해 안타깝다. 기왕이면 충북에서 국책자금을 사용해 활발하게 사업하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다지역의 우수제품이 지역에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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