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집을 다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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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집을 다시 생각하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8.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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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은 계층과 권력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감독은 사람들의 냄새와 더불어 집의 평수, 집의 구조, 집의 위치 등이 곧 이 시대의 계급이라는 것을 꼬집는다. 마지막에 돈을 많이 벌어 이 집을 다시 사겠다는 주인공의 외침은 참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열심히 일해도 그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집값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의 집값이 비싸고, 런던도 파리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의 여러나라들마저 특정 장소의 특정 지역의 집값은 비싸다.

온갖 재화가 몰리고,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그곳의 집값은 전 세계 어디나 다른 지역보다 비싸다. 몇 배, 아니 수십 배의 값을 치러야만 한다.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서울에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한, 아니 살 수 없는 집값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를 얼마만큼 체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또래의 여성들이 절절히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그런데 한편에선 서울에서 살지 않는 게 다행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언제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을지 한숨도 나오니 참 얄팍한 심경이다.

집은 무엇인가. 누군가는 집을 철저히 재테크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살 집이 아니라, 내가 투자해야 할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집은 삶의 휴식처와 가족의 공간이 아닌 재테크의 대상. 그러니까 언뜻 보기엔 허물어지기 직전의 일부 강남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깃발을 꽂는 것도 그 연유일 터.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고 선택이 있겠지만 집을 두고 우리사회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게 아닌지 되묻고 싶다.

최근엔 아파트때문에 정치인들도 옷을 벗지 않나. 이젠 아파트가 하나의 투자상품처럼 포장되고 전시된다. 각종 SNS를 통해 집과 관련한 커뮤니티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서울의 집값은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인근 세종시 또한 행정수도 이전 호재로 집값이 2배 이상 뛰었다. 청주의 집값은 몇 달 전 오창 방사광가속기유치로 들썩였지만 6월에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주춤한 모양새다.

우리가 집에 대해 많은 에너지를 쏟는 건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물가에 비해 월급봉투에 비해 수십 배가 오르다보니 집값 상승에 누군가는 절망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일종의 누구누구는 얼마를 벌었더라는 얘기가 우리사회의 가장 강력한 내러티브가 된 것이다. 집값 광풍과는 거리가 멀었던 청주도 저평가된 매력 때문에 잠시 외지인들이 버스를 타고 내려와 줍줍했지만 실제 누가 돈을 벌었는지 잃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마치 도박판에 아파트라는 주사위가 던져진 것 같다.

이 수상한 시절에 집이 본연의 가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집을 상품으로 보기 시작하면 이 광풍의 질주는 누구도 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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