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바라본 월드컵 심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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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바라본 월드컵 심판은(?)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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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청주지법 홍보담당관)
   
6월은 축제였다. 어느새 4년마다의 월드컵은 어느 광고카피의 문구처럼 ‘4,800만이 하나 되어 붉은 함성을 외치는’ 한바탕 축제의 자리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호는 아쉽게도 16강의 문턱에서 항해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런데 스위스 전에서의 분패 후 화제가 된 인물은 아드보카트 감독도, 태극전사들도, 통한의 결승골의 주인공 센데로스도 아닌 엘니손도라는 낯선 이름의 심판이었다. 부심이 든 오프사이드 깃발을 무시하고 스위스의 2번째 골을 인정한 엘니손도 주심의 판정이 오심인지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아직도 논쟁은 진행 중이다.

판사로서 나는 법원이 내리는 판결들에 대하여 법률전문가의 시각에서 판단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번의 오심 논란에서는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비록 법원의 판결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 그와 유사한 심판 판정의 공정성에 대하여 일반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피파(FIFA)의 공식입장처럼 엘니손도 주심의 판정이 기술적으로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보던 그 순간 “이건 사기 입니다”라는 해설자의 분노에 동감하며 분개했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세계 최고 수준의 심판인 엘니손도 주심은 결승전의 주심이기도 했다. 내리는 판정에 대하여 ‘사기’라고 생각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제3자로서의 객관성을 결여하였고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때 이전의 경기들에서도 특정 팀에 유리한 몇 번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내려졌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는 점, 선수들의 위치를 누구보다도 정확히 관찰할 수 있는 부심이 명확하게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는데도 별다른 협의 절차도 없이 그 판단이 쉽사리 무시되고 경기가 진행되었다는 점 등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사정들이 있었음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일반 국민들은 축구 비전문가인 내가 이번 오심 논란을 바라보는 그런 방식으로 법원의 판결을 접하고 느끼리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만으로 보면 전혀 흠이 없는 판단이라도 그 결론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이 경제적 약자라거나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 등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낀다면 그 결론이 과연 올바르고 공정한 결론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 법원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올바른 결론을 내리는 데에 치중하였다면 지금은 결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이 전문가들만의 은밀한 자리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실질적으로 절차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생생한 자리가 되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이것이 ‘구술변론의 강화’, ‘공판중심주의의 실질화’ 등의 어려운 구호 속에 담겨진 실제 내용이다.

과중한 업무 부담 등 현실적 여건들로 인하여 당장 만족스러운 수준은 못되겠지만 우리 법원은 조금씩 전진해 나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께 보다 공정하고 신뢰받는 법원으로 거듭나려는 우리의 발걸음에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주시라고 감히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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