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과 인력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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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과 인력의 문제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8.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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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지자체가 수해 수습 나서지만 전문인력 없어 문제
“지방하천·소하천 제대로 관리하도록 재정 지원 해줘야”
김현미 국토부장관(맨 앞)과 이시종 도지사(맨 왼쪽)는 지난 12일 수해 지역인 충주 삼탄역을 방문해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 충북도
김현미 국토부장관(맨 앞)과 이시종 도지사(맨 왼쪽)는 지난 12일 수해 지역인 충주 삼탄역을 방문해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 충북도

 

2020 집중호우 겪고보니
지자체의 목소리

올해 전반기에는 전국민이 코로나19로 살얼음판을 걸었다. 그러더니 후반기에는 집중호우가 밀고 들어왔다. 전국적으로 42명의 사망 및 실종자와 75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하천이 범람했다. 건물, 주택, 농경지, 축산시설 등이 침수되거나 유실돼 현재 복구가 진행중이다.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 확산세에 수해를 잠시 잊었지만 그늘이 깊다. 복구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해를 통해 여러 가지 교훈을 얻고 문제점을 발견했다. 수해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광역지자체의 역할강화, 수해예방을 위한 상시 하천관리, 교량 건축시 기준강화 등이 나왔다.

재난안전 총괄부처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다. 행안부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전국을 골고루 함께 잘 살게 만드는데 앞장서는 부처”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이번 수해 때 ‘한 눈으로 보는 전국 수해 상황’ 코너가 없어 불만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 씨는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전국통계를 상시 알려주듯이 행안부가 전국 수해상황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코너를 신설했으면 좋았을텐데 찾을 수 없었다. 행안부 사이트를 아무리 봐도 어떤 부서에서 수해를 담당하는지 알 수 없어 무척 답답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안전을 책임진 행안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좀 더 세심한 행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해가 발생했을 때 컨트롤타워는 행안부가 하되 상황파악과 대책수립 같은 것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해를 입었어도 지역에 따라 산사태, 하천범람, 도로붕괴 등 양상이 모두 달라 광역지자체가 발빠르게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광역지자체에 돈과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전문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역량이 안된다고 하지만 이 역량을 키워주는 건 중앙정부 몫이다. 코로나19 확진 여부 판정-치료-접촉자 관리 등을 지자체가 하듯이 수해도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에 방재안전직 공무원들이 있지만 아직 관리직까지 오르지 못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임택수 충북도 재난안전실장은 “광역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건 맞다. 이번 수해 때 보니 국가하천은 괜찮았는데 지방하천, 소하천, 세천이 넘쳤다. 지방하천은 도지사, 소하천은 시장 군수에게 관리 책임이 있고 세천은 관리자조차 없다. 지자체가 이를 관리하되 돈과 인력을 지원해줘야 하고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충북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하천관리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해줄 것과 차제에 대대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봉책에 그쳤다가는 또 다시 물난리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충북은 이번 집중호우로 충주·제천·단양·음성·진천 등 중·북부지역이 인명 및 재산피해를 많이 봤고 영동·옥천 등 남부지역은 전북 진안군의 용담댐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용담댐 피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게 피해주민들의 말이다.(하단 상자기사 참조)

한편 이재은 교수는 “중앙정부는 그동안 대형참사만 터지면 법령을 정비하고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해 왔다. 매번 같은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후 재난관리법을 제정하고 민방위본부를 민방위재난통제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김대중 정부는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만들고 소방방재청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며 기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더니 2014년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안전’을 별도로 빼내 국민안전처를 만들었다. 그리고 안전행정부는 행정자치부로 돌렸다. 현 문재인 정부는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를 행정안전부로 통합하고 산하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 전국의 지자체에 재난안전과 관련된 부서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현재 충북도에는 재난안전실내에 안전정책과·사회재난과·자연재난과, 청주시에는 기획행정실내에 안전정책과가 있다. 그리고 군 단위에는 안전총괄과나 안전건설과가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방재안전직 공무원을 뽑았으나 군단위에는 거의 없다. 명목상 조직만 있고 사람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재난이 발생할 경우 이를 담당할 인력과 돈이 가장 필요하다는 게 현장 공무원들의 말이다.

“그냥 못 넘어가지”
용담댐 방류로 피해 본 4개 군 연일 항의투쟁

수자원공사 용담지사는 지난 7일 오후 5시 용담댐 방류량을 초당 690톤에서 8일 낮 12시 초당 2900톤으로 갑자기 늘려 영동·옥천·무주·금산 지역이 주택 171채와 농경지 754㏊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도로, 상하수도 침수 등 공공시설 28곳도 침수됐다. 이 수해로 4개군 459가구 719명이 대피하고 414가구, 64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러자 도내 영동·옥천군과 충남 금산군, 전북 무주군은 항의투쟁에 전격 나섰다. 4개 군은 18일 영동군청에서 침수 피해를 본 하류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책 마련을 위한 ‘4군 범대위’ 출범식을 열었다. 위원장은 박세복 영동군수.

대책위는 4개 지자체 군수, 도의원, 군의회 의장, 기획감사실장, 주민대표 등 2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이번 수해는 수자원공사가 댐 방류량을 사전에 탄력적으로 조절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다. 7월 31일 0시부터 8월 8일 수해가 난 당일까지 홍수조절에 실패한 게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자원공사의 대국민사과를 비롯해 이재민 지원과 배상, 원인 규명과 댐 방류체계 개선 등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또 4개군 주민 300여 명은 19일 오전 전주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집회를 열고 침수피해로 썩은 과일, 고추 등을 청사앞에 야적하며 항의했다. 4개군이 수자원공사를 대상으로 소송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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