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소가 기가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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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발전소가 기가막혀!
  • 한덕현
  • 승인 2020.08.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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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지난 집중호우를 계기로 태양광발전소가 정치권의 진영 싸움에 동원된 것은 코미디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야당은 현 정부의 정책실패를 부각시키고 더 나아가 원자력 발전의 당위성을 강변하기 위해 태양광발전소의 폭우 피해를 정쟁화하려 했고 이에 맞서 여당과 정부는 온갖 통계수치와 전문가들을 동원하며 태양광발전소(이하 태양광)의 무죄(?)를 옹호했다.

충청리뷰가 이번 호에 태양광 문제를 기획화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비록 비전문가로서 접근과 진단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 문제를 한 번 상식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났다든가 혹은 태양광이 에너지 대체에 별 효용이 없고 오히려 배나무 등 과수를 죽일 뿐만 아니라 패널의 중금속으로 인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선 과학적인 증거나 실체를 들이댈 지식, 능력도 없다. 다만, 저간에 빚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많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물론 지난 집중호우에 전국의 태양광이 많이 결딴났고 이로 인해 산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난 것은 맞다. 언론에 보도되고 사람들이 오고가며 직접 목격한 그대로다. 야당의 공세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피해를 당한 태양광이 전체의 0.1%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지만 그런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어쨌든 그만큼 피해를 입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요즘은 어지간한 주택엔 예외없이 태양광이 설치돼 있다. 여기엔 네가 하니까 나도 한다는 경쟁심리가 작용한 측면도 크다. 실제로 업자들이 이런 심리를 부추긴다. 개인적으로도 몇 년 전, 사는집에 태양광을 설치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당장 7, 8월 여름 두 달간의 전기요금이 설치 전 수십만원에서 지금은 몇 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궁금한 것은 태양광 설치 업자들이 중구난방 난립하는데다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형태나 시스템이 각기 달라 과연 앞으로도 이 시설들이 제대로 가동되고 또 처음처럼 효율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과거 사례가 떠올려지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지금의 태양광처럼 국가 에너지 정책에서 광풍을 일으킨 것이 하나 있다. 태양열 주택이다. 지붕에 태양열을 집적하는 장치를 해 이 열로써 난방과 온수를 해결하는 에너지 시스템으로 당시에도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 현혹돼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그 시기에 마침 터져버린 1차 오일쇼크가 태양열 주택을 결정적으로 부추긴 계기가 됐다.

하지만 태양열 주택은 보기좋게 실패하고 만다. 기술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론만으로 강조되며 졸속으로 보급되는 바람에 고장나기 일쑤였고 얼마가 지나고선 거의 대부분의 태양열 시설들이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농촌지역을 지나다 보면 문제의 장치들이 그대로 노출돼 흉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지붕 위에 녹이 슨 상태로 덩그러니 남아 마치 박근혜 탄핵 선고 때 이정미 대법관의 헤어 롤을 연상시키는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역시 지금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이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혼란스럽게 들어서는 시설들 때문이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꼽자면 이렇다. 저수지 등 수면 전체를 덮은 곳, 경사가 가파른 곳에 아슬아슬하게 지주대를 세워 설치한 곳, 주변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산지나 밭이 뭉개진 채 마치 거대한 섬처럼 설치된 곳 등이다.

 

비용을 적게 들이려고 지면을 제대로 다지지 않은 채 꼬불꼬불이나 울퉁불퉁 설치한 곳도 목불인견이다. 간혹 주말에 높은 산에 올라 아래로 멀리 조망되는 규모가 큰 태양광이라도 볼라치면 “아이쿠!!”라는 비명이 절로 나온다. 환경은 안중에도 없이 산림 등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채 들어선 시설이 보통 흉물처럼 보이는 게 아니다. 업자는 물론 이를 허가해준 사람들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수면을 통째로 덮는 태양광 역시 환경에는 쥐약이다. 연잎으로 뒤덮힌 호수 등에서 낚시를 해본 사람들은 이를 잘 안다. 햇빛 차단으로 산소와 플랑크톤 등이 잘 생성되지 않아 물고기조차 사라지게 된다.

지난 집중호우가 태양광에 대해 일깨운 것이 있다면 산사태를 유발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다. 이런 논란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어차피 현행의 허가기준(경사 15도 이하)이라면 큰 비가 올 경우 산사태는 피할 수 없다. 정작 고민할 것은 산지나 경사면의 허가기준을 강화하고 환경과 생태를 망가뜨리지 않게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안 그러면 태양광은 조만간 한반도의 환경재앙이 될 지도 모른다. 수명이 17년 내외라는 태양광 패널(모듈)의 사후 처리와 보수,보정문제도 조만간 닥칠 국가적 난제가 될 게 뻔하다. 기껏 환경을 위한다는 태양광이 되레 환경을 망치는 원흉이 된다면 이거야 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가 문제의 태양광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휴게소마다 나름의 운치가 있어 여행하다가 이 곳에 들러 주변풍광을 즐기는 것도 힐링이라면 힐링이었는데 지금은 휴게소 공간이 거의 똑같은 모양의 태양광으로 뒤덮히는 바람에 아쉬움이 크다. 아직 주차장이나 광장 등에 태양광이 미설치된 휴게소엔 제발 독특하고 색다른 디자인이라도 적용했으면 한다.

문화와 인식의 획일화는 국가통치나 정치와도 연관된다. 지금 야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정권의 독재와 전체주의가 이런 맥락에서 제기됐다면 한 번 눈길이라도 주겠다. 비록 시대를 한참이나 벗어난 억지 궤변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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