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청정지역’ 뚫린 제천시 전국단위 행사 강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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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청정지역’ 뚫린 제천시 전국단위 행사 강행 논란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0.08.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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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배구대회 개막
논란 일자 9월 행사는 비대면으로 축소
지난 22일부터 보름 일정으로 제천시 제천체육관에서 개최 중인 ‘2020 제천·KOVO컵 프로배구대회’ 장면. /뉴시스
지난 22일부터 보름 일정으로 제천시 제천체육관에서 개최 중인 ‘2020 제천·KOVO컵 프로배구대회’ 장면.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정지대였던 제천시에 최근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8·15 집회에 다수의 지역주민이 참가하는 등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한층 높아졌다.

시에 따르면 강원도 강릉에 직장을 둔 제천 출신 20대 남성이 지난 20일 발열 증상으로 제천서울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22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제천시는 김 씨를 즉각 충북대병원으로 이송하고 김 씨가 발병 후 잠시 머물던 제천 부모 집과 인근 시설에 대한 방역조치도 실시했다. 지역 내 접촉자인 김 씨 부모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으나 다행히 음성으로 판명됐다.

앞선 15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 집회에 지역의 한 개신교 목사가 신도 등 주민 45명을 인솔하고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전수 검사에 들어가는 등 지역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더욱이 이 목사는 한때 방역 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잠적해 지역사회를 아연 실색케 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집회 금지 명령 속에 진행된 이 집회로 전국 각지에서 100명에 가까운 2차 전파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만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2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는 등 국가 전체가 코로나19 비상 사태에 빠져든 형국이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에 시민들은 인구 10만 이상 지자체 중 충남 보령시와 더불어 ‘유이(唯二)’한 코로나19 청정지역이었던 제천시에 최대의 방역 위기가 닥친 데 우려를 표시하면서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 방역에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천시가 지난 22일부터 보름 일정의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를 강행해 지역사회 전파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시에 따르면 제천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0 제천·KOVO컵 프로배구대회’에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선수와 임원은 5000여 명이다. 여기에 대회 관계자 2000여 명을 합치면 최소 7000명이 제천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광화문 집회 이후 한때 코로나19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에 육박하기도 하는 등 팬데믹을 우려할 수준에 이름에 따라 시와 한국배구연맹은 당초 수용 인원 대비 10%를 입장시킨다는 방침에서 물러나 전면적인 무관중 대회로 전환했다.

시민들은 대회가 무관중으로 치러진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하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전국 단위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교육계 종사자인 김모 씨(여·47)는 “제천시 단독으로 개최하는 행사가 아니고 배구협회와 방송사의 입장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심각한 방역 위기 상황에서 수천 명의 외지인이 방문하는 행사를 강행하는 것이 솔직히 탐탁스럽지 않다”고 걱정했다.

제천중앙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모 씨(51)는 “제천만은 코로나19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해 그동안 식당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소홀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천에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광화문 집회 참가자도 다수에 이른다는 소식을 듣고 식당 내부와 종업원 방역, 손님 간 거리 두기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전국 단위 대회 개최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시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자칫 제천이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까 우려된다”며 시가 방역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상천 제천시장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비대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2020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는 행사의 특성상 비대면이 불가하고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라 개최하지 않겠다. 제24회 제천박달가요제는 비대면 가요제로 주관 방송사 내에서 최소한으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9월로 예정된 두 대회를 현장에서 개최하겠다는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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