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산경위원장 4번 뽑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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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 산경위원장 4번 뽑게 된 사연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8.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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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도의장 선출하면서 생긴 갈등이 가장 큰 원인
박 의장·연 의원 파 서로 화합하고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충북도의회 본회의장
충북도의회 본회의장

 

충북도의회가 후반기 의장선거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말끔히 털어내지 못했다. 도의회는 의장 후보간 갈등으로 인해 산업경제위원장(이하 산경위원장)조차 뽑지 못했다. 이 위원장을 잡음없이 선출하고 진심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도의회가 정상궤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도의회는 지난 7월 후반기 원구성을 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정상교 의원(충주1)을 산경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충주에서 농업법인회사 대표를 맡고 있어 겸직 논란이 일었다. 정 의원은 7월 말 사임했다.

박문희 도의장은 지난 21일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과 도의회 부의장,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등 11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산경위원장을 오는 9월 3일 다시 선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되면 산경위원장을 벌써 네 번째 뽑는 것이다. 한 상임위원장을 네 번째 뽑는 것은 도의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원인은 의장선거를 하면서 생긴 갈등이라고 보는 게 의회 안팎의 시각이다.

후반기 충북도의장 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박문희 의원(청주3)과 연철흠 의원(청주9) 두 명이었다. 후보가 세 명만 돼도 우열차가 났을텐데 두 명이다보니 브레이크 없는 경쟁을 펼쳤고, 두 후보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결과는 14대 13, 박 의원이 한 표 차로 승리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의회는 완벽하게 두 쪽이 났다.

이런 현상은 원구성을 하는 과정에서 폭발했다. 지난 7월 7일 후반기 임시회가 열렸고 이 날 원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6명의 상임위원장 후보를 정했다. 이렇게 하면 대개 전체회의에서 통과된다. 그러나 연 의원 측이 비밀투표를 요구했다. 투표 결과 두 명이 부결되고 말았다.

박 의장 측은 “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장 후보를 간신히 정했는데 모 의원이 ‘합의된 게 아니다. 7일 본회의에서 뒤집겠다’고 하더니 실제 뒤집어졌다”고 말했고, 연 의원 측은 “의원총회에서 정한 것은 당론이 아니었다. 그래서 7일 각자투표를 했고 일부가 부결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양측 얘기가 달랐다.
 

윤남진-이상정-정상교 의원, 그 다음은?

특히 산경위원장 선출은 험난한 길을 걸었다. 처음에는 윤남진 의원(괴산)이 추천을 받았으나 부결됐고 후에 이상정 의원(음성1)도 부결됐다. 한 의원은 “박 의장 측에서 윤 의원과 이 의원을 연달아 추천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다 연 의원 측에 물었더니 정상교 의원을 추천했다. 정 의원을 놓고 표결해 가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 의원이 겸직금지 조항에 걸렸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 의원은 농업법인회사 대표이면서 왜 산경위원장을 맡았나. 그는 “내가 당초 부의장에 출마했다가 안됐다. 그래서 산경위원장은 안하려고 했으나 추천을 받았다. 표결 결과 가결됐지만 이 건 내 뜻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정 의원이 회사대표를 맡고 있는 사실을 정확히 몰랐다. 이런 사실은 본인이 가장 잘 알 것 아닌가. 회사를 운영하면 산경위원장 혹은 산경위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인이 산경위원장을 맡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겸직금지는 지방의원이 직무를 이용해 부당하게 이득 취하는 것을 방지하지 위해 만들어졌다. 해당 상임위 소관업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항간에는 오는 3일 모 의원을 산경위원장 후보로 추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 도의회는 박 의장, 연 의원파로 갈라져 앞으로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모 씨는 “의장선거에서 낙선한 쪽은 결과에 승복하고 원구성이 잘되도록 도와야 한다. 의원총회에서 뽑은 상임위원장들을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건 신사답지 못했다. 분풀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회가 흔들리면 의원 전체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의장에게 협조해 좋은 의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승자인 박 의장은 원구성을 마무리짓고 도의회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자당끼리 싸우는 모습은 보여주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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