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큰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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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큰 각오가 필요하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9.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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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석 경제부 차장
권영석 경제부 차장

 

신생아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력이 있다. 말로만 듣던 것과 실제로 만져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 좋다고 얘기하지만 선뜻 권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를 낳기 위해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들에게는 인생을 건 모험(?)이다.

제법 큰 IT회사에 다니는 지인은 최근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좋은 근무조건에 평생직장이라 생각해 어렵게 입사했는데 결혼·출산휴가 이후 회사를 다니는 여성 선배들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회사 내 제도는 잘 갖춰져 있지만 직원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지인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싶지만 권리를 주장하다가 관계가 틀어지면 혹시 미래에 다른 직장으로 이직할 기회조차 없어질까 두려운 마음도 크다.

최근 직장갑질119는 이런 사례를 모아 대한민국 직장인 여성이 결혼·임신·출산·육아의 4단계를 무사히 통과한다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 뚫는 것보다 어렵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지만 임신·출산 분야만큼은 여성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고 아직 우리사회가 이런 차이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는 출산율 저하, 인구감소로 이어진다.

올 상반기에도 상황이 데자뷰처럼 연출됐다. 가임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출산율이 0.84로 역대 최저치를 찍자 정부는 다시 출산장려책을 꺼내들었다. 이번 대책은 육아휴직 분할사용, 가사시장 공식화 등 노동시장에서 실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정책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인구를 지키기 위해 적잖은 예산을 써왔다. 육아휴직, 육아수당 등의 제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간접지원이다. 출산정책을 쓰며 일자리창출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많다. 정작 아이를 낳고자하는 부모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은 평균 60만원 남짓이다.

그러나 신생아 한 명을 낳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이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은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크지만 출산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기피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한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저출산 현상에 몇몇 나라들은 최근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합계출산율이 1.45로 유럽 내 최저수준을 기록한 헝가리는 2019년부터 누구나 결혼만하면 직장인 평균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4000만원을 지원한다.

이후 5년 안에 아이를 낳으면 대출이자 면제, 2명이상 낳으면 대출금의 3분의 1 탕감, 3명을 낳으면 대출금 전액 탕감, 4명이상 낳으면 여성의 소득세 평생 면제제도를 시행한다. 단 5년 이상 아이를 안 낳거나 이혼을 하면 모든 것을 4개월 이내 상환해야 한다.

그러자 정책을 시행한 직후에 결혼하는 숫자가 20% 증가했고 1979년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누군가는 극약처방이라고 하지만 투입되던 예산을 잘 활용해 추가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꼴찌다. 더 이상 뒤는 없다. 돌려막기식 정책보다는 파격적인 발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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