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의 공공건축가, 청주 풍경을 바꿀까
상태바
20명의 공공건축가, 청주 풍경을 바꿀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9.03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주시 2009년 전국 최초로 도입…각종 건축상 휩쓸어
청주시 올해부터 시작…건축 자문부터 구도심 재생까지
청주시가 위촉한 공공건축가들은 앞으로 2년간 활동하게 된다.
청주시가 위촉한 공공건축가들은 앞으로 2년간 활동하게 된다.

[충청리뷰_박소영 기자] 청주시 청사 건립은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화려한 이벤트다. 낙후돼 있는 구도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랜드마크가 될 만한 새로운 조형물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시청사인 것이다. 시청사가 건립된다고 해서 구도심이 하루아침에 살아나는 게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축적 혜안을 가진 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 청주시는 다른 도시에서 이미 도입해 성공을 거둔 총괄건축가 및 공공건축가 제도를 올해부터 시작한다.

총괄건축가는 이번 시청사 국제공모 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춘규 건축가가 맡았다. 공공건축가는 따로 20인을 선정했는데 지역과 외지인사를 절반씩 위촉했다. 지난달 25일 위촉식을 가졌다. 이들은 공간환경전략계획을 짜게 된다. 성안길을 축으로 남문로, 북문로 등 주요 도심의 개발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또 건축과 관련한 문제에 자문단으로 상시 활동하게 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공공건축을 설립할 때 입찰 방식을 택했다. 앞으로 공공 건축물은 좀 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사업 단계에서부터 자문을 하거나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함께 해결방안을 찾게 된다. 일단 용역을 통해 구도심의 빈집과 공공시설 현황을 파악하고 지역별로 시민들에게 의미있는 문화공간을 제안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간환경전략계획 용역은 올해 10월에 착수해 내년 4월에 마무리된다.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의 임기는 2년이다. 연임이 가능하다.

 

전국 46개 지자체에서 실시

 

전국에서 이러한 공공건축가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점차 늘고 있다.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현재 46개 지자체가 도입했다. 광역지자체는 11개소, 기초지자체는 35개소다. 충북에선 청주가 처음 발을 뗐다.

전국에선 영주시가 2009년 처음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영주시는 공공건축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주시 정신구 주무관은 영주시는 철도의 도시였지만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국토부에서 영주시에 총괄건축가 제도를 제안했다. 처음엔 영주시에 누가 올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영주시와 국토부, 아우리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머리를 맞댔다고 설명했다.

영주시 노인복지관은 도심 내 공원부지에 위치해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 사진  에프라인멘데즈 작가 제공
영주시 노인복지관은 도심 내 공원부지에 위치해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 사진 에프라인멘데즈 작가 제공

그렇게 아우리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조준배 씨가 도시건축관리단의 단장으로 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총괄건축가가 됐다. 공공건축가 2명과 함께 영주시의 공공건축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정 주무관은 시행착오가 많았다. 처음에는 공공건축가들이 시범적으로 설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지금은 자문을 맡고 있는데 서울과 거리가 있다보니 일주일에 하루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근무를 하는 형태다. 몇 명의 총괄건축가가 영주를 거쳐 갔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신승수 건축가가 총괄건축가로 일하고 있다. 공공건축가는 총괄건축가를 포함해 총 3명이다. 이들은 공공건축 분야에 있어 구체적인 사업들을 해나가고 있다. 단순히 건축 자문의 역할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지자체와 협조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주시 공공건축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신축은 기존의 공원부지에 추진했다. 이에 대해 정 주무관은 처음에는 외부에 부지를 찾았으나 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이동거리가 멀 경우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공원에 두 개의 시설을 짓는 안을 냈다. 영주시의 공공건축 사례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견학을 많이 온다. 공공건축물들이 건축상을 대거 수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공 건축가가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데는 장애물도 많았다. 설계와 공모를 모두 일괄입찰 방식으로 할 경우 소위 원하는 작품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이미 선정된 곳에 뒤늦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것도 잡음의 소지가 있었다. 따라서 처음부터 공공건축가들이 나서 건물의 특성 및 내용에 대한 기획용역을 한 뒤 입찰을 띄운다.

이와 함께 아이디어 공모도 진행한다. 담당자는 이러한 전문가와 공무원들의 협업이 국토부 환경디자인시범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국책사업을 따는 데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공공건축가들은 공공건물뿐만 아니라 민간 건물에 대해서도 규모에 따라 조언을 하고 있다. 지금은 영주시와 새건축사협의회, 공공건축가들이 협의해 영주시 건축물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 주무관은 각 도시의 특성에 맞게 공공건축가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본다. 청주시 담당자들도 영주시를 다녀갔다. 청주는 도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영주시와는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게 된 모 씨는 청주시의 공공건축물들을 보면 사실 너무 재미가 없었다. 특정 업체들이 독점하는 경우도 많았다. 젊고 유연한 건축물들이 도시에 필요한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