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공공건축물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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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공공건축물 '이제 그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9.0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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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국제설계공모·공공건축가제도 도입 계기로 달라져야 여론
충북도내 시·군도 새로운 제도 도입 필요, 공공건축물 수준 높여야
권위적이고 표정없는 청주시 청원구청 건물
권위적이고 표정없는 청주시 청원구청 건물. 사진/ 육성준 기자

 

청주시가 전국 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시청사 건립을 위해 국제설계공모를 단행했다. 또 총괄건축가 및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했다. 이 두 가지를 계기로 충북의 공공건축이 혁신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청주시가 국제설계공모를 실시하자 최근 벤치마킹하러 오는 지자체가 많다고 한다. 청사건립 계획이 있는 서울 종로구·동작구, 경기 고양시, 충남 서천시, 전남 순천시, 전북 익산시 등이 다녀갔다는 후문이다.
 

지자체 청사 국제설계공모 처음 시도

전국적으로 국제설계공모는 종종 있는 일이다. 최근만 보더라도 간송미술관을 짓는 대구시가 국제설계공모를 마쳤고, 국토부가 세종시에 들어설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국제설계공모를 현재 진행중이다. 또 경북도는 인재개발원 국제건축공모를 9월 24일까지 한다. 그러나 지자체 청사 설계는 대부분 국내 건축가들이 해왔다. 따라서 청주시청사 국제설계공모가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민선7기가 시작되자마자 지난 2018년 7~9월 8회에 걸쳐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건축’ 아카데미를 실시했다. 청주시 공무원과 시민들은 한 자리에 앉아 유명강사 강의를 들으며 건축의 흐름, 공공건축물과 디자인, 도시재생 활성화 등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민선7기에 청주시청사, 구청, 행정복지센터 등의 건립 계획이 줄줄이 예정돼 있자 한 시장은 건축강의를 시작했다. 시청사 국제설계공모 등 일련의 변화는 이런 시도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의견들이 많다.

또 공공건축가제도는 청주시 공공건축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올해 처음 시작했다. 공공건축가로 선정된 20명의 건축가들은 청주시가 발주하는 공공건축물에 대해 조정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일부 지자체가 이런 제도를 도입해 공공건축물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청주시는 지난 8월 25일 만45세 이하의 신진건축가 8명과 중진건축가 12명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공공건축가제도를 총괄할 총괄건축가는 신춘규 건축가가 맡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기존에 산발적이며 개별적으로 추진했던 개발사업을 총괄 조정하고 자문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공급자 중심의 계획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 공공건축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건축가들이 작품을 놓고 공정하게 겨루는 게 국제설계공모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그리고 공공건축가제도는 과거에 몇 사람이 알아서 지었던 공공건축물을 여러 건축가들이 사업 단계에서부터 자문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충북도내 시군에서도 이 두 가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공공건축물의 수준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는 몇 몇 건축가들이 공공건축물 설계를 좌지우지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온 구태를 없앨 수도 있을 것이다.

딱딱하고 정체성 없는 청원경찰서 건물. 사진/육성준 기자
딱딱하고 정체성 없는 청원경찰서 건물. 사진/육성준 기자

학교·교도소·공공기관 건축물 닮은꼴

현재 충북도내 시군에 예정된 공공건축물 신축만 해도 여러 건이다. 충북도는 충주시에 전통무예진흥시설을 지을 예정이고 청주시는 흥덕구청, 장애인돌봄센터 등을 건립한다. 시는 확정하지 않았으나 몇 몇 낡은 행정복지센터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 또 충주시는 국립충주박물관과 체육회관, 제천시는 예술의전당과 여름광장, 세명대 상생캠퍼스를 짓는다. 제천시는 이 건물들을 모두 옛 동명초 부지에 오는 2022년까지 신축한다. 지자체의 건축 수요는 계속 나온다. 이럴 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게 여러 사람들 말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학교와 교도소의 건축양식이 거의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면 공공기관 건물일 것이다. 지금 신축하는 건물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2000년 이전에 지은 건물은 개성없이 반듯반듯한 학교 내지 교도소와 비슷하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본관 이외의 충북도청 건물이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고 청주시의회, 청주시내 구청, 행정복지센터, 경찰서 등이 그렇다. 딱딱하고 표정이 없어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유현준 교수는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학교건물을 저층화하고 여러 채로 나눠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들이 1학년 때는 삼각형 모양의 마당에서, 2학년이 되면 연못있는 마당, 3학년이 되면 빨간색 경사지붕이 있는 교실 앞마당에서 놀 수 있어야 다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공립학교 설계는 공모전을 통해 결정되고 그들만의 고착된 심사기준이 있기 때문에 달라지지 않는다. 그 중 건축의 ‘갑’은 교육부다. 교육부에서 중앙통제를 하기 때문에 서울부터 부산, 대구 할 것 없이 모든 공립학교 건물이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건축기본법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위원장 박인석)를 운영해오고 있다. 국가 건축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관계부처의 건축정책을 심의·조정한다. 또 총괄건축가제도를 지자체에 도입하도록 했고 건축가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이 위원회는 공공건축의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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