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공정’을 말하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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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공정’을 말하면 안 되는 이유
  • 한덕현
  • 승인 2020.09.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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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지급으로 가닥이 잡히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배신감’ ‘불공정’ ‘분노’ 등의 단어를 동원하여 비판했다.

추미애 아들의 ‘황제 휴가’ 논란이 정치권을 달구자 갑자기 홍준표가 나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초임검사 시절을 언급하며 “검사가 바로 서야 나라의 법질서가 바로 선다”고 후배 검사들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 아들 문제는 일주일만 수사하면 결론이 날텐데 왜 검사가 8개월이나 미루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사안은 다르지만 둘 다 우리사회의 공정성 문제를 시비했다.

사실 재난지원금의 선별지급은 쉽게 생각해도 한 두가지 난제를 안고 있는 게 아니다. 정의당 심상정까지 나서 후폭풍을 우려한 것을 봐도 그렇다. 국가 재정상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사람이나 업종들을 선별, 가중 지원한다 하더라도 그 대상자를 정하는 것이나 또 이를 가지고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지금으로선 상상하기조차 쉽지가 않다.

주변엔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경우도 있다지만 누구는 괜찮고 또 누구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일은 신이 아닌 이상 결코 녹록지가 않다. 어쨌든 코로나는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안기고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고통의 체감은 오십보 백보다. 당장 걱정되는 후폭풍은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이른바 강요된 차별에 대한 국민 상실감일 수 있다. 막상 선별지급이 강행될 경우 그러잖아도 코로나 업무로 지칠대로 지친 일선 공무원들만 또 죽어나게 됐다는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재명이 2400여년전 고사성어(논어)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과 250년전 다산 정약용의 말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하니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를 인용하며 불공정을 우려한 것은 그 시의성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 정부가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출범할 수 있었던 배경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밝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코로나 정국 초기부터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선 이재명이 비록 전략적이더라도 현 정부와 대척하면서까지 ‘공정’을 입에 올린 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도 꺼림칙한 건 어쩔수가 없다. 자신의 주변과 가족 관계에서 불거진 각종 추문 때문에도 그렇다.

‘공정’은 결코 상대성의 가치가 아니다. 철저하게 ‘나’로부터 발현되어야 하는 절대적인 선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고 남한테 들이대는 잣대를 나한테도 똑같이, 아니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한데 이재명은 이런 면에서 아직 믿음이 안 간다. 다른 건 다 차치하라도 형수에 대한 욕설 파문은 쉽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무리 사적인 영역이라 하더라도 녹음된 문제의 욕설을 한 번이라도 듣게 되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실제로 그의 쾌도난마식 명쾌한 리더십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조차도 막상 그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인식하는 데는 주저함을 숨기지 않는다. ‘편협함’과 ‘불안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를 불식시키지 않는 한 그가 말하는 공정은 허구로 들릴 수밖에 없다.

홍준표가 후배 검사들의 분발을 촉구하며 알리고자 했던 것은 초임 검사시절의 무용담(?)이다. 1985년 1월 그의 첫 부임지는 청주지검이었고 2년 쯤 지난 시점에서 증평의 물먹인 소 도축사건을 맡게 된다. 소를 도축하기 전 호스로 물을 강제로 먹여 고기의 무게를 늘리는 범죄행위로, 문제가 된 도축장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당시 법무부장관 처가 쪽 회사의 회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홍준표는 온갖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그를 구속시켰고 당시 피의자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협박으로 나왔다는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라는 말은 나중에 홍준표 자서전의 제목이 되어 히트를 쳤다.

 

홍준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강골, 소신 검사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됐고 이후 슬롯머신 수사로 6공 황태자 박철언과 까마득한 검사 선배인 이건개를 구속시켜 한국의 피에트로, 모래시계 검사라는 닉네임까지 얻게 됐다. 1994년 9월 그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을 원합니다’라는 단 한 줄로 불과 10년만에 천직인 검사를 버리고 지금의 정치인생을 가꾸기까지는 사실 권력과 외압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공정한 검찰권에 대한 그의 강단이 국민들한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준표는 경남지사 시절 단순히 적자라는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쇄시켜 작금의 코로나 사태에 가장 절실한 공공의료를 붕괴시켰는가 하면 무상급식은 사회주의 발상으로 공정치 못하다며 이를 중단, 어린아이들의 밥줄을 끊더니 자신은 방송출연을 이유로 값비싼 비즈니스석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 빈축을 샀다. 그 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값싼 이코노미석을 애용하는 것과 비교돼 논란을 빚었다. 뿐만 아니라 산하 공무원에겐 골프 금지령을 내리고 정작 자신은 미국 출장중에 부인까지 동반해 현지 한인 사업가와 골프를 쳐 내로남불의 실체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청주지검에 근무할 때 틈만 나면 진천 초평저수지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우며 권력과 삶의 무상함을 일찌감치 깨우치게 됐다는 그는 자서전에 이런 말도 남겼다. “검사의 눈으로만 보던 세상을 때로는 피고인의 눈으로, 성직자의 눈으로, 정치가의 눈으로, 서민의 눈으로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그가 이렇게만 했다면 아마 지금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차기 대권 지지도를 누리고도 남을 것이다.

추미애 아들논란을 놓고 야당이 특검을 요구하자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석열과 나경원을 물고 늘어졌다. 아닌게 아니라 무슨 무슨 청문회 때마다 예외없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 나라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은 왜 그리 입대기피나 병역면제 등 비위가 많고 또 각종 특혜와 이권, 편법을 누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추미애의 엄마찬스가 문제라면 차제에 조국 나경원 윤석열 윤미향의 아빠찬스, 부모찬스, 부인찬스, 남편찬스, 장모찬스, 위안부할머니찬스도 낱낱이 밝혀져야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국민들에겐 그저 똑같은 X들로 보일 뿐이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겠다는 것인가. 그들은 공정의 ‘공’자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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