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가 말해주는 여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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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말해주는 여성의 삶
  • 충청리뷰
  • 승인 2020.09.0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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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는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함께 발표한다. 올해부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을 발표한 9월 1일이 법정기념일이 됐다. 그래서 양성평등주간을 9월 첫 주로 옮기고, 보도자료도 그때 맞춰 낸다. 인구와 가족, 의사결정, 일·생활균형, 폭력, 고용, 소득, 건강 분야로 나누어 작성하는데 여타 통계와 다른 것은 성별을 구분하고 특히 여성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세상의 변화가 보인다.

인구 분야에는 연령대별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수) 항목이 있다. 2019년 0~9세는 105.3이고, 20~29세는 113.3이다. 60세 이상 인구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그중 출생아 성비는 남아선호사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통상 103~107이면 자연출생 성비로 본다. 우리나라는 1990년 출생아 성비 116.5로 최고점을 찍고, 2019년 105.5로 내려왔다. 현재 전국 평균은 첫째부터 셋째까지 모두 자연출생 성비 범위 안에 있다. 충북은 셋째아 이상 출생성비가 115.1로 높은 편이다.

전체 가구 중 1인가구가 30%를 넘고, 한부모 가구는 7.3%인데 한부모 가구 중 여성 한부모 가구가 3/4이다. 그래도 1995년에 비하면 남성 한부모 비율이 조금 늘었다. 초혼 연령은 점점 올라가고 혼인 건수는 줄고 있다. 2019년 평균 초혼 연령은 전국 여성 30.6세, 남성 33.4세이다. 충북은 지난 20년 사이 초혼 연령이 남녀 모두 각기 4살 정도 올라갔다.

여성 국회의원과 장관 비율은 역대 제일 높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중 여성이 57명이다. 현직 장관 18명 중 여성이 6명이다. 반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기초자치단체장 226명 중 여성은 8명이고, 당선 지역은 서울(3), 부산(3), 대전(1), 경기(1)이다. 여성법조인도 늘어서 2019년 판사와 검사 모두 30%를 넘었다.

성폭력 범죄만 본다면 발생 건수는 늘고 검거율도 늘었지만 구속 건수는 줄었다. 2008년보다 2018년에 성폭력 발생 건수는 약2배 증가, 검거율도 조금 상승했으나 구속 건수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첫 째 인권 보호가 강조되면서 불구속 수사 원칙이 자리 잡은 것과 둘 째 범죄 유형의 변화, 즉 ‘강간 등 기존 성폭력에 비해 법적 형량이 낮은 불법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등 범죄가 급증’한 것을 반영하는 수치라고 설명한다. 시대 변화에 맞춰 국회에서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불법촬영으로 검거된 인원 중 96.6%가 남성, 피해자 중 82.9%가 여성이다.

2019년 월평균 근로시간을 보면 여성보다 남성(157.9시간)이 13.3시간 더 길게 일한다. 가사시간을 보면 맞벌이가구 여성은 하루 3시간 7분, 남성은 54분으로 여성이 매일 2시간 13분 더 길게 일한다. 남성이 100의 임금을 벌 때 여성은 69.4를 번다.

굳이 남녀를 구분해서 통계를 수집할 이유가 있냐고 질문을 한다면, 최근 나온 번역서『보이지 않는 여자들』(웅진지식하우스, 2020)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성별을 구분하지 않아서 생기는 데이터 공백으로 현실에서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는지 설명한다. 사무실의 냉방온도, 자동차 안전벨트, 도시계획, 새로 개발한 신약 등등 건장한 성인 남성을 표준으로 한 결과물은 표준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차이를 고려해서 정책을 집행하면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절감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설작업에 무슨 성차별이 있냐고 하겠지만, 스웨덴 한 도시의 공무원은 달리 생각해봤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고, 자녀나 노인을 돌보느라 동선이 복합적이다. 시에서 제설작업 순서를 차도-인도-자전거도로에서 인도-자전거도로-차도로 바꾸었더니 보행자사고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사고가 줄었다.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이로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충북여성재단은 도와 시·군별 ‘성인지 통계’를 각기 격년으로 작성하여 보급하고 있다. 데이터가 쌓이고 차이가 보이면 예산이나 사업계획도 바뀌고, 사람들의 생활도 달라지리라 기대해본다.

/이남희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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