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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비우고 농촌은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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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비우고 농촌은 채우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9.10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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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근 강동대 교수 “국가가 농촌 빈집 사서 리모델링해 임대” 제안
현대인들 인구 밀집된 도시 떠나 농촌생활 원해…‘4都3村’ 생활족도
김승근 강동대 교수. 김 교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내렸다. 왼쪽은 작업공간, 오른쪽은 생활공간이다.
김승근 강동대 교수. 김 교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내렸다. 왼쪽은 작업공간, 오른쪽은 생활공간이다.

코로나시대를 사는 법
탈도시 바람

아무도 코로나19 시대의 끝을 모른다. 아는 것은 다만 이 시대가 오래 갈 것이라는 자각 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코로나19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다. 적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주거환경과 소비문화, 여가생활까지 바뀌고 있다.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 이후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방역 당국이 수도권에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자 도심이 텅텅비는 유례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언제나 인파로 북적이던 서울 도심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한다. 수도권은 인구 과밀화로 터져죽고, 지방은 공동화로 말라죽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계기로 탈도시를 실행하거나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밀집·밀폐·밀접이 감염병 확산을 불러오는 가장 나쁜 ‘3밀’이라는 점에서 현대인들이 한적한 시골생활을 원하는 것이다. 요즘 새로 생긴 교훈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고 한다.

청주시민 김경주 씨는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이 집안생활을 많이 한다. 그런데 각자 공간이 없으면 싸우고 갈등을 겪게 된다. 자기공간의 필요성이 절실한 시대다. 공부도 집에서, 직장 일도 집에서 하기 때문이다. 시골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4都3村’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고 말했다. 가족들간에도 신체적·정서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4都3村’은 1주일 중 4일은 직장이 있는 도시에서 3일은 시골에서 사는 생활을 말한다.

이러한 때 김승근 강동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는 비우고 농촌은 채우는’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빽빽한 도시는 좀 비워내고, 소멸 직전인 농촌은 채워야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는 국가균형발전의 시작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청주시내 아파트에 살다가 2017년 10월 청주시 문의면 두모리에 농촌주택을 마련했다. 지금은 아파트와 시골집 양 쪽을 오가며 산다. 두모리 농촌주택은 그의 외가였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7년간 비어있던 기와집과 그 앞의 방앗간을 2016년 말에 구입해 10개월간 직접 고쳤다.

지난 3일 가보니 기와집은 생활공간, 방앗간은 작업공간으로 변모해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빈터는 밭이 돼 있었다. 건축학자가 고친 공간이라 그런지 실용적이었다. 생활공간은 오래된 골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편리하게, 작업공간은 나름 운치가 있으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돼 있었다.

김 교수가 직접 리모델링한 작업공간. 꽤 운치있다.
김 교수가 직접 리모델링한 작업공간. 꽤 운치있다.

 

“도시인들 농촌으로 유인할 방법 있어”

한국농촌건축학회장을 지내기도 한 김 교수는 농촌마을의 공간구조와 주민참여 마을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학생들과 농촌 집 고쳐주기 봉사도 해오고 있다. 그는 “농촌생활은 자연을 접할 수 있어 정말 좋다. 하늘을 보고 마당이 있으니 사는 것 같다. 농촌주택은 거리두기를 실행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에도 맞는다”고 예찬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재생이 대세다. 오래된 것은 고쳐 쓰고, 비어있는 것은 채우면 된다. 우리 마을에는 68가구가 있는데 내가 이사온 뒤로 어르신 6명이 돌아가셨다. 지금 집 6채가 비어있다. 대개 농촌의 빈집은 소유자가 여러 명 이거나, 주인이 나중에 들어와 산다며 팔지 않아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고 주장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농촌마을은 소멸직전에 놓여있다. 어르신들이 떠난 집은 빈집이 돼서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고 주변 경관을 해친다. 이는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그래서 그는 농촌의 빈집을 국가에서 매입해 리모델링해서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국가에서 빈집 프로젝트를 구상해 ‘농촌뉴딜정책’을 실행하기 바란다. 빈집을 고쳐서 귀농자들에게 빌려주거나 예술인들에게 작업공간으로 임대하거나 마을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도록 한다면 농촌이 살아날 것이다. 농촌으로 들어와보니 태어나는 아기는 없고 돌아가시는 어른들만 있다. 너무나 안타깝다”며 “‘빈집 프로젝트’는 농촌에서 살고 싶어하는 도시인들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015년 6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내놨다. 6개월 이상 방치된 빈집을 맞춤형 민간 임대주택으로 변신시켜 주거 취약계층에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주변시세의 80% 수준의 임차료를 내고 최장 6년간 살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위 사업은 2017년 끝났고, 2018년부터 ‘빈집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빈집을 매입해 쓸 만한 것은 리모델링하고 낡은 것은 철거해 새로 짓는다. 그래서 이를 청년 등에게 임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27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에 상정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농어촌 빈집·폐건물·폐공장 등을 창업공간 및 교육·문화·돌봄 등 서비스 공간으로 조성하면 정부가 리모델링·건축 비용으로 4억5000만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는 내년, 농어촌은 2022년까지 빈집실태조사에 착수하고 빈집 소유자가 빈집을 관리하도록 빈집등록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김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이런 계획을 많이 내놨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이고 단순해야 한다. 빈집 조사하는데 1년, 지자체로 내려보내 실행하는데 1년 걸리면 용두사미 되기 십상이다. 절차가 복잡하면 오래 못간다. 국가가 빈집을 사서 리모델링하여 원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빈집관리 시기를 놓쳐 지금은 손을 대지 못하는 단계까지 왔고 우리나라도 늦었다고 지적했다. 농촌의 빈집이 도시인들의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살아난다면 수요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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