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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에 던지는 할머니들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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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에 던지는 할머니들의 질문
  • 충청리뷰
  • 승인 2020.09.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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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가을에 접어들어서도 코로나19는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며 사회적 거리 두기도 2.5로 격상됐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많은 가게와 업체가 문을 닫았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부지기수다.

오래 이어지는 담장 없는 감옥 생활에 너도나도 힘겹다. 크고 작은 모임이 다 취소됐다. 어쩌다 만나도 가까이 다가서기를 삼가고, 함께 하는 시간도 길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모든 사람들이 어렵다. 웃을 일이 줄어들었다.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셈이다.

제2차 재난지원금은 논란 끝에 모두가 아니라 더 어려운 사람에게 주는 선별 지원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코로나 사태가 조기 종식이 안 된다면 2차가 끝이 아니라 제3차와 제4차, 이렇게 자꾸 이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 앞날이 걱정스럽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동네에는 5총사라 불리는 다섯 명의 할머니들이 있다. 그들은, 오래 전 일이지만, 나라에서 노인 수당을 주기로 했을 때 놀랍게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그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데? 그렇게 마구 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번의 제2차 재난지원금 논의 때도 같았다. “주면 좋기는 좋지만 그 돈이 다 나랏빚이 되는 거 아닌가?” “내 말이 그 말이야. 돈 나올 구멍을 먼저 파야지.”

5총사는 부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한 사람을 뺀 나머지 넷은 일찍 남편을 잃고 오랜 세월을 혼자 살고 있다. 게다가 소농이다. 땅이 있기는 하지만 많지 않다. 그 땅에서 자급 규모의 아주 작은 농사를 짓고, 남는 게 있으면 조금 팔기도 한다. 하지만 생활비 대부분은 품을 팔아 번다. 70, 80 노구로 품을 팔아야 살 수 있는 어려운 처지인데도 묻는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데?”

그들의 말을 듣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5총사 말이 맞았다. 놀랍게도 다 주냐, 더 어려운 사람만 주냐는 설왕설래는 있어도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임금 가운데 20%를 덜어서, 늘 그러자는 건 아니고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만 덜어서 그것을 제2차 재난지원금의 일부로 쓰자는 한 국회의원의 제안이 유일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그 논의조차 계속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쉽게 물러갈 것같지 않다고 한다. 거기다 코로나19로 끝도 아니란다. 앞으로는 더 자주 변종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류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 한다. 그것은 한 두 번의 재난지원금으로 끝나지 않는 세상이 온다는 뜻인데, 그런 세상에 5총사는 정곡을 찔러 묻고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할 것이냐? 나라의 틀을 새로 짜야 하는 게 아니냐? 빚 내어 나눠가지는 건 답이 아니지 않느냐?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재난지원금 훨씬 이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기본소득 또한 재난지원금처럼 온 국민이 대상이다. 엄청난 재원이 있어야만 실행이 가능한 제도인데, 기본소득 연구가들은 그 길도 벌써 찾아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걸 참조하면서 논의를 진행해 가면 될 것이다.

정부와 각 정당이 먼저 나서서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 신문과 방송은 각 정당과 대권 주자에게 그 길을 물어야 한다. 이제까지처럼 선별이냐 보편이냐만을 물어서는 안 된다. 재원이 무엇이냐를 물어야 한다.
돈 준다고 좋아만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할 것인지에 관해 우리는 의논해야 한다. 열린 토론을 통해 우리 마을 5총사도 좋다고 박수를 칠 그런 새 틀을 찾아내야 한다. 남에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어렵더라도 희망이 보이는 새 그림을 우리는 함께 그려가야 한다.

/최성현 농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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