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추 장관님, 이럴거면 국민께 죄송해 할 것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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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의 메아리] 추 장관님, 이럴거면 국민께 죄송해 할 것 없어요.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0.09.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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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이 온통 뉴스를 장악하고 있다. 이 의혹에 대한 고발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은 8개월이 돼서야 추 장관 아들 서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또 서씨의 휴가 미복귀와 관련해 해당 부대에 청탁성 전화를 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추 장관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보좌관도 소환 조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최근의 속도감 있는 소환조사가 공정하게 진행될지 의구심이 드는 건 왜일까.

이와는 별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서씨의 모친인 추 장관이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입장문을 써서 공개했다.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도 일부 자신의 입장을 나타냈다. 야당 국회의원 질의 내용에 ‘소설을 쓰시네’라고 대응한 것에 대해 독백이라고 해명했다.

국회의원들과의 질의 답변 과정에는 감정이 섞일 수 있기에 그의 입장문을 들여다 보면 그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겠다. 자신의 마음을 정돈해 적은 것이 글이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지금도 게시돼 있다.

추 장관은 제목없이 1번부터 7번 기호를 붙여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위기로 온 국민께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리고 있어서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곧바로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아들은 검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으며, 검찰은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 아들은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고도 엄마가 정치적 구설에 오를까 걱정해 기피하지 않고 입대했다”며 “군 생활 중 오른쪽 무릎도 또 수술을 받아야 했기에 병가를 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서 “수술 후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부대로 들어가 군 복무를 모두 마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전부다”라며 “규정에도 최대한의 치료를 권하고 있어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밝히며 본인은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서 남편이 교통사고로 불편한 장애인이라는 점,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받고 미완치 상태에서 부대 복귀한 점, 입대하던 날과 전역하던 날 곁에 있지 못해 미안한 어미의 심정, 상황 판단 잘못(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에 대해 삼보일배를 하고 다리를 다쳐 높은 구두를 못 싣는 점을 적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역경 앞에서도 원칙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목숨처럼 지켜갈 것”이라며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태도를 더욱 겸허히 살피고 더 깊이 헤아리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검찰개혁 과제에 책임을 다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한다”면서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첫 부분에서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미안함의 말로 시작했지만 그 것에 맞는 설명은 한 구절도 찾을 수 없다. 끝까지 읽은 나로선 '특혜 휴가'의 진위를 떠나서 우롱당한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송구하다는 말은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는 뜻은데, 어느 구절에서도 두려운 마음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럴것이면 추 장관은 송구하다고 말 할 것 없었다. 송구한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한글날 앞두고 글쓰기를 열심히 배우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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