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치단체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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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치단체장님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6.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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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강 희 편집국 부국장
   
요즘 엄청나게 덥습니다. 아스팔트를 녹일 만큼 뜨거운 오후 1시,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채 길을 걸어보셨습니까? 마치 판단마저 흐려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희망도 없고 그저 막막하게만 느껴집니다. 젊은층들의 용어로 날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더욱이 주변에서는 시원한 소식 한자락 들려오지 않아 더 힘이 듭니다.

요즘 충청북도와 청주시·청원군 등 행정기관에서는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앞두고 조용합니다. 시끌시끌하지 않고 오히려 조용하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새 단체장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단체장의 색깔과 운영철학을 몰라 속으로만 이러쿵 저러쿵하지 겉으로는 별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에 남상우 청주시장은 관사에 찾아와 인사청탁하면 인터넷에 실명 공개를 하겠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시장에 당선된 뒤부터 줄곧 남시장은 인사청탁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이런 발언도 공무원들의 입을 닫게 만든 원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좋습니다. 인터넷 실명공개, 얼마나 강력한 ‘벌’ 입니까. 요즘 인터넷처럼 무서운 매체가 어디 있습니까. 전에는 9시 뉴스에 나왔다고 하면 ‘끝났다’고 했는데 이제는 인터넷에 올라가면 ‘패가망신’ 합니다.

제가 시장님께 물었습니다. “정말 인터넷 공개 할 겁니까?” 그러자 “그럼요. 나는 합니다” 하셨습니다. 사무관 인사를 앞두고 2명의 계장이 관사로 찾아오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되겠다싶어 결정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지요. “야 대단한데”와 “정말 그렇게 하겠어?” 두 가지 반응이었습니다. 저는 시장님의 인사철학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신 능력있는 사람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인사도 하시기를 바랍니다. 근속연수와 나이에 따라 직급이 올라가는 연공서열이 공정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일반기업체처럼 공무원조직도 발탁인사를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취임 일성으로 능력위주의 인사를 약속합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단체장은 별로 없습니다. 적어도 50%는 연공서열을 무시한 인사를 해서 많은 공무원들에게 자극과 위기감과 함께 승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자극과 희망이 없는 조직은 죽은 목숨과 마찬가지 입니다. 또 특수한 분야를 다루는 조직은 과감하게 내부 공모도 시도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많은 분야가 개방형으로 바뀐다고 하는데, 우선은 내부공모를 통해 가장 적당한 인물을 뽑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행정직이 만능은 아니지 않습니까.

참, 정우택 지사님도 요즘 인사 때문에 머리가 아프시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쳐다보는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한정돼 있으니 그러시겠지요. 선거 때, 그리고 그 이후의 논공행상을 어떻게 하실까 궁금합니다. 하지만 ‘젊은 충북’을 만들려면 엄청난 저항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한 번은, 아니 여러 번 부딪쳐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있는 사람들은 지사님께서 소신을 굽히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충북도 역시 연공서열이 지배해 온 조직이니 이를 깨려면 얼마나 많은 힘이 들겠습니까. 지사님께서도 앞으로 과감한 발탁인사와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과감하게 내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꼭 그렇게 하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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