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동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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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 동상에 대하여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9.2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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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청남대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이 골칫거리가 됐다. ‘5·18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은 지난 14일 충북도에 “10월 말까지 동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국민행동 연대를 전국으로 확대해 청원·서명운동을 벌이고, 충북도와 이시종 도지사 규탄행동에 나서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동상 철거여부 결정권자는 이 지사도, 이들 단체도 아니다. 대다수 도민들이다. 과정이 어렵겠지만 도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합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상은 신중하게 세워야 하지만, 철거는 더 어렵게 결정해야 한다. 칼을 빼 든 충북도의회는 왜 보고만 있는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 문제를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진보단체는 철거, 보수단체는 존치를 주장하는 식으로 찬반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 5월 5·18 관련 단체들의 철거 요구를 쉽게 수용한 이시종 도지사도 이해할 수 없다. 오는 10월 말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집단행동 하겠다는 5·18 단체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올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이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만일 막무가내식으로 철거한다면 진보 보수단체간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긴 근본적인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랑스런 대통령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비극을 여기서도 맛본다. 하지만 좀 더 좁게 보면 이 동상을 만든 충북도에 책임이 있다. 충북도는 청남대가 옛 대통령 별장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볼거리 차원에서 동상, 기념관, 길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청남대는 옛 대통령 별장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을 할 때는 심사숙고 했어야 했다. 당대의 사람들은 물론 후손들에게 물려줘도 부끄럽지 않고 존경할 만한 이들을 동상으로 제작하는 것 아닌가. 전·노 전 대통령 동상은 특별한 가치판단 없이 역대 대통령이기 때문에 세운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날의 시비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 전직 대통령은 5·18 관련 내란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은 인물들이다. 이 때문에 충북도가 대통령 기념사업을 시작했을 때 반대여론이 높았다. 그런데도 충북도는 여론을 무시하고 동상을 세우고 대통령 길을 명명했다. 대통령 기념관에 가면 이런 대통령들이 한없이 미화된 그림들이 있다. 이들을 소개한 글은 역사를 왜곡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제5공화국 출범의 주역으로 민주주의 토착화, 복지사회 건설, 정의사회 실현, 교육혁신과 문화창달을 국정지표로 제시하였다. 재임기간 중 88서울올림픽 유치와 한강종합개발,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국민연금제가 시행되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표방했다. 1987년 6·29 민주화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를 실현하는 기반을 닦았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국가위상이 크게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북방외교를 천명하여 소련·중국·베트남과의 수교를 통해 냉전을 종식시켰다”고 예찬했다.

여기에는 이들의 공(功)만 있지 어디에도 과(過)는 없다. 이 때문에 동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불편하고 미화된 그림이 역겹다. 충북도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오늘날 철거시비가 일어난 것이다.

동상에 대해서는 철거, 존치, 혹은 존치하되 공과를 정확히 적어 걸어놓는 방법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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