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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절단면 덧씌우기 부실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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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절단면 덧씌우기 부실 만연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0.09.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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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지역, 낮은 낙찰 하한율에 높은 원청 ‘부금’이 원인

지하 매설물 공사로 절단한 포장도로를 되메우는 과정에서 편법 시공 의혹이 빈번하게 제기돼 근본적인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제천지역에서는 한국전력 제천지사가 발주한 의림지 도로변 전선 지중화 되메우기 공사에서 시방을 무시한 날림 시공 의혹(본지 7월 31일자 보도)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제천시 상수도사업소가 긴급 발주한 봉양읍 명암리 밤나무골 급수구역 확대사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충청리뷰≫는 최근 밤나무골 일원 아스팔트 도로 되메우기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섰다. 그 결과 공사 전반에 걸쳐 일반적인 도로포장 기법이나 설계와 달리 되메워진 구간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관급자재 포함 사업비 약 6억 6800만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지난 5월 보은군 소재 H건설이 1순위로 낙찰받아 공사에 들어갔다.

기존 도로의 차로 지하에 상수도 관로를 매설한 뒤 그 위를 다시 메우는 이 공사는 현재 대부분의 구간에서 기존 포장면과 높이를 맞춰 기층(BB층) 아스콘이 덧씌워졌다. 이 공사가 일단락되면 되메우기 공사가 진행된 편도 1개 차로 전체 아스팔트 노면을 약 5㎝가량 깎아낸 뒤 표층용(웨어링) 아스콘으로 그 위를 덮어 주게 된다.

제보에 따르면 매설된 관로 위를 메우는 데 사용된 토사와, 동상방지층, 보조기층에 쓰인 골재의 재료나 규격이 대부분 기준에 맞지 않게 사용됐다. 제보자는 이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최근까지 상당 기간 공사 현장을 관찰하며 문제점을 상세히 정리한 상태다.

제천시가 발주한 명암동 상수도 급수구역 확대사업 공사현장. 원칙과 설계에 벗어난 시공으로 부실 의혹을 낳고 있다.
제천시가 발주한 명암동 상수도 급수구역 확대사업 공사현장. 원칙과 설계에 벗어난 시공으로 부실 의혹을 낳고 있다.

 

제보자 A씨는 “아스콘을 덧씌우려면 관로 위 동상방지층에 80㎜ 규격 혼합석을 30㎝ 높이로 채우고, 보조기층도 40㎜ 규격의 혼합석을 20㎝ 두께로 다져 메워야 하지만 이 현장에서는 땅을 채굴할 때 나온 폐골재들을 별다른 규격 분류도 없이 토사와 혼합석으로 함께 재사용했다”며 “이렇게 부실하게 공사한 바닥을 다지면 지반이 침하할 가능성이 있고 겨울철에 도로가 쉽게 얼어붙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상방지층과 보조기층은 자재를 포설한 후 물을 뿌려 가며 단단하게 다짐을 해야 함에도 이 현장에서는 살수를 하지 않았다”며 “물을 뿌리지 않아 흙먼지가 날리는 골재를 채우고 가벼운 핸드가이드식 진동 로울러로 대충 다진 것이 고작이었다”고 폭로했다.

특히 도로 밑 매설물 공사 현장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아스콘 시공 부실도 빠지지 않고 행해졌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실제 B씨와 함께 9월 7일 이전에 포장 시공한 기층(BB층)을 확인한 결과 포장 두께는 10~12㎝에 불과했다. 잘려나가지 않은 기존 도로의 아스콘 두께가 기층과 표층을 합쳐 15㎝인 점을 고려하면 아스팔트 기층 10㎝ 중 3~5㎝는 아스콘이 아닌 혼합석과 토사로 대신 메워진 셈이다.

되메운 도로면이 완전히 양생된 후 기존 노면과의 단 차이를 없애기 위해 공사 차로 전체면을 5㎝가량 깎게 되는데, 이 경우 되메우기 구간의 포장 기층은 규격의 절반인 5~6㎝만 남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공사 예산에는 기층 10㎝, 표층 5㎝ 등 시방에 따른 관급자재 비용도 반영돼 있어 공사비 부정수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이 공사 관급자재 내역서에는 기층용 아스콘(#467)을 437톤, 표층용 아스콘(#78)을 835톤 사용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시공에서 기층 두께가 3㎝ 이상 얇아지기 때문에 아스콘 등 자재비용이 정상적으로 사용됐을지 의문이다.

아스콘 아래층에 다짐용으로 사용된 자재 중 상당량이 터파기 과정에서 출토된 비규격 골재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B씨는 “이번 공사의 낙찰률을 적용할 경우 선택층에 규격 골재를 사용하지 않고 터파기에서 흙과 돌, 토사를 재활용했다고 가정하면 운반비를 포함해 1㎥ 당 약 26,072원 보조기층 1㎥ 24,337원의 원가가 절감되어 24톤 화물차에 15㎥가 적재 된다면 선택층 391,080원 보조기층 365,055원의 부당이득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포장도로 일부를 절단해 매설 공사를 하는 현장에서 부실 시공이 빈번히 발생하는 데는 관급 공사의 잘못된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관급 공사는 낙찰 하한율을 정해놓고, 최저 가격을 응찰한 업체에 시공권이 돌아간다. 현재 관급 공사의 낙찰 하한율은 공사 기준가의 86.745%로, 대부분 하한율에 턱걸이하는 수준에서 낙찰자가 결정된다. 그나마 지역이 아닌 외지 업체가 낙찰되면 실제 공사는 하청 형태로 지역 업체에 넘어간다. 이때 원청사는 하청의 대가로 ‘부금’이라는 마진을 요구하는데, 그 비율이 25~30%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시공 적정가의 60%대에 불과한 낮은 공사비를 받은 하청사로서는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부실 시공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씨는 “많은 건설업자들이 서류만 갖춘 깡통 회사 수준의 종합건설사를 차려 놓고 관공서 입찰에 마구잡이로 뛰어들고 있다”며 “운 좋게 낙찰을 받으면 비싼 부금만 챙긴 채 하도급에 모든 공사를 떠넘기는 게 작금의 관급 공사 실태”라고 혀를 찼다.

그는 “하도급 건설사가 공사 원청에 계약금액의 30%를 부금으로 주면 61.42% 정도의 비용으로 모든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나쁜 구조가 부실시공의 원흉 노릇을 하며 선량한 지역 건설사들을 경영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등 발주기관들이 건설업에 만연한 하도급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애꿎은 국민과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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