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 떠나자 청주 집값 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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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 떠나자 청주 집값 급랭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9.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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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아파트 거래량 5월 5410건→ 8월 1100건… 80%이상 하락
떨어지는 집값에 업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
청주 서원구의 아파트 단지 /육성준 기자
청주 서원구의 아파트 단지 /육성준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진리처럼 여겨진다. 과거 투자는 소수의 전유물이었지만 정보가 대중화된 지금은 빚내서 주식투자, 갭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 이면에는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을 더 기대하는 심리가 깔려있다. 동학개미운동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정부 정책의 틈을 활용해 지역 부동산 시장을 들쑤시는 일이 빈번했다. 이들의 목적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에 가까웠다.

특히 충북 청주시는 지난 몇 달간 외지 투기꾼들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617일 고강도 부동산 대책(617 대책)을 내놓으며 청주를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 수도권 전역과 대전충북 청주를 규제지역으로 묶고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문턱을 높였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은 집값과 관계없이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입주해야 하고, 실거주와 관계없는 법인 부동산들의 투자물건에 대해선 중과세가 됐다.

정부 대책 이후 청주의 아파트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오창 방사광가속기 유치 소식으로 거래량이 폭등했던 5(5410)과 비교해 지난 8(1100)에는 아파트 거래량이 약 80%이상 급락했다.

청주 가경동 M공인중개사 대표는 몇 년간 청주시의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약 1600건 정도였다. 하지만 투자가 급등하고 55410, 63967건을 기록했다. 과열양상을 보이다가 정부대책 발표 후 71562, 81100건으로 떨어졌다며 현재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외지인 투기 전국 최대

 

한국감정원이 매월 발표하는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청주지역의 외지인 아파트 거래 비율은 38%. 같은 기간 전국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3%였다.

청주의 외지인 아파트 거래비율은 함께 갭투자가 성행했던 지역으로 손꼽혔던 남양주(33%), 인천(32%), 세종(24%), 대전(21%) 보다도 월등히 높다. 업계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아파트 가격이 낮게 형성된 것이 투기를 조장했다고 분석했다.

M공인중개사 대표는 청주 흥덕구의 한 신축 아파트는 주말마다 투자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5월에는 약 40건의 거래가 체결됐지만 정부대책 발표이후 투기조정지역으로 묶이자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73, 81건을 기록했다. 거래량이 없자 5000~6000만원씩 가격을 낮춰 보유 물량을 팔고 나가는 외지인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매매가격상승률도 둔화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의 청주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5월보다 3.78% 상승했지만 7월에는 0.95%, 8월에는 0.14%로 떨어졌다. 결국 7월 이전에 높은 값을 주고 아파트를 거래한 실거래 수요자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주요 단지의 거래량이 줄자 기존 아파트의 매매도 원활하지 않아 졸지에 1가구 2주택자가 된 사람들도 적잖다. 정부가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에게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국 거래가 안 되면 경매로 나올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지난 6월 발표한 법원 등기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부동산 거래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경매 건수가 다시 증가했다올해는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투기지역 해제요구 봇물

 

청주지역은 2017년 이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장기간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8년 청주지역 아파트 경매건수가 1798건으로 2017년 대비 3배 넘게 급증했고 지난해 2004, 올해 8월까지 1065건을 기록했다.

경매의 질을 판단하는 척도인 낙찰가율도 크게 떨어졌다. 낙찰가율은 책정 감정가대비 낙찰된 금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현재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게 책정돼 있으면 수치가 떨어진다. 청주지역 아파트는 5월에는 낙찰가율이 약 95%였지만 지금은 50% 남짓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청주지역에서는 부동산 조정대상지구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지난 7월 공인중개사협회의 시위에 이어 지난 14일에는 청주시의회 박정희 의원(국민의힘, 타선거구)5분 발언을 통해 청주가 부동산 조정지역에서 하루빨리 해제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주시는 6월 조정대상지역 선정이후 7~9월의 아파트 거래량, 거래가격 변화, 부동산 시장 분위기 등을 분석해 조정대상 지역 해제를 건의할 계획이다.

거래가 급감한 사이 청주시 아파트 값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다. 1억 원씩 올랐던 몇몇 지역의 아파트들도 7~8월 사이 약 7000만원 안팎으로 하락했다. M공인중개사 대표는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고강도 대책들을 내놓았기 때문에 5월과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당분간 청주 집값은 현상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다만 세종시와 지리적 이점이 있는 흥덕구의 몇몇 단지는 소폭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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