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 선거일의 어떤 ‘까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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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위원 선거일의 어떤 ‘까치소리’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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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병 우(충청북도교육위원 당선자)
   
교육위원 선거가 끝난 지도 벌써 보름. 아직도 교육계 안팎에는 선거 뒷얘기가 무성하다. 다행히 당선권에 든 필자 주변에는 과분한 축하와 덕담이 주를 이루는데, 당락을 가른 박빙의 표차를 생각하면 낙선자들이 가질 낙심도 남의 일만 같지가 않다. 한 표의 무게가 새삼스러워 주위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흘려들었던 한마디 한마디조차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이번 선거기간에 접했던 충고 중 잊혀지지 않는 것 하나는 “낙선해도 남을 의심하거나 원망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귀중한 것을 잃고 나면 제 엄마 품부터 뒤진다”던가. 선거 판에서 착각과 오판이 컸던 후보일수록, 낙선하게 되면 가까운 사람들부터 불신하게 된다. 낙선자뿐이랴. 당선하고도 예상에 못 미친 득표에 집착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마다 품속을 뒤지고 싶어진다.

차라리 주위 모두가 자기를 찍었으리라고 믿어버리면 어떤가. 당선한 경우라도 ‘바로 그 덕’이었고, 낙선조차 ‘내 탓’이라고 여겨 버리면, 바로 거기서 새로운 싹이 움틀 것인즉.

이번 선거 후에 가장 어둡게 들리는 소리는, 이번 선거가 소지역주의에 휘말린 ‘묻지마 선거’였다는 평가다. 사실 청주시를 제외한 모든 시군에서, 지역출신 후보에게 몰표를 주어버리는 현상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교육계의 선거마저 이렇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그런 중에도, 나는 이번 선거일 아침, 희망의 싹을 본 일이 있다.
그날 아침, 투표가 개시되기 10분전 쯤, 휴대폰에 문자 오는 소리가 났다. 새벽부터 서둘러 참관나가 있을 제자에게서 온 것이려니…. 그랬더니 뜻밖에도 낯선 번호에, 생급스러운 내용의 문자였다. “출근 준비를 하다 공보를 보고 질문 드립니다.” “노조는 교원성과급을 반대한다는데 선생님도 그러신가요?”

투표일 전날 밤을 뒤숭숭하게 뒤척이다가 새벽 댓바람에 받은 문자에, 선잠이 확 깨었다. 유권자일까. 그렇다면 이 시간에, 이토록 엄중히 검증하려는 ‘깨어있는’ 유권자가 아닌가. 한편, 조심스러운 점도 있었다. - 응답을 보내면 혹 선거법에 저촉되는 건 아닌지.

그러나, 공보에 적힌 전화로 문의 온 것에 응답하는 것조차 문제될 ‘법’이 있으랴 싶어, 곧바로 응답 문자를 보냈다.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불편치 않으시다면 문자보다 통화로 말씀드려도 될는지요.” 그래서, 그 후 편한 시간을 약속하고 통화를 했다. 그분은, 초등학교 학부모 위원인데, 남의 부탁보다 자기 판단대로 찍고 싶어 공보를 보던 중 교원성과급에 대한 소신을 확인하고 싶어 문자를 했노라고 했다.

나는, 2002 월드컵 당시 축구협회가 선수별로 활약상을 평가해 차등성과급을 주려 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그것이 오히려 위화감을 주고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반발이 일자 모든 선수에게 균등 지급했던 사례를 들어, 차등성과급의 역효과를 설명했다. 그분은 친절한 설명에 감사하다며, 더 생각해 보겠다며 통화를 마쳤다.

그 날 그분이 누구를 찍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니, 누구를 찍었던들 어떠랴. 그런 유권자가 있다는 그 자체로 우리 충북 교육과 민주주의의 희망인 것을…. 나는 그 통화를 끝내고 새벽 ‘까치소리’를 들은 것만큼이나 기분이 좋았다. 나의 당선을 예감케 하는 까치소리가 아니라 충북교육의 희망을 기대해도 좋을, 상서로운 조짐이라 여겨졌기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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