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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있는 엄마들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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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있는 엄마들의 공동체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10.14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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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결성해 10년 넘게 동네 주민 위해 운영
아이와 엄마 모두 의견 반영한 프로그램 고민하며 성장

청주행복교육지구

마을, 아이를 품다- 함께 사는 우리

 

(왼쪽부터) 전명순, 박만순, 도영주 활동가 /육성준 기자
(왼쪽부터) 전명순, 박만순, 도영주 활동가 /육성준 기자

 

처음엔 돈도 안 되는 거 왜 바보같이 열심히 하냐며 가족들에게 핀잔도 들었다. 하지만 일이 무척 재미있었고 가끔은 미쳐서 활동했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며 다시 활력을 찾았다고 도영주 함께 사는 우리활동가는 마을 선생님의 일상을 소개했다.

함께 사는 우리2010년 동네에서 사람들이 함께 활동할 장을 만들겠다며 결성됐다. 사회운동가이자 사업가였던 박만순 대표의 주도로 201112월 청주시 성화5단지에 둥지를 틀었고, 이후 두 곳의 지역아동센터와 네 곳의 작은 도서관을 운영했다.

마을공동체가 생소하던 시절, 사람들은 함께 사는 우리의 활동에 열광했다. 이후 몸집이 점차 커지자 공동체는 원활한 운영을 위해 비용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수입으로 충당하는 독립채산제 형태로 각각 독립했다. 이때 함께 사는 우리는 성화 5단지 내 파레트 도서관을 구심점으로 활동에 전념했다.

도영주전명순 활동가는 2012년부터 공동체와 함께한 원년 멤버들이다.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며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도 수고비는커녕 사비 털기 바쁜 날이 많았다. 이들에게 청주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도 활동가는 “2018년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처음 알게 됐다. 사업취지가 우리가 해오던 아이 교육프로그램, 멘토링 수업 등과 차이가 없어 사업 준비에 어려움은 없었다작지만 사업비를 지원받아 아이들에게 간식을 넉넉하게 줄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소중한 추억이었다고 말했다.

2019함께 사는 우리는 내부사정으로 인해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행복교육지구가 놓은 작은 불씨는 동네에서 타올랐다. 엄마들은 스스로 간식 비용을 모았고 공동체는 성원에 힘입어 사업을 이어갔다.

 

소통하는 공동체

 

엄마들의 응원으로 함께 사는 우리는 올해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참여했다. 전명순 활동가는 올해는 좀 더 다양한 주민의견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매년 아이들의 진로교육과 사회의식 함양을 위해 청소년 직업탐방과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여기에 올해는 아파트 단지 내 생태계를 조사하는 청소년 식물지도와 청소년 안전 캠페인을 추가했다고 소개했다.

주변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마을에 사는 아이들도 성장했다. 이제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공동체는 몇 해 전부터 직업탐방을 계획했다. 미리 아이들에게 선호하는 직업군을 조사했다. 올해는 유튜버만화가기자심리학자시민운동가공익변호사국회의원공무원경찰관 등의 직업을 가진 강사들이 초빙됐다.

함께 사는 우리는 마을을 중심으로 강의 일정을 홍보해 매년 직업탐방을 할 때면 아이들뿐 아니라 관심 있는 어른들로 도서관 실내가 북적였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음 강의를 준비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청소년 인권교육을 진행하며 주민의 요청에 따라 유권자교육시민교육을 시행했다. 또한 몇몇 수업들은 아이들과 엄마들의 의견을 추가로 반영해 학교에서 배울 기회가 적은 주제의 강의들로 채워졌다.

지난 여름 ‘청소년 직업탐방’의 일환으로 진행된 만화가와의 만남
지난 여름 ‘청소년 직업탐방’의 일환으로 진행된 만화가와의 만남

 

 

엄마도 자기계발

 

함께 사는 우리의 활동가들은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한다. 올해는 청소년 식물지도와 안전캠페인을 기획했다. 아이디어를 낸 도 활동가는 공동체에서 활동하다보니 아이들을 위해 나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니며 청소년교육학 등을 전공했다. 지난해 마지막 학기를 들으며 청소년들의 안전의식에 관한 공부를 했고 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줄 만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청소년 안전캠페인은 청소년이 마을을 돌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조사하는 활동이다. 도 활동가는 2015년에 발생했던 성화초 스쿨존 문제에서 수업을 착안했다.

2015, 당시 한 건설사가 성화초등학교 인근에 주택단지를 조성하면서 주변 보행로에 자재를 적치해 아이들이 차도로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일이 생겼다. ‘함께 사는 우리에서 활동하던 엄마들은 언론과 SNS을 통해 이 문제를 세상에 알렸고 세 달여 만에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이 사건을 계기로 공동체는 더욱 끈끈해졌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엄마들은 법과 제도에 대해 새롭게 공부하게 됐다. 그리고 다른 마을 일에도 관심이 커졌다.

박만순 대표는 공동체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면 엄마들의 참여도가 높아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동체 운영의 팍팍한 현실을 접하고 나면 하나둘 떠나간다그러다보면 점차 돈 안 되는 공동체 활동을 하는 게 어려워진다. 올해처럼 코로나19 같은 돌발변수가 생기면 더욱 힘들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런 가운데 함께 사는 우리는 올해 청주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참여하며 작지만 큰 도움을 받았다. 박 대표는 행복교육지구가 동네마다 마을공동체의 불을 지피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아직 많은 공동체들이 자생하기 벅차지만 행복교육공동체를 통해 그 꿈을 꿀 수 있어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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