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냐, 이재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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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냐, 이재명이냐
  • 한덕현
  • 승인 2020.10.21 11: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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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어느 선거든 후보를 이처럼 단정적으로 압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대선과 관련해선 더 그렇다. 군소 후보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문제지만 나라의 모든 요소가 선거판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만큼 향후 변수도 많고 유권자의 민심 또한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사례가 좋은 예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이름조차 거론하기 꺼릴 정도였지만 막판 돌풍을 일으키며 결국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그렇더라도 차기 대권과 관련해 이낙연-이재명 둘을 드러내는 건 부담이 덜하다. 물론 잠재적 후보군들의 움직임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은데다 최근 정국을 달이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급격히 국정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터라 민심이 요동칠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두 사람을 빼고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이 양강구도가 고착화된 여론조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야권의 잠룡들이나 다음달 항소심 선고를 앞둔, 노무현의 최적자라는 김경수조차도 국민들에게 좀체로 어필하지 못한다. 이들이 이낙연 이재명에 버금가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인식되려면 아직은 멀었다.

이낙연과 이재명 관계는 선거판의 최대 관건이라는 ‘흥미’를 이미 안기고 있다. 둘 다 흙수저임을 자처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엘리트와 흙수저로 상징되는 정치적 이미지는 확연히 다르다. 실제로 두 사람이 국민들에게 직접 투영되는 캐릭터는 상당히 비교된다. 이에 관한 내용들은 이미 여러 언론에서 숱하게 다뤘고, 또한 거의 나란히 하는 두 사람의 앞으로 지지도를 좌우할 각종 변수에 대해서도 일일이 꼽기가 버거울 정도로 전문가들의 진단과 예단이 쏟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나이도 현재 만 67세(낙연)와 55세(재명)로 서로 대립구도를 형성하는데 호재가 되고 있다.

어쨌든 총리 임명 이후 이낙연이 오랫동안 누려 온 어대후(어차피 대선후보)라는 타이틀에 균열이 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지 동률도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잦아졌고 유명 포털의 검색빈도지수 또한 엎치락 뒤치락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외형적 분위기로만 보면 이재명은 공격, 이낙연은 방어 모드로 비쳐진다.

이럴 때 주목되는 것은 다름아닌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이재명의 도발(?)과 선전이다. 물론 그가 여론의 탄력을 받게 된 결정적 동인은 지난 7월 ‘친형강제입원 시도’에 대한 파기환송심 무죄판결이고, 또 급격히 인지도와 지지도를 끌어올린 포괄적 요인은 지난 성남시장 시절부터 작금의 코로나 사태까지 그가 보여준 차별화된 결단력, 쾌도난마 식의 ‘액션’이었다.

한데 이 것의 약발이 본인의 성향과 역량만으로만 얻어진 게 아니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분명 누린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당의 대통령 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문 대통령의 취약점이 이재명에 대한 국민들의 눈길을 더 이끌게 했다는 것이고, 실제로 이런 진단들은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언론이 이를 구체적으로 조명하거나 이슈화하지는 않았다.

 

이재명의 최고 메리트는 당연히 귀에 쏙 들어오는 사이다 발언과 이에 따른 행동이었다. 그 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들은 듣고 보기에 시원했고 그를 다시 주목하게 됐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이같은 지도력에 몰말라 했고 바로 이재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것이다.

아무리 원칙을 존중한다지만 기껏 자신이 임명한 윤석열한테 뒷치기를 당하고 김정은에게 마냥 끌려다니는 것에 식상함을 느끼는 국민들이 적지 않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여정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우리가 북한의 양아치짓에 놀아나는 것같아 그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문 대통령이 끊임없이 집착하는 의리와 신의, 그리고 착한 휴머니즘은 통치에 있어선 오히려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문제는 이렇게 풀었어야 했다. 그가 자신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신임한 조국에게 부적격 낙인을 찍어 반기를 들고, 또 조직 위계상 상급자인 추미애에게 검찰인사를 놓고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며 일종의 하극상을 보였을 때 문 대통령은 결단을 했어야 맞다. 이를 머뭇거리니까 고작 아이들의 표창장이라는, 같잖은 문제가 온나라를 뒤흔들게 됐다. 자녀 표창장이 그토록 국가의 운신을 좌우할만한 사안인지를 되묻고 싶다. 이 얼마나 국가적 낭비인가.

국가 리더에게는 끊임없는 인내와 숙시주의( )가 더없는 미덕으로 치부될 수 있다.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건 역시 권력의 문제다. 권력은 상대의 선의가 아니라 나의 의지와 관철로 유지된다. 본 칼럼을 통해 이미 몇 차례 지적했듯이 윤석열이 말하는 소신과 충심을 다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는 조국을 기소할 때 스스로가 옷을 벗었어야 마땅했다. 무슨 권력이니 정치이니 하기 이전에 바로 이 것이 자신을 믿고 임명한 대통령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도리인 것이다. 지금 윤석열과 그 가족의 시련은 어찌보면 이런 타이밍의 실기에 따른 업보일 수 있다. 이재명의 급격한 지지도 상승은 이런 틈새를 뚫고 들어오는 기대감의 발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많은 매체들이 이낙연과 이재명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국감이 끝나면 전쟁은 곧바로 표면화 될 것이다. 주변에선 벌써 둘을 정점으로 하는 각각의 자발적 지지자와 모임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드러나고 있는 현상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앞으로 끊임없이 요동칠 민심, 당내 경선의 필승요건인 권리당원 확보문제, 내년 4월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 문재인 정권의 성패 여부등 매머드급 변수가 한 둘이 아니다. 지금이야 민주당은 누구를 내도 흥행이 보장되고 국민의 힘은 누구를 내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이지만 정치는 결국 생물이기에 다음 정권도 속단할 수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낙연과 이재명의 장점을 반반씩만 닮은 제3의 후보가 나타나면 무조건 찍겠다고 말이다. 이낙연의 연륜과 이재명의 패기를 같은 비중으로 바라는 것이다. 그만큼 둘은 지지도의 고공행진 못지않게 많은 약점들도 안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상대의 강점을 어떻게 자신에게로 체화시키느냐가 당내 대권전쟁의 승기를 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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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강부약 2020-10-21 16:15:26
이재명의 가장 큰 장점은 부정부패, 비리가 없고
이익을 위해 기득권과 연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국민만을 위한 정책을 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의 지지가 대단한 것입니다.
이재명이 민주당에 없었으면 민주당 지지율도 이렇게 나오진 않습니다.
이낙연의 경우 지금까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세요.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약속(공약)' 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재명은 말하면 지킨다는 철학이 있습니다.

아니 이것!! 약속만 보더라도 누구를 국민의 대리인으로 뽑아야하는지
답 나오지 않습니다. 글 쓰신 분은 정치에 있어 뭐가 중요한건지는 잊은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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