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들만 화려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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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들만 화려한 나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6.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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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강 희 편집국 부국장
   
좀 지난 뉴스이기는 하지만 전효숙 헌법재판관은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소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취임했다. 남성들은 “세상 참 좋아졌지” 했을 수도 있지만 많은 여성들은 동지적 관점에서 박수를 쳤다.

참여정부에서 ‘최초의 여성’들이 많이 탄생한 것은 사실이다. 첫 내각에서 강금실 법무·한명숙 환경·김화중 보건복지·지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나왔고 그 중 강금실 장관은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이라는 소리를 임기 내내 들었다.

또 지난 4월에는 한명숙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고 청와대는 최초의 여성 대변인, 최초의 여성 홍보수석, 최초의 여성 과학기술보좌관을 기용했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국립극장장도 최초로 여성 수장을 임명했다. 그 만큼 여성의 지위도 많이 향상된 게 사실이다. 총리와 헌법재판소장은 여간해서 여성이 차지하기 힘든 자리로 알려져 여성계는 이들이 임명됐을 때 더더욱 반겼다.

하지만 좀 더 들어가보면 이런 화려함과는 달리 대한민국 여성들은 아직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마스터카드인터내셔널은 최근 아태지역 13개 국가를 대상으로 여성의 노동참가율, 대학교육 정도, 관리직 진출비율, 평균 소득 등 4가지 항목으로 나눠 남녀의 평등 정도를 조사했는데 우리나라가 꼴찌를 했다고 발표했다.

남녀가 평등한 대우를 받는 상태를 100점으로 각 항목별로 얻은 점수를 종합해 평균을 낸 결과 태국이 92.3으로 1위, 말레이시아(86.2)와 중국(68.4)이 2,3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16.4점으로 가장 뒤처진 것으로 나왔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에서 119.4점을 받아 남자보다 오히려 관리직을 더 많이 차지하고 있고, 대만(73.9점)과 태국(73.2점)도 지역 평균보다 높았다. 평균소득 항목에서도 한국 여성들은 말레이시아나 태국의 1/4수준으로 조사됐다. 결론적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뒤떨어지는 나라들이 여성의 지위는 높다는 얘기다.

그럼 충북으로 눈을 돌려보자. 충북도 전체 공무원 2610명 중 여성 공무원은 370명이다. 그런데 고위직이라 할 수 있는 4급이상 여성 공무원 숫자는 6명에 불과하다. 1~3급까지는 전무하고 4급에만 6명이 몰려 있다. 청주시는 전체 1726명의 공무원 중 446명이 여성인데, 4급 이상은 단 한 명뿐이다. 이정숙 흥덕구청장이 유일한 고위급 여성 공무원이다. 도내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도 여성이 없고, 국회의원 중에는 비례대표인 강혜숙 의원 밖에 없다. 충북에 내려와 있는 정부투자기관과 정부산하기관, 기업체에도 여성 임원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한명숙 총리나 전효숙 헌재소장이 임명됐을 때 지역 여성 중에는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의 여성 지위도 낮지만 충북의 여성들은 더 못한 현실에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에는 아직까지 여성업무를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여성국 하나가 없고 여성국장 한 명이 없다.

정우택 지사는 여성국 신설을 공약했으나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청주시에도 여성업무를 처리하는 담당 과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 ‘담당’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충북도에서는 하루빨리 여성국을 신설하고 청주시에서는 과를 만들어야 한다. 도내 행정기관에서는 이런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언제까지 ‘최초의 여성’들만 화려한 나라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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