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순 의원 '가보지 않은 길’ 고작 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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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순 의원 '가보지 않은 길’ 고작 이 것인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1.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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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과정 불법 의혹과 피소 이후 무책임한 행보에 비난 폭주
구속수사에 중도낙마 가능성도 제기, 민주당도 책임져야 여론

 

정정순 총선 선거공보 자료
정정순 총선 선거공보 자료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국회의원(청주 상당)이 3일 새벽 결국 구속됐다. 정 의원은 당선 후 약 7개월 동안 선거캠프 관계자로부터 피소,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검찰출두, 구속 등 파란만장한 길을 걸었다. 정치 초년생으로서 경험하기 힘든 우여곡절을 한꺼번에 겪었으나 지역에서는 지금 동정론보다 책임론이 더 강하게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도낙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일부 청주 상당구 유권자들은 “기껏 뽑아줬더니 각종 법 위반 혐의로 발목이 잡히고 구속까지 됐다. 지역을 대표할 정치인이면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과정의 불법 의혹과 피소 이후 보여준 무책임한 행보는 지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청주권 의석 4석을 싹쓸이 했지만 충북 정치 1번지라는 상당구에서 불미스런 일이 생기자 ‘유구무언’이라는 듯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후보공천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혐의 부인하는 정 의원

정 의원은 4·15총선 당시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A씨로부터 지난 6월 11일 피소됐다. 당선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A씨는 보좌관 자리를 놓고 정 의원과 갈등을 빚은 후 정 의원을 청주지검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회계자료 일체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지검은 지난 1일 정치자금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로 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회계부정을 저지르고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으며 청주시 상당구 자원봉사자 명단을 빼내 선거에 활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정 의원 구속수사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이 많다. 청주지검은 지난 9월 28일 8차례에 걸친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투표로 진행했다. 총투표 186명 가운데 찬성 167표, 반대 1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이 ‘방탄국회는 없다’며 원칙대로 처리할 것을 밝혀온 만큼 투표전부터 가결 전망이 나왔다.

정 의원은 초반부터 사건 대응을 성실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피소된 후 지역이 시끄러웠지만 그는 6월 28일에서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 한없이 죄송하다”면서 “검찰조사가 이제 본격 시작돼 내용 파악을 하지 못했다. 다만 회계책임자에게 불법이나 부정한 것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후 줄곧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던 정 의원 측은 지난 9월 29일 회계책임자 등을 맞고발 했으나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정 의원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회계책임자 A씨와 캠프 관계자 B씨가 의도적으로 접근해 회계부정 등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정 의원의 상대 후보 캠프 직원이었던 C씨와 친인척 관계라고 한다.

특히 정 의원은 수사에 협조해야 함에도 출석하지 않아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상황까지 되자 비난여론은 더 확산됐다. 본인은 “검찰이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피의자의 방어권을 무력화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한 게 아닌데도 내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있는 것처럼 비치게 했다”며 “동료의원을 대신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했으나 명분이 없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결국 '가보지 않은 길'이 구속으로 이어진 것이다.
 

화려한 공약 언제 이행하나

한편 정 의원은 청주고와 청주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해 충북도 경제통상국장, 청주시 부시장, 충북도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지방세제실장 등을 역임했다. 명퇴 후에는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국민의힘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우택 전 의원이 충북도지사 시절 정 의원을 아껴 ‘정우택 사람’으로 불렸으나 정작 퇴임 후에는 민주당에 입당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2018년에는 청주시장 공천에 뛰어 들었으나 패했다. 이후 민주당 상당지역위원장을 맡아 2년간 지역구 관리를 하다 4·15 총선에 출마했다. 그는 선거 내내 ‘흙수저 신화’를 썼다며 7급으로 들어가 주요 요직을 거쳤다고 홍보했다. 구호는 ‘경제살릴 재정전문가’였다.

청주 상당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정순(62), 미래통합당 윤갑근(56), 정의당 김종대(54) 후보가 혈전을 벌였다. 득표율은 최종적으로 정 47.1%, 윤 44.0%, 김 6.9%로 나타났다. 예상대로 1, 2위 표 차가 별로 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청년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주겠다며 청년도시 청주 1조원 프로젝트, 정부기관과 공공기관 이전 유치, 대학생 등록금 대출 무이자 추진, 청년 주거공급 확대 등 다수 공약을 내놨다. 그는 워킹맘&워킹대디센터 지원, 영유아케어센터 건립,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재난기본소득제 시행, 상당구에 복합시외버스터미널 유치, 상당구 관내 도시가스 공급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어려워져 이 많은 공약이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자 유권자들은 분노섞인 불만을 표출했다. 정 의원의 구속은 앞으로 충북에 큰 타격을 입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만일 정 의원이 기사회생으로 의원직을 유지한다 해도 재판과정이 길기 때문에 정상적인 의정활동 하기가 힘들다. 충북 국회의원 중에는 무소속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괴산)이 이해충돌과 골프장 고가매입 등의 의혹으로 고발돼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 도내 8명 의원 중 2명씩이나 법의 심판을 받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지역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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