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사법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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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사법 참여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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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현 호(법학박사, 충청대 겸임교수 )
   
최근 핵폭탄급 법조비리는 사법을 이 사회의 최후 보루라고 믿고 살아온 선량한 국민들의 기대를 산산조각 내며 그 마음을 매우 우울하게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의 사법참여는 더욱 절실한 이 시대의 당위가 되었다.

사법에 있어서의 국민주권주의 실현과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는 국민이 직접 사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헌법적 당위로서 오늘의 한국의 현실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본래적 의미에서의 사법권은 통치권력을 제한하기 위해서 고안된 권력분립원칙에 따라 생성된 것인 바, 사법권 역시 다른 국가권력과 마찬가지로 최종적으로는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에 의하여 심판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사법권에 내재되어 있는 헌법적 요청인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그 구성에 있어서나 당해 권력의 행사에 있어서나 주권자인 국민이 민주적 정당성에 의하여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마저도 결여되어 있다.

신분제도상의 법복귀족(nobless de robe)들에게만 사법 권력이 맡겨져 있지 않고 누구나 일정한 자격시험과 선발과정을 통하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법의 민주성이 담보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사법부의 독립성 요청을 국민 참여로 부터의 독립성으로 까지 확대하고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 사법참여를 가장 곤란하게 하는 장애요인으로는 법관직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국민의식 깊숙한 곳에서 불변의 진리처럼 작용하며,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민의 사법참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며 사법을 법률가들만의 전유물로 방치한다면, 이는 결국 우리가 근거하고 있는 정치체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전문가만이 지배하는 명망가적 통치체제가 되는 것이다.

법률적 분쟁의 해결과정이 통상 사실판단과 법률적용의 두 단계로 구분된다고 본다면, 개별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전문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의 국민들은 각각의 직업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문외한들인 것이다. 이 사실은 법률가도 법률분야 이외의 다른 분야의 인식능력에 있어서는 일반국민과 마찬가지로 문외한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률적 분쟁에 있어서의 선결과제인 사실판단의 문제에 있어서는 당해 분야의 전문가인 일반 국민들이 직업법률가에 비하여 보다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고, 이로써 판단의 신뢰성을 보다 더 확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법의 대상이 되는 모든 영역에서 법률적 전문성을 지닌 직업법관에 의해서 수행되어야 하는 법률적용이라는 고유영역과 건전한 사회 상식을 가진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여 협력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사실판단의 영역을 분리해낼 수 있는 것이다.

법률적용이라는 사법적 판단의 전제가 되는 입법 또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서 입법부 의원들이 선출되고 입법전문가들이 그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사법부의 경우에도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서 사법부의 지휘부를 구성하고, 법률전문가들인 직업법관들에게 법률적용이라는 사법적인 역할만을 맡기는 극단적인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제 국민의 사법참여는 피할 수 없는 명제로서 배심제나 참심제를 통하여 재판에 사회적이고 비법률적인 다양한 가치관과 상식이 투영되어 국민에게 친숙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사법이 실현되어 사법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여 신뢰를 제고하게 되고, 직업법관의 관료화를 방지하는 등 직업법관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법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사법과정에서의 인권보장 등을 위하여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서 사법부의 독립성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논거로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한 당위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하여 한국 사법이 국민을 위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민의 사법으로 거듭나길 진정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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