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층간소음 묘안”
상태바
“이게 바로 층간소음 묘안”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11.11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이 협업해 층간소음 사생대회 개최
대회참석 아이들 그림 그리며 반성, 분쟁도 확 줄어
왼쪽부터 장인수 입주자대표회장과 최영란 관리소장
왼쪽부터 장인수 입주자대표회장과 최영란 관리소장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폭증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관련 신고는 22861건으로 작년 대비 약 34% 증가했다.

하지만 층간소음 문제를 중재할 묘수는 아직까지 없다. 현행 규정상 층간소음 분쟁은 당사자 간 소송이 아니면 상호 양해로 풀 수밖에 없다. 누가 중재를 한다 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중재자만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가운데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에 있는 우미린1차아파트에서는 주민과 관리사무소가 힘을 모아 층간소음을 주제로 한 사생대회를 열어 주민 화합을 도모해 화제다. 비용도 전액 아파트 주민들이 모은 공동체적립기금으로 사용해 지역에서 손꼽히는 우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장인수 입주자대표회장은 매년 기금으로 아파트 체육대회, 바자회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아파트 축제를 할 수 없게 되자 고심이 깊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에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이 논의해 층간소음 사생대회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과 관련된 몇몇 분쟁이 있었다. 이중에는 이웃 간에 말다툼이 심해 인근 거주민들조차 서로 눈치 보는 사안도 있었다. 관리사무소 입장에서도 딱히 중재할 방안이 없어 애만 태우던 상황이었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

 

층간소음 분쟁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행법상 층간소음을 중재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구제신청을 하지 않으면 제 3자가 끼어들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분쟁은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이 아파트의 층간소음 다툼은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우연히 해당 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났고, 아랫집 주민의 사과에 윗집 주민이 화답하며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라고 화해했다.

최영란 관리소장은 층간소음 갈등은 소통 부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감정이 격해지다가도 어느 한쪽의 미안한 마음이 전달되면 다툼이 급격하게 사그라진다배려소통이해가 층간소음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사생대회도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의 도움이 컸다. 장인수 입주자대표회장은 사생대회는 탁월한 발상이었다. 층간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곳은 주로 아이를 키우는 집이다. 아이들에게 공동생활을 할 때는 이런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 줄 계기가 필요했고 사생대회만큼 적절한 게 없다며 공을 관리사무소에 넘겼다.

주민과 관리사무소의 화합으로 대회에는 약 75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층간소음 사례를 찾아가며 소재를 선정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이 층간소음을 유발한다는 것도 깨닫고 반성하게 됐다.

마을 관리사무소 한편에 전시된 층간소음 사생대회 출품작들
마을 관리사무소 한편에 전시된 층간소음 사생대회 출품작들

 

대회 후 줄어든 층간소음

 

장 회장은 대회는 지난 추석연휴를 이용해서 진행됐다. 참가자 중 18명을 선정해 최우수, 우수, 장려상으로 나눴다. 고등부로 나눠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에게는 1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했다. 덕분에 아이들의 노력이 깃든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부모들의 호응도 좋았다. 상당수가 대회를 꾸준히 개최하자고 건의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며 평소 행동을 반성했고 또 생활하면서 조심하는 게 눈에 보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걸음걸이 발망치 이웃사이 먼발치’, ‘윗층 쿵쿵에 아래층 두근’, ‘구름 걷듯 사뿐사뿐 이웃행복 성큼성큼’, ‘시끄러운 층간소음 멀어지는 우리관계등은 아이들이 만든 전국 유일의 표어들이다.

층간소음의 주범으로 꼽히는 아이들이 스스로 조심하다 보니 사생대회가 끝난 지난달 이후 층간 소음으로 인한 크고 작은 민원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장 회장은 아이들이 그린 작품을 반영구적으로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세대가 이동하는 관리사무소와 동네 커뮤니티센터 한편에 공간을 마련해 작품을 비치하고 추가 조명을 설치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층간소음을 줄이자고 아파트에서 수백 번 방송했는데 그것보다 사생대회와 전시가 더 효과적이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아이들의 작품이 걸려 있는 관리사무소 앞은 이제 사람들의 발걸음을 한 번씩 멈추게 하는 장소가 됐다. 이를 보며 주민들은 내년에는 사생대회와 더불어 좀 더 발전된 층간소음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장 회장은 층간소음을 주제로 전국 어디에도 없는 색다른 이벤트를 고민한다. 기왕이면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참여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모두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